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애플 vs 페이스북이 "앱 추적 투명성" 정책을 놓고 서로 강하게 반발 중이라고 소개해드렸어요.(링크) 다시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앱 이용자의 행동 정보를 광고 플랫폼이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인데요. iOS 14.5 업데이트에 적용된다는 소식이에요.
이러한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하는 흐름 속에서 구글이 개인정보를 지키면서도 사용자를 구분할 수 있는 FLoC이라는 기술을 공개한다고 밝혔어요. 2022년부터는 쿠키라는 정보를 수집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쿠키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 광고를 보여주고 싶은 사용자만을 구분할 수가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고, FLoc이 바로 그 대안으로 나온 기술이에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계속 강화되고, 맞춤형 광고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이 내놓은 FloC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 알아볼게요! → 바로 가기
* FLoC : Federated Learning of Cohorts, 코호트 연합학습
광고하려면 필요한 쿠키, 이제는 안된다? 🍪 지난해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에서 '제3자 쿠키'라는 것을 2022년부터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어요. 덕분에 이 쿠키를 활용해 타깃광고를 진행하는 주요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등 광고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어요.
쿠키라는 것은 쉽게 말해 인터넷을 이용할 때 웹브라우저에 기록되는 데이터예요. 이 쿠키에는 내가 어느 사이트를 방문했고 방문 전 보던 사이트는 어디인지와 같은 행동 정보가 기록돼있어요. 이 쿠키 중에서 '제3자 쿠키'라고 부르는 것이 있는데요. 주로 광고 플랫폼이 활용해 사용자를 분류하고, 원하는 사용자에게만 배너광고를 노출하거나 혹은 한번 본 상품의 광고가 계속 따라다니는 광고도 할 수 있게 해줘요.
하지만 이제 광고 업계가 지금까지 이어온 쿠키 기반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만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요.
쿠키를 대신할 신기술, FLoC 👥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원하는 사용자에게만 광고를 보여줄 필요성 때문에 구글은 FLoC이라는 기술을 발표했어요. FLoC은요,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는 이용자의 활동을 모니터링해서 그 정보를 브라우저에 저장하고, 브라우저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해 '이용자를 유사한 관심사를 공유하는 그룹(코호트)'으로 묶어요. 광고주는 이 그룹을 타깃하여 광고를 운영하게 되고요. 구글이 실험해보니 기존 쿠키 방식의 95%만큼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쉽게 말해, 공통 관심사를 가진 그룹을 만들고 개인의 정보는 그룹에 숨겨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했어요. 개인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룹 단위로 광고에 활용할 수 있게 한 것이에요. 이 방법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광고 성과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요.
프라이버시를 더 침해한다는 비판도 🤔 프라이버시도 지키고 광고성과도 좋다면 이제 쿠키 기반의 광고 방식이 FLoC으로 바뀌게 될까요? 아쉽게도 웹브라우저 및 관련 업계에서는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어요.
◾ 여전히 추적 : 우선 어찌 됐든 추적행위 자체는 없어지지 않았어요. 집단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래서 소속된 개인의 수가 적을수록 사실상 개인 추적에 가까운 프라이버시 침해가 가능하게 될 것이에요. ◾ 동의 없는 정보수집 : 구글이 FLoC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이용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 없이 바로 유사 성향의 그룹에 배치했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마케터들의 비판 📉 마케터들도 그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어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에요.
◾ 낮은 수준의 타기팅 : 기존 광고 타깃 설정할 땐 "쇼핑몰에서 A화장품을 1회 이상 열람한 사람"에게 원하는 광고를 보여줄 수 있었지만, FLoC 방식에서는 단지 "화장품에 관심 있는 사람" 정도의 낮은 수준 타기팅만 가능해요. 그러다 보니 A화장품에 관심 없는 사람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자연스럽게 광고비 상승 및 광고 성과가 하락할 수 있어요.
◾ 빈약한 광고노출 전략 : 한 캠페인 내에 여러 광고 소재를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순서와 횟수를 설정하는 '애드 시퀀싱'(Ad Sequencing)이나 한 사용자에게 동일한 광고를 보여주는 횟수를 설정하는 '프리퀀시 캡핑'(Frequency Capping)과 같은 노출 전략을 사용할 수 없어요.
◾ 타게팅 차별 : 타깃 광고는 특정 사람에게만 광고를 노출하게 되는데요. 방식은 일부 사용자는 좋은 구인 정보, 좋은 조건의 대출 상품 정보 등 불법적인 차별을 발생시킬 수 있어요. 구글, 페이스북 등 기존 광고 플랫폼은 이러한 민감한 관심 카테고리를 관리하는 정책이 있으나 FLoC 방식은 민감한 관심 카테고리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어요.
프라이버시의 보호일까, 플랫폼의 독점일까 🔐 이 FLoC 방식은 구글이 운영하는 크롬 브라우저에만 작동해요. 크롬 브라우저의 시장점유율은 60%를 넘어 70%에 가까워지고 있고 더 많은 사용자가 크롬을 쓰고 있어요. 이젠 광고 플랫폼이 기존처럼 쿠키를 활용해서 독자적인 광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신, 구글의 FLoC을 이용해야만 해요. 구글의 FLoC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구글의 광고 생태계에 종속될 수 있다는 의미고요.
애플이 발표한 '앱 추적 투명성' 정책도 애플의 광고 생태계를 굳건하게 만드는 정책으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앱 사용자의 정보를 추적하기가 어렵고 효과도 떨어지게 되니 자연스럽게 앱스토어에서 광고를 진행하게 만들었어요. 앱 개발사는 매출을 위해 줄어드는 광고수익 대신 앱 내 결제를 유도하는 수익모델로 전환될 수 있고, 이것은 인앱결제 수수료로 애플의 수익이 되어 돌아올 것이에요.
앱 또는 웹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환영하지만 이를 앞세워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방식은 많은 반대에 부딪힐 수 있어요.
프라이버시 보호와 광고 성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