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대한항공이 CI를 바꾸면서 논란이 좀 있죠. 별로라는 반응도 있고, 세련됐다는 반응도 있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랫동안 유지해 온 CI가 모두의 기억 속에 콕 박혀 있기도 하고요. 이처럼 리브랜딩이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어떤 브랜드는 생존을 위해서, 어떤 브랜드는 멈춘 성장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 리브랜딩을 선택하기도 하는데요. CI, 브랜드 철학, 제품 패키지, SNS 말투까지도 과감하게 바꾼 사례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리브랜딩이 반드시 혁신적일 필요는 없지만, 진한 고민이 필요한 만큼 오늘 큐레터가 준비한 ‘리브랜딩에 성공한 브랜드 모음’을 참고해 보면 어떨까요? 😁
이니스프리 - '정적인 자연'에서 '역동적인 자연'으로
국내 최초로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했던 이니스프리는 한때 ‘제주도의 자연’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내세우며 크게 성장했어요. 아모레퍼시픽이 40년 넘게 일군 제주 녹차밭, 맑은 이미지의 광고 모델, 그리고 자연은 ‘지켜야 할 존재’라는 서사가 잘 맞물렸죠. 하지만 어느샌가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자연주의’를 말하는 브랜드는 넘쳐났고, 이니스프리의 이야기는 진부하게 들렸어요.

이에 이니스프리는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브랜드명만 두고 다 바꿔야 한다.” 제주도라는 구체적인 지역성을 덜어내고, 이니스프리만의 가상의 섬을 만들기로 하죠. 단순한 리뉴얼이 아닌, 세계관 자체를 새로 만들어 낸 건데요. 핵심 원료에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이니스프리에게 자연은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이니스프리는 주요 타깃인 MZ세대에 대한 고민을 거치며, 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어요. 이전에는 모델이 풀밭에 조용히 앉아 있는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자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자신만의 속도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이미지로 바뀐 거예요. 로고는 기존의 얇고 정적인 세리프체에서, 굵고 선명한 산세리프체로 바뀌었고, 컬러도 차분한 올리브 그린에서 쨍하고 생기 넘치는 ‘액티브 그린’으로 전환했습니다.

광고 영상도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전형적인 화장품 광고의 공식을 벗어나, 빠른 템포와 강한 에너지로 ‘이 브랜드 뭔가 바뀌었네?’하는 인상을 남겼죠. 물론 이전의 이니스프리 컨셉에 익숙한 기존 고객들에게는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냥 잊히는 것보다는 논란을 계기로 주목받게 되는 것이 훨씬 나았죠. 관심은 곧 대화의 기회였으니까요. 이니스프리는 계속 고객과 소통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설득해나갈 예정이에요.
이니스프리는 20년 가까이 유지한 컨셉을 내려놓고, 스스로 변화를 택했습니다. 브랜드의 본질은 지키면서도, 표현 방식은 철저히 재설계한, 리브랜딩 전략이죠. 그 과정에서 어떤 고객은 떠났지만, 또 다른 새로운 고객이 찾아왔어요.
정관장 - '부모님용'에서 'MZ 데일리템'으로
120년이 넘는 전통, 홍삼이라는 건강을 위한 약재(쓴맛) 때문인지 정관장은 부모님에게 드릴 명절 선물이나, 어르신의 건강을 위한 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구매자도, 사용자도 4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죠. 그래서 정관장은 타깃을 확장하기 위해 홍삼을 ‘건강 관리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합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에브리타임’이에요. 스틱형으로 짜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에브리타임은 2030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일상 속에서 편하게 먹는 아이템으로 만들어졌어요. 정관장 로고는 상대적으로 작게 들어가고, 제품명이 중심이 되도록 패키지를 만들면서 올드하게 여겨질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떼어 놓았습니다.

마케팅 메시지도 바꿨습니다. 과거에는 ‘진심’과 같은 다소 무겁고, 감성적인 문구였다면요. 최근에는 일상에서 건강을 챙기는, 자기 관리에 대한 내용이에요. 정관장이 2025년 새해를 맞아 제작한 광고 ‘가장 쉬운 자기 사랑법’을 보면요. 광고 모델 천우희는 “사람이 신도 아닌데 갓생을 어떻게 살아?”라며 현대인들의 고민과 피로감에 공감하고, 에브리타임을 통해 자신을 돌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요.
그리고 개별 브랜드를 세세하게 쪼갰어요. ‘홍삼톤’, ‘황진단’, ‘화애락’, ‘아이패스’ 등 골라서 구매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또한 정관장의 브랜드 이미지를 떼어 둔 거죠. 그리고 정관장 홈페이지에서는 3~4세의 어린이부터, 14~19세의 청소년, 60대 이상의 성인까지 연령대를 분류할 수 있고, 가격대나 기능에 따라서도 카테고리가 나누어져 있고요. 아예 2030세대 건강관리를 위한 신규 브랜드 ‘찐생’을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정관장은 나이에 상관없이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어요.
2022년에는 2030의 매출 비중이 56.2%로 제일 높았으며, 2030이 선물을 줄 때 주로 이용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는 입점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진로 - '잊혀진 과거'에서 '신선함과 추억'으로
원래 ‘진로’는 1924년 출시해 70~80년대를 주름잡던 소주였어요. 그러나 이후 진로가 ‘참이슬’을 메인 제품으로 내세웠고 저렴한 가격, 낮은 도수, 최초의 여성 광고 모델 기용 등의 요인 덕분에 인기를 끕니다. 게다가 하이트와 진로가 합병돼 ‘하이트진로’가 되면서 진로는 서서히 지워졌죠.
그런데 2019년, 진로가 돌아옵니다.
돌아온 진로는 젊은 층에게 옛 감성의 흥미를 느끼게 하고, 중장년 층에게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요. ‘진로 이즈 백(Jinro is back)’이라는 문구를 강조한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그렇게 출시 5년 만에 누적 20억 병이 판매되며 지금은 익숙한 소주 중 하나죠. 특히 옛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뉴트로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면서 정도를 잘 조절한 것이 눈여겨볼 포인트예요.
기존의 것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바꿀 건 과감하게 바꿨어요. 특히 신선하다고 평가받는 게, 투명한 하늘색의 소주병이에요. 지금은 주로 초록색의 소주병을 사용하는데, 기존 진로의 병 색깔이었던 하늘색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여기다 도수를 16.9도로 낮추고, 제로슈가로 출시하면서 순한 소주의 이미지를 만들었죠. 젊은 층의 니즈와 딱 맞아떨어졌고요.

그리고 진로의 시그니처였던 두꺼비를 재해석해 캐릭터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대표적으로 두꺼비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두껍상회’는 전국을 돌며 진로를 알리는데요. 여기서 진로가 캐릭터 마케팅에 얼마나 진심인지 엿볼 수 있어요. 100여종 이상의 두꺼비 굿즈, 건물 전면을 두꺼비 캐릭터로 꾸미는 등 젊은 소비자층을 제대로 끌어 들이거든요. 이외에도 패션 브랜드 커버낫, 화장품 브랜드 미샤 등 적극적으로 콜라보 상품을 내놓았고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술집에서도 진로가 이벤트를 열어서 두꺼비 굿즈를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이러한 노력들은 진로가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로 빠르게 자리 잡게 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아로마티카 - '천연'에서 '지속가능성'으로
호주의 에센셜 오일과 천연향으로 시작된 아로마티카는 천연 성분과 유기농 원료들로 제품을 만들어 왔어요. 이 덕분에 브랜드 이름처럼 아로마향이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됐죠. 그리고 이 ‘천연과 유기농’은 그대로 가져가되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으로 브랜드의 방향성을 바꿉니다.

화장품 내용물을 안전하게 바꿨는데, 패키지는 과연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점이었는데요. 아로마티카는 먼저 재활용으로 눈을 돌려요. 2016년부터 리필팩 제품을 꾸준히 늘리고요. 2019년,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최초로 제품의 용기를 재생페트로 만들어요. 그리고 2020년, 오프라인 공간 ‘하우스 오브 아로마티카’를 오픈하면서 캠페인과 예약제 교육을 통해 친환경을 실천하는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죠. 한 켠에는 ‘리필스테이션’을 두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아로마티카 제품들을 리필로 구매할 수 있게 했고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아예 공병을 수거하는 전기트럭을 삽니다. 가정에서 분리를 하더라도 수거하면서 결국 섞이게 되고, 이를 다시 선별하면 재활용률이 현저히 낮아지니까 직접 수거하기 시작한 거예요. 2024년 3월 기준 약 12톤의 투명페트를 수거했다고 해요. 이 ‘조인 더 서클’ 캠페인은 기업이 행동하고, 소비자가 동참하면서 환경을 살리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커요. 함께하는 지자체, 기업 등도 늘고 있고요.

이외에도 아로마티카는 제조 공장에서 태양광 패널을 사용하는 등 친환경 뷰티 브랜드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지난 2024년에는 국내 뷰티 브랜드 최초로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승인을 획득하기도 했어요.
아로마티카의 리브랜딩 과정을 보면 제품 컨셉, 패키지 디자인 등도 확 바뀌었지만요. 얼마나 친환경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행동들이 성공 요인으로 보여요. 아로마티카는 2023년 기준 약 47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2024년에는 전년 대비 글로벌 매출이 30%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소비자들이 아로마티카만의 ‘가치 소비’에 동참하는 친환경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휠라 - '촌스러운 운동복'에서 '1020 필수템'으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휠라는 한국에 라이선스 형태로 들어왔는데요. 그때까지만 해도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이탈리아 브랜드였어요. 그러나 유럽에서 부진을 겪으면서 매각을 결정하게 됐고 2003년, 휠라코리아가 본사를 인수합니다. 그리고 2016년, 로고와 이름만 빼고 바꾸기 시작했어요.

먼저 주요 타깃을 3040에서 1020으로 확 낮춥니다. 그동안에는 테니스, 골프의 이미지가 강해서 중장년층이 주로 구매하는 브랜드로 여겨졌거든요. 이를 위해 휠라는 ‘뉴트로’를 선택해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휠라가 핵심 브랜드 자산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방법이죠.

인기의 중심에 있던 대표 제품으로 ‘코트디럭스’와 ‘디스럽터2’를 꼽을 수 있는데요. 테니스 용품을 만들어내던 휠라는 학생들에게 ‘코트화’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테니스화’를 재해석한 코트디럭스를 선보였고요. 뉴욕과 유럽에서 유행했던 디자인이 투박한 ‘어글리 슈즈’에 주목해 과거 출시했던 디스럽터의 후속작 디스럽터2를 내놨어요. 두 제품 모두 인기가 상당했는데, 특히 디스럽터2의 세계 판매량은 1000만 켤레에 육박해요.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길거리에 중·고등학생들 대부분은 코트디럭스와 디스럽터2를 신고 다니는 걸 보고 ‘진짜 휠라가 인기구나.’ 체감하게 됐죠.

그리고 아역배우 출신인 김유정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면서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고요. 10대의 구매력을 고려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품을 선보이면서 제대로 어필합니다. 한때 촌스러운 운동복 브랜드로 인식된FILA가 1020에게 사랑 받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 바뀌었죠. 2015년 8157억 원의 매출에서 지금 4조 클럽에 입성하게 된 것도 이런 적극적인 변화 덕분이에요. 게다가 휠라 홈페이지를 보면 몇 년 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앞으로도 기대가 돼요.
‘리브랜딩에 성공한 브랜드 모음’ 재밌게 읽으셨나요?! 이번 콘텐츠를 쓰면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브랜드가 리브랜딩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오래 된 기업들은 여러 번 하기도 하더라고요. 매번 반응이 긍정적이진 않았지만요.
리브랜딩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요. 기존의 고객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고객을 만드니까 더 어렵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망해가던 브랜드를 살려내고, 좋은 브랜드를 더 가치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도 바로 리브랜딩입니다. 오늘 소개드린 사례를 보면요. 단순히 대세를 따르거나, 화려함에 치중하기보다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깊게 고민하는 것이 성공적인 리브랜딩의 공통 요인이 아닐까 생각하게 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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