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레더.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여기서 에코(Eco)는 주로 ‘친환경적이다, 자연을 고려하다’의 의미로 쓰여요. 에코백, 에코하우스처럼요. 그래서인지, 에코레더라는 표현도 친환경적인 가죽(?)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요. 공정위는 에코레더라는 표현을 ‘그린워싱’이라고 봤어요.
그린워싱이 뭐예요?
Green(친환경) + Whitewashing(눈속임)의 합성어로, 친환경인 것처럼 속이는 마케팅이에요.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닌데, 상품이나 기업의 이미지를 환경 친화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거짓·과장 광고죠. ESG경영이나,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활성화되면서 이 그린워싱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어요.
2023년 6월, 공정위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 지침’ 개정안을 만들면서 일종의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어요. 비교 근거, 내용, 방법 등 구체적인 환경적 이점을 명시해야 하고, 일부 단계에서 친환경이라고 하더라도 전체 과정에서 상쇄되거나 악화되면 환경성이 개선됐다고 표시·광고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어요.
에코레더를 제재한 이유
에코레더 = 친환경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에코레더는 쉽게 말해 ‘인조가죽’이에요. 동물의 가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친환경적이지는 아닙니다. 가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물 사용 절감 등의 요인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정위가 인정하는 친환경 기준에는 맞지 않는 거죠.
게다가 가죽을 대체하는 소재가 주로 플라스틱이라는 점은 오히려 친환경과 반대돼요. 플라스틱은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기도 하고, 재활용하기도 어렵죠. 이러한 부분들에서 친환경적이라고 느껴지는 에코레더라는 표현을 쓴 게 그린워싱에 해당한다고 공정위는 본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패션업계에서는 인조가죽을 ‘비건레더(Vegan leather)’, ‘포 레더(faux leather), ‘에코레더(Eco leather)’ 등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는데요. ‘인조’, ‘가짜’ 등의 표현은 소비자가 부정적으로 느끼기 때문이에요. 일부 브랜드에서는 성적서를 통해 친환경성을 인증하기도 하고,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시장이 크지 않아요.
그렇지만 인조가죽에 대한 표현이 따로 정해진 건 아니에요. 에코레더는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에 부적합하지만, 함께 많이 쓰이는 비건레더라는 표현에는 현재 별다른 제한이 없어요. 동물의 가죽을 쓰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적절한 표현이니까요. 다만, 비건레더를 친환경으로 포장하면 그린워싱이 될 수 있어요.
제재의 주인공은 무신사와 탑텐
공정위는 최근 무신사와 SPA 브랜드 탑텐의 운영사 신선통상에게 각각 거짓·과장광고, 그린워싱 혐의로 경고 처분을 내렸어요. 신성통상은 인조가죽 제품에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레더’ 등의 문구를 사용해서 광고했고, 무신사는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의 인조가죽 제품(12개)에 에코레더 해시태그를 썼기 때문이에요.
무신사는 제조 과정에서 해당 제품이 천연 가죽보다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해명했지만요. 공정위는 가이드라인대로 일부 제조 과정만이 아니라 제품의 전체 과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어요. 다만, 무신사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고, 광고 문구를 스스로 바꿔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어요.

곧이어 무신사는 자체적으로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를 포함해 입점 브랜드들이 그린워싱 리스크를 미리 막을 수 있도록 준비한 건데요. 지난 겨울, 패딩 충전재 혼용률에 대한 이슈를 제품 전수 검사로 대응한 이후, 패션 플랫폼의 신뢰를 조금씩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요.
공정위의 선전포고
이번 제재는 공정위가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첫 번째 사례입니다. 이후,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그린워싱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요. 무신사 스탠다드가 제재 대상에 오른 것도 일종의 선전포고로 느껴져요. 무신사를 본보기로 삼아,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그린워싱과 같은 표현을 점검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든 셈이죠.
사실 무신사에는 에코레더로 표기된 가죽자켓 제품이 한 두개가 아니거든요. 현재로서는 ‘에코레더’라는 키워드로 검색 결과가 나오지 않지만, ‘에코’를 검색하고, 카테고리를 가죽으로 분류하면 223개의 결과가 나와요.

패션업계를 향한 경고장이기도 한데요. 아직 공정위가 에코레더로 무신사를 경고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요. 네이버, 지그재그, W컨셉, 심지어는 백화점까지도 이름에 에코레더가 들어간 제품이 많아요. 물론, 짧은 시간 안에 모두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에코레더처럼 오해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시점이에요.
게다가 이번에 무신사의 PB(무신사 스탠다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무신사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는데요. 다른 플랫폼의 입장에서도 '아 우리는 PB가 아니라 입점 브랜드니까 잘못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보다는 적극적으로 입점 브랜드들에게 협력을 요청하고, 마케팅 문구를 수정하는 등의 조치도 동반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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