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광고 보셨죠? 근데 결국 배송 때문에 사셨잖아요

박승준

by. 박승준

25. 03. 06



가끔 쿠팡을 이용할 때 소름이 돋아요. 몇 시간 전에 주문했는데도 문 앞에 두었다고 문자가 날라올 때가 있거든요. 심지어는 일요일에도 오더라고요. 새삼 한국의 택배가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쿠팡이 망할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어느새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이 된 것도 이 ‘빠른 배송’ 덕분이라고 봐요. 찔끔찔끔 오른 쿠팡의 멤버십 비용, 한 달에 7,890원을 내면서까지도 쿠팡을 끊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잖아요.


그렇다면 ‘빠른 배송이 쿠팡을 마케팅하는 건가?’ 싶더라고요. 최저가라든지, 상품군이 넓다든지 여러 강점이 있지만요. 무엇보다 쿠팡에서 주문하면 빨리 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자연스럽게 쿠팡 앱을 켜는 저를 발견했거든요. 이처럼 물류 경쟁력은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심어주는 데 도움을 줘요.


최근에는 이커머스 기업들이 물류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쿠팡처럼, 쿠팡스럽다’는 표현을 칭찬으로 쓸 정도로 ‘쿠팡의 빠른 배송’은 온라인 쇼핑의 정답처럼 여겨지고 있는데요. ‘물류에 강점이 있다’는 게 실질적으로 어떻게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볼게요! 👀




로켓배송 배지는 마케팅 효과가 있어요

로켓배송은 쿠팡을 알리는 역할도 하지만요. 시선을 좀 바꾸면 판매자들의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해요. 먼저 쿠팡이 판매하는 상품들의 구조를 크게 나눠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① 쿠팡은 ‘로켓배송, 로켓와우, 로켓프레시’ 등의 ‘직매입(쿠팡이 직접 구매해서 판매하는 것)’ 방식

② ‘판매자로켓’이라는 ‘풀필먼트(판매자가 돈을 내고, 쿠팡에게 상품을 맡기는 것)’ 방식

③ 판매자들이 알아서 쿠팡에서 판매하고 구매자에게 택배도 직접 보내는 ‘오픈마켓’ 방식이 있어요.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매출 중 직매입 비중이 높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편의상 이 콘텐츠에서는 로켓와우, 로켓프레시 등 빠른 배송 서비스를 ‘로켓배송’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쿠팡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멤버십을 이용하면 로켓배송 상품을 무료로, 빠르게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무료로 반품도 가능하죠. 그리고 이 서비스들이 적용되는 상품은 각각의 서비스명이 적힌 배지가 붙으며,  따로 배지가 있는 상품만 볼 수도 있어요.


요즘 먹는 그릭요거트입니다 (사진: 쿠팡앱 캡처)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가 적용되는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 서비스들이 적용되지 않는 상품은 소비자로부터 선택 받을 확률이 크게 줄어드는 셈인데요. 저 역시도 로켓배송 필터를 적용해서 상품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로켓배송은 쿠팡이 직접 구매한 상품들이기에 정·가품 여부라든지, 상품의 품질 측면에서도 신뢰가 가요. 판매자로켓도 쿠팡의 손이 닿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강점을 가지죠.


또한 최근 쿠팡은 직매입이 아니더라도 우수 판매자들의 상품에 '로켓배송' 배지를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로켓배송과 동등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요. 점점 쿠팡이 재고 부담이 큰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판매자로켓의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으로 보이는데요. 판매자에게는 로켓배송 배지를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이런 서비스들을 이용하고자 판매자가 수수료라든지, 광고라든지 여러 명목으로 쿠팡에게 내야 하는 비용은 논란이 되고 있지만요. 특히 이 중에서도 '로켓설치'로 빠르게 설치해 주는 가구·가전이라든지, 새벽 배송이 가능한 '로켓와우' 상품이라든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요소가 존재합니다.



쿠팡이 커지면 판매자도 좋은 걸까요?

쿠팡이 2027년까지 3조 원을 들여 전국 ‘쿠세권(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판매자들에게 좋은 마케팅 기회가 되는데요. 최근 쿠팡이 제주도에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소비자들이 로켓프레시에 입점한 판매자의 상품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앞으로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방소멸지역’들로 쿠세권이 확대되면 로켓배송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겠죠. 또한 쿠팡은 로켓배송을 ‘로켓새벽’, ‘로켓오늘’, ‘로켓내일’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결국 쿠팡과 적극적으로 협력할수록 쿠팡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노출이 잘 된다는 건데요. 쿠팡의 지난해 매출이 41조 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유통기업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는 걸 생각하면 단순히 ‘쿠팡 안에서만 그런 거 아니야?’라기엔 큰 시장이 돼버렸죠. 게다가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 성장하는 데 그쳤는데, 쿠팡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어요. 전체 유통 시장이 커져서 쿠팡도 크는 게 아니라 다른 유통기업들의 매출까지 뺏어오고 있다는 거죠.


다만, 쿠팡이 시장을 독점하며 성장하면 우려되는 문제가 생겨요. 소비자의 취향 또는 소비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쿠팡이 잘 팔리는 상품들을 PB로 만든다든지, 판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올린다든지 등이 그것이죠. 그래서 쿠팡을 마케팅적으로 충분히 활용하되 우리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은 필요해요.



네이버 도착보장도 매출을 올려준다는데요

네이버의 도착보장도 마케팅 효과가 있습니다. 네이버 도착보장은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의 정확한 도착일을 약속하고, 지연될 경우 소비자에게 네이버페이 포인트 1,000원을 지급하는 서비스인데요. 네이버는 NFA라는 ‘네이버 물류 연합군’으로 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물류를 담당하는 자회사가 있는 쿠팡과는 다르게, 네이버와 손잡은 물류회사들이 ‘네이버 도착보장’ 상품을 배송하는 거예요.


네이버 도착보장은 쿠팡의 로켓배송과 비슷하게 소비자에게 더 많이 노출되고,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지게 만듭니다. 먼저 네이버는 도착보장 상품들만 따로 볼 수 있는 단독 공간이 있어요. 판매자들이 2%의 수수료를 내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요.


사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센터

그리고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서 찾더라도 도착보장 배지가 있는 상품만 따로 모아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원하는 상품을 찾을 때도 도착보장 서비스가 되는 상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네이버 쇼핑 파트너 공식 블로그에서는 도착보장관 내에서 따로 기획전 노출이 가능한 행사도 제안하고 있더라고요. 도착보장에 입점한 브랜드끼리의 프로모션 경쟁이 따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에요.


또한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네이버는 멤버십의 가입자 수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들은 1만 원 이상 구매하면 도착보장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요.


여기에 더해 네이버가 상반기 별도 앱으로 출시할 예정인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와 이 도착보장까지 연계해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자를 집중할 수밖에 없겠죠.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에 입점하는 것만으로도 물류 경쟁력을 강조해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음과 동시에 네이버라는 플랫폼 안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확률이 올라가는 겁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매출 상승 효과를 강조하고 있기도 하고요.


사진: 네이버 도착보장 프로그램


한편, 네이버는 판매자들이 각자 배송하던 기존의 오픈마켓 구조에서 강화된 물류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에는 판매자와 물류사를 연결하는 정도였다면 앞으로는 견적이나 물량 배분 등의 조율을 맡으며 중간 단계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요. 또한 도착보장을 N배송으로 리브랜딩하면서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늘릴 예정인데요.

👉 이제 진짜 네이버가 쿠팡처럼 될 기세네요


다만, 몇몇 판매자들은 네이버가 무료 교환·반품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서 쿠팡의 로켓배송에 입점한 것처럼 매출이 크게 상승하진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쿠팡처럼 ‘빠른 배송’을 이유로 네이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착보장을 이용하거나 무료 교환·반품 혜택을 제공해도 판매율의 큰 차이는 없었다고 경험을 전했어요.



그러니까 CJ대한통운은 탐나는 파트너예요

CJ대한통운은 ONE(오네)서비스를 만들고 그간 2~3일씩 걸리던 택배를 1~2일로 줄이고, 배송 서비스를 세분화했으며 최근에는 주 7일배송까지 시작했어요. 다른 유통기업들이나, 자사몰에 집중하는 브랜드들은 쿠팡의 전유물로만 여겨진 ‘빠른 배송’과 ‘7일배송’이라는 경쟁력을 CJ대한통운을 통해 얻을 수 있게 된 거예요.


CJ대한통운이 7일배송을 도입함과 동시에 여러 기업들에서 ‘7일배송합니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건 ‘우리도 쿠팡처럼 배송해 줄 테니까 여기서 구매하세요’라는 의미라고 봐요.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택배기사들의 과로 논란 등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우리 배송 빠르다고 마케팅하기

그런 의미에서 쿠팡을 제외한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이 CJ대한통운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게 된 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해요. 신세계그룹은 CJ그룹은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협력을 시작했죠.


G마켓·옥션 스타배송 (사진: 신세계 뉴스룸)
SSG닷컴 트레이더스 당일배송 확대 (사진: 신세계 뉴스룸)

대표적으로 G마켓은 일주일 내내 도착일을 보장하는 '스타배송'을 홍보했고, SSG닷컴은 수도권의 트레이더스 배송을 CJ대한통운의 ‘오늘 오네’로 전환했어요. SSG닷컴은 특히 배송 옵션을 세분화한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이고요. 11번가도 최근 주말 당일배송을 시작했답니다.


사진: 마마캣

몇몇 자사몰에서도 비슷한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요. 고양이용품 쇼핑몰 마마캣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처음 보이는 이미지가 CJ대한통운의 주 7일 택배를 이용 중이라는 내용이었어요.


사진: 코코블랑


의류 쇼핑몰 코코블랑은 ‘오늘출발🚚’ 카테고리를 따로 두어서 이 상품들은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요. 이외에도 크림치즈마켓, JSTYLE 등 특히 여성 의류 쇼핑몰에서는 ‘빠른 배송’을 강조하는 상세이미지나 배너를 자주 확인할 수 있었어요. 타깃하는 고객의 소비패턴이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 잘 활용되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배송에도 이름이 생겼어요

그리고 배송에 이름이 붙기 시작했어요. 빠르게 배송한다고 하면 바로 쿠팡의 ‘로켓배송’이 생각나는 것처럼 배송 브랜드를 만든 건데요. G마켓의 ‘스타배송’, 11번가의 ‘슈팅배송’, SSG닷컴의 ‘쓱배송’, 컬리의 ‘샛별배송’, 롯데온의 ‘내일ON다’ 등 소비자가 기억할 수 있는 이미지인 셈이죠.


이름까지 짓게 된 건 그만큼 배송 서비스가 중요해졌고, 마케팅으로 활용될 가치가 높다는 의미라고 봐요. 이전에는 빠르게 배송해 주는 곳이 적고, 2~3일은 걸려야 택배가 도착했으니 크게 차별화가 필요 없었지만요. 이제는 다음날에 배송해 주는 게 기본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아서 그 안에서도 브랜드를 만들고 무엇을 더 잘하는지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사진: 컬리

대표적으로 컬리를 예로 들어보면 새벽배송의 선두주자라는 이유도 있지만, 싱싱한 채소나 과일을 구매하고 싶으면 컬리의 샛별배송을 찾게 되잖아요. 컬리의 샛별배송은 이동할 때에도 온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산지에서 소비자의 문 앞까지 신선하게 상품을 배송해 줄 거란 믿음이 있어요.


CJ대한통운의 오네서비스도 마찬가지예요. 원래는 택배를 받는 입장에서 물건만 잘 오면 되니까 택배사를 잘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내 상품에 오네서비스가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 보게 돼요. 가구를 구매할 때는 ‘로켓설치’가 가능한지, 또는 희망하는 날에 배송이 되는지 고려하게 되고, 똑같은 상품이더라도 더 빨리 배송받을 순 없는지도 찾아요. 이런 트렌드를 보면 이후에는 더 다양하고 차별화된 배송 옵션을 제공해야만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을 거라 추측하게 되는데요. 단지 물건을 갖다 주는 게 택배의 기본적인 소양처럼 여겨졌던 과거와는 다르게 ‘우린 이렇게도 배송하고, 저렇게도 배송한다’고 말하는 마케팅 문구도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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