# 2022년 3월 xx일 경험담 📔
황금 같은 주말, 침대에 누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제 피드가 거의 포켓몬빵을 구했다고 자랑하는 사진들로 가득했어요. 그리고 유튜브에서는 알고리즘이 저에게 '띠부띠부깡'이라는 영상들을 추천해주더라고요. 띠부띠부깡은 포켓몬빵 안에 들어 있는 스티커 '띠부띠부씰'을 열어보는 행위를 말하는데요. 트렌드에 뒤처질 수 없는 저는 요즘 유행인 듯한 이 영상을 열심히 시청했어요!
이렇게 하루종일 포켓몬빵 사진과 영상을 보고 나니까 저도 포켓몬빵과 띠부띠부씰이 너무 갖고 싶어져서 밖으로 나가 주변 편의점을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무려 여섯 군데나(!!) 방문했지만 결국 구하는 것에 실패했어요… 심지어 편의점 문 앞에 '포켓몬빵 없어요'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붙여 놓은 편의점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어요. 😥
2022년의 신분을 구분 짓는 능력, 득템력!
오늘의 레퍼런스는 조금 색다르게 제 경험담을 소개하며 열어보았어요!🙋♀️ 요즘 20대부터 40대까지 세대층 사이에서 포켓몬빵 대란이 한창인데요. 포켓몬빵을 구하기 위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으며 직접 발품을 팔고, 구매에 성공하면 SNS와 커뮤니티에 자랑하는 글을 올리죠. 명품 살 때만 들어보던 오픈런을 명품도 아닌 빵을 구하기 위해 뛴다니, 왜 그런 걸까요?
여기에 숨겨져 있는 비밀이 바로 2022년의 트렌드인 '득템력'이에요. 득템력은 매년 트렌드를 분석해서 키워드를 제시하는 <트렌드코리아2022>에서 등장한 용어인데요. 경제적 지불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뜻해요.
(→ 마케터의 서재에서 <트렌드코리아2022> 5분 만에 완독하기!)
득템력이 왜 중요해졌을까요?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는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는 신분을 여러 방법으로 드러낼 수 있었어요. 비싼 사치품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었고, 문화적인 소양이나 세련된 에티켓 등으로 자신의 지위를 은근하게 과시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신분 제도가 사라진 현재는 누구나 사치품을 구할 수 있게 되었고, 모두가 동일한 교육을 받고 있잖아요. 경제력과 교육 수준으로는 타인과 나를 구별하기 어려운 사회가 된 것이죠. 그러면서 갖기 어려운 아이템을 얻는 '득템력'을 가진 것이 새롭게 과시와 차별화의 요소가 되었어요. 샤넬 가방, 포켓몬빵 등 구하기 힘든 제품을 획득한 후 이 과정을 다시 SNS에 공유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나의 지위를 과시하고 경쟁에서 이겼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요.
- 사치의 대중화로 높은 가격보다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 차별화의 기호가 됐어요.
- 소비자들이 이런 아이템의 '득템' 과정을 즐기고 SNS에 올리는 경향이 늘고 있어요.
- 한정된 아이템이 MZ세대에게 투자의 일환이 되었어요.
득템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노력하는 트렌드라니! 최대한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막강한 기회겠지요.😀 이를 기회 삼아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있고, 크게 세 가지 전략으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그럼 소비자들의 득템력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사례를 살펴볼게요!
1. 소비자를 배고프게 만드는 헝거 마케팅
배고플 때 마트에 가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은 배고픈 상태에서는 쓸데없는 소비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서 소비자를 배고프게 만들어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헝거 마케팅'이에요. 제품의 희소성을 강조하는 헝거 마케팅의 또 다른 이름은 '희소 마케팅', '한정판 마케팅'인데요!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으로 마케팅하는 것, 현대인의 득템력을 제대로 겨냥하는 클래식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죠.
대표적인 헝거 마케팅 전략은 공급하는 제품의 수량을 제한하는 것이에요. 허니버터칩이 출시되고 인기를 끌며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했던 사례를 꼽을 수 있어요. 이렇듯, 한정판이라고 했을 때 대부분 '수량 한정 판매'를 떠올리셨을 거예요. 하지만 이외에도 제품의 공급을 한정하는 다양한 방식의 헝거 마케팅이 존재해요!😊
◼ 스타벅스
스타벅스가 매 시즌마다 판매하는 굿즈는 출시 이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가 돼요.☕ 사람들은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굿즈를 갖기 위해 매장이 열기 전부터 줄을 서 오픈런을 뛰거나, 먹지도 않을 음료를 한 번에 수백 잔씩 구매하거나, 새벽부터 일어나서 매일같이 휴대폰을 들고 재고를 기다리죠.
빠르게 품절된 일부 굿즈들은 아주 비싼 가격에 프리미엄 거래가 되기도 해요. 이렇게 스타벅스의 시즌 MD처럼, 특정 기간에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간 한정 판매' 전략이 헝거 마케팅에 해당돼요.
◼ 시몬스
지난 달, 유럽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비주얼의 스토어가 청담동에 오픈했어요.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 100명이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곳의 정체는 바로 모두들 침대 회사로 알고 계실 시몬스의 그로서리 스토어였어요.🛏️
여기에서는 이천, 부산 등 지역 상인들과 협업해 제작한 한정판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러한 팝업스토어와 같이 특정 장소에서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헝거 마케팅의 일종인데요. 시몬스는 여기에 유니크한 굿즈와 이색적인 분위기까지 더해 MZ세대의 관심을 사로잡고 방문 욕구를 높인 것이죠.
2. 한정판을 선착순으로만 판매하는 드롭 마케팅
매장으로 제품을 떨어뜨린다는(drop) 용어에서 착안한 방식이 '드롭 마케팅'인데요. 신제품이나 한정판 제품을 특정 요일 혹은 시간대를 정해 일시적으로 판매하는 마케팅 방식을 말해요.
드롭 방식으로 발매되는 제품들은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선착순으로만 구매할 수 있고, 드롭에 대한 정보는 주로 브랜드 SNS 계정에 처음 공개되는데요. 이런 특징 때문에 사람들끼리 SNS로 활발하게 공유하며 입소문이 나서 더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요. 브랜드 자체의 희소성을 높여주어 더욱 뛰어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고요.
◼ SSG닷컴
지난 1월, SSG닷컴에서 첫 구매 소비자를 대상으로 드롭 세일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5일간 진행된 이 드롭 판매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딱 2시간만 구매할 수 있었고, MZ세대가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 상품으로 구성하여 최대 90% 할인가에 판매했다고 해요.👚
이 이벤트는 MZ세대에게 친근하고 흥미로운 드롭 방식을 통해 MZ 신규 고객을 늘리고 플랫폼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트렌디한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하는 목적이었어요. 지금도 단독 드롭 세일은 계속 되고 있어요.
◼ 하이트진로 X 무신사
하이트진로와 무신사가 콜라보해 출시했던 '참이슬 백팩'이 판매 시작 6분 만에 완판되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었는데요. 이어 2년 만에 진로 팩소주 모양의 백팩 '진로 백팩'을 출시했어요.👜 진로 백팩 역시 전과 동일하게 오전 11시에 드롭 방식으로 온라인 무신사 스토어에서 판매가 오픈되었는데요. 이번에는 무려 판매 시작 1분 만에 전량이 품절됐다고 해요.
이미 드롭이 끝났지만, 이 백팩을 구매하는 것에 성공한 MZ세대 사이에서 SNS를 중심으로 인증샷이 연이어 올라오며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유쾌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계셨던 보스님이 이 사례를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3.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래플 마케팅
드롭 마케팅의 인기로 많은 기업에서 드롭 판매를 진행하는 반면, 매장과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드롭 마케팅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제기되었어요. 간혹 온라인으로 판매될 때도 있지만, 사이트에 사람이 몰리면서 트래픽 초과가 잦게 일어나서 구매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죠. 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제품을 매장에서 대면으로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는 것이 어려워지기도 했어요.
이런 단점을 보완한 특징을 가지면서 현재 마케팅 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래플 마케팅'이에요. 래플(raffle)은 복권을 뜻하는 단어예요. 그래서 래플 마케팅은 일정 기간 응모를 받고, 추첨에 당첨된 소비자에게만 해당 제품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해요. 래플은 구매 자격이 100% 운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소비자의 득템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만들고요. "돼지 꿈을 꾸면 복권이 아닌 래플에 응모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MZ세대의 흥미를 자극하며 대표적인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어요.
◼ 나이키
래플 마케팅을 얘기할 때 대표주자 격인 나이키의 사례를 빼놓을 수는 없죠!👟 특히, 나이키와 디올이 협업해 출시했던 한정판 스니커즈 '에어 디올'의 래플에는 약 35만 명이 참여했고요. 발매가가 약 300만 원 정도였지만, 현재 거래되고 있는 리셀가가 무려 1,000만 원대에 육박하고 최대 1,500만 원까지 치솟았다고 해요.
이렇게 화제몰이가 된 래플 하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과 브랜드 모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보다도 강력한 득템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이득이 될 수 있죠!
◼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과 협업해서 선보인 휴대폰 모델 2개를 자사 사이트에서 래플로 판매했는데요.📱 9시간 동안 응모할 수 있었던 래플에 무려 46만 여명이나 몰렸고, 이전보다 응모 시간이 짧았는데도 응모한 사람이 2배 넘게 증가했어요.
또한, 비싼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래플에 당첨된 사람들이 모두 구매해 준비한 모든 물량이 판매되었다고 해요. 이렇게 삼성전자처럼 자사 사이트를 이용해 래플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사이트를 홍보하고 고객의 유입을 늘릴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이 될 수 있어요.
득템력이 현대의 신분을 구분 짓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죠?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막강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냥 반가운 현상은 아닐 거예요. 희소성을 강조하는 상품이 많아질수록 사람들의 과도한 경쟁과 소비를 부추길 수도 있고요. 이런 상품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의 근원이 되기도 쉬워요. 그리고 발매가와 리셀가의 간극이 커지는 것이 결코 건강한 시장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결국 근본적으로 소비자에게 배고픔, 갈증, 욕망 등 부정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전략이기 때문에 적절하고 슬기로운 기획력이 수반되어야 해요. 과도한 마케팅은 오히려 시장을 어지럽히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최근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 세 가지 전략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번 레퍼런스를 통해 다양하고 더욱 강화된 보스님만의 마케팅 방안이 탄생할 수 있기를 큐레터가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