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표님. 오늘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네? 오늘이었나요?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플러깅한다고 전 직원들과 멀리 해안가에 나와있는데 어쩌죠?"
1시간 40분을 달려 도착한 판교의 사무실 앞. 인터뷰 주인공이 자리에 없다는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전 직원과 환경 정화에 나선 그를 탓할 수는 없었어요. 오히려 우리 모두의 책임인 환경 문제에 그와 직원들이 몸소 실천하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문득 되돌아보게 됐죠.
박준수 톤28 공동대표는 화려한 말보다 "착한 척하는 것으로는 브랜드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솔직한 철학으로 브랜드를 일궈왔어요. LG전자 선행연구소 연구원이던 그가 화장품 업계로 진로를 바꾼 건 10년 경력의 정마리아 대표가 건넨 뜻밖의 제안이 계기였죠.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톤28이 독자적 위치를 확보한 비결은 '환경 혁명'이라는 뚜렷한 비전이었어요. 세계 최초로 액상 화장품용 종이 패키지를 개발하고, 구독 서비스로 과잉 생산 문제에 대응하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설거지바와 샴푸바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해 나갔죠.
이번 인터뷰에서는 기존의 완벽주의적 이미지에서 한 발 나아가, 보다 인간적이고 포용력 있는 브랜드로 발전해 온 톤28의 여정을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박준수 공동대표가 솔직하게 들려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온 이야기,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환경 혁명을 향한 새로운 도전까지 함께 살펴보아요! 👀
톤28이라는 브랜드명에 담긴 의미와 창업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톤28은 정마리아 공동대표의 근원적 성찰에서 시작되었어요. "아름다움이라는 명분 아래 끊임없이 양산되는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깊은 고민이었죠. 이 문제의식을 안고 저를 찾아왔을 때, 저는 LG전자 선행연구소에서 기술 혁신의 길을 걷고 있었어요. 화장품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환경 문제만큼은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숙제였죠.
이렇게 '안전한 화장품'과 '환경 보호'라는 두 가치의 교차점에서 2016년 '톤28'이 첫 호흡을 시작했어요. 브랜드명 속에는 우리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죠. 'TOUN'은 얼굴의 T존, O존, U존, N존처럼 각 부위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이고, '28'은 여성의 생리 주기이자 피부 재생 주기를 상징하는 숫자예요.
톤28은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천연 화장품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어요. 개인별 피부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최적화된 화장품을 친환경 종이 용기에 담아 28일마다 정기적으로 전하는 방식이죠. 더 나아가 2021년부터는 해남에 직접 농장을 일구며 원료 재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어요.

이처럼 톤28은 환경 보호의 가치와 기술 혁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천하며 나아가는 여정 그 자체가 우리의 정체성이 되었죠.
초기 톤28을 시작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가치는 무엇이었나요?
우리가 주목한 건 산업혁명이 가져온 아이러니한 결과였어요. 산업혁명으로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게 되었고, 삶의 질의 평등성이 높아졌죠. 하지만 이제는 과잉 생산의 시대에 들어섰어요. 옷의 80%가 입혀보지도 못한 채 버려지고, 사람들은 물건의 효용이 다하지 않았는데도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요.

화장품을 단순히 '아름다움을 위한 소비재'가 아닌, '환경 혁명을 이끄는 도구'로 재정의하고자 했던 거죠. 저희가 추구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위한 실천에 함께 동참하는 경험이에요. 매 구매가 작은 혁명의 일부가 되는 거죠.
초기부터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고수하셨는데, 이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친환경이라는 가치는 저희에게 양날의 검 같았어요. 브랜드를 강력하게 차별화하는 무기인 동시에, 때로는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했죠. 이 감옥은 사실 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어요. '진정한 친환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저희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들었으니까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의 딜레마가 대표적이었어요. 매월 제품을 배송하다 보니 연간 12개의 용기가 필요했는데,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1년에 화장품을 3-4개 정도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환경적으로는 오히려 역효과였죠. 그런 모순 속에서 치열한 고민이 시작됐어요. 원칙주의적 고객들은 저희의 작은 타협조차 비판했고, 신규 고객들은 불편함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갔어요.
그 과정에서 깨달은 중요한 통찰이 있었어요. 한 사람의 100% 완벽한 실천보다, 만 명의 20% 참여가 환경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이요. 이것이 저희가 브랜드를 확장하면서도 본질을 지킬 수 있었던 철학적 기반이 됐어요. 물론 이런 방향 전환 과정에서 저희의 원칙이 흔들린다고 느끼고 떠나는 직원들도 있었죠.
역설적이게도, 이런 내적 갈등과 끊임없는 고민이 톤28의 진정성을 형성했어요. 완벽한 해답을 찾지 못해도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방식을 모색하는 그 여정 자체가 저희의 정체성이 된 거죠. 치열한 내면의 투쟁이 브랜드의 깊이와 진실성으로 투영되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환경 운동의 본질이란 완벽한 해결책보다는 끊임없는 질문과 실험, 그리고 점진적 변화의 과정 그 자체가 아닐까요?
세계 최초로 종이 패키지 화장품을 선보이실 때, 어떤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종이 패키지 개발은 저희에게 1년이라는 긴 인내의 시간을 요구한 도전이었어요. 처음 이 아이디어를 업계에 던졌을 때, 모든 패키지 제조사들이 한결같이 '불가능하다'는 반응이었죠. 액상 화장품을 담을 수 있는 종이 패키지는 당시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기술적 난제들을 하나씩 극복해가며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직면한 또 다른 딜레마가 있었어요. 완벽한 종이 패키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4.2g의 플라스틱 성분이 여전히 필요했거든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었죠.

그 지점에서 저희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렸어요. '완벽한 제로'라는 이상보다 '현실적인 혁신'을 추구하기로 한 거죠. 기존 플라스틱 용기가 50g 이상 소요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4.2g은 90% 이상의 획기적인 감소였으니까요.
물론 일부 제로웨이스트 진영에서는 이런 저희의 접근을 '그린워싱'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이것이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최선의 혁신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환경 문제는 단박에 완벽하게 해결될 수 없는, 점진적 개선의 여정이라고 믿었으니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자.' 이것이 저희가 종이 패키지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진정한 메시지예요. 환경 운동이라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만의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불완전하지만 의미 있는 여정이라는 철학이 담겨 있었죠.
'설거지바'로 시작된 고체 제품군이 브랜드 성장에 어떤 전환점이 되었나요?
설거지바는 톤28의 생존 서사에서 가장 극적인 전환점이었어요. 코로나19가 모든 비즈니스 풍경을 재편하던 그 혼돈의 시기, 저희의 대면 맞춤 구독 서비스는 사실상 존폐 위기에 직면했죠. 매출 그래프는 수직 낙하하고 있었고, 창업 이래 처음으로 일부 직원들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그때 설거지바가 마치 구명정처럼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여정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어요. 소비자 인식의 장벽이 첫 번째 난관이었죠. 고체 타입 제품에 대한 기존 인식의 틀 속에서 설거지바는 그저 '비누'로 카테고리화되었고, 이는 필연적으로 낮은 지불 의사로 이어졌습니다. 일반 주방세제가 3-4천 원대에 형성된 시장에서, 저희 설거지바의 7-8천 원이라는 가격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으니까요.
그 지점에서 저희가 선택한 전략은 '제품의 본질적 재정의'였어요. 단순한 포지셔닝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과정이었죠. 저희는 설거지바를 '주방용 비누'가 아닌 '식품용 세제'로 재정립했어요. 100% 식품 등급 원료만을 사용해 식기는 물론, 과일과 채소까지 안심하고 세척할 수 있는 제품으로요. 이는 단순한 마케팅 레토릭이 아닌, 제품의 본질적 가치였죠.
와디즈 펀딩을 통해 저희는 먼저 '얼리어답터'라는 특별한 소비자층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이들은 제품의 가격보다 가치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이었죠. 놀랍게도 이 작은 시작이 입소문을 타며 유기적 확산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쿠팡에서 설거지바 카테고리 1위라는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설거지바의 성공을 통해 저희는 '화장품 회사'라는 기존의 정체성을 넘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더 넓은 비전의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어요.
설거지바의 성공 이후, 톤28의 브랜드 정체성은 어떻게 진화했나요?
설거지바의 성공은 단순한 제품 하나의 히트를 넘어 저희 브랜드의 존재 이유를 재정의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어요.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그 순간, 오히려 저희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죠.
'톤28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가?'
소비자 설문을 통해 마주한 현실은 다소 냉정했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도, 실제 소비 패턴은 여전히 편의성과 효율성에 크게 좌우되고 있었거든요. 많은 고객들이 처음에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다가도, 일상의 불편함과 경제적 부담 앞에서 결국 기존의 소비 습관으로 회귀하는 패턴을 보였죠.
이 지점에서 저희는 브랜드의 방향성에 관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했어요. 완벽한 친환경을 추구하는 코어 유저보다는,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불편함은 감수하고 싶지 않은 더 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의 변화가 아닌, 브랜드 철학의 근본적 재검토였어요.
재생 플라스틱 펌프 용기, 유리 패키징 등의 새로운 제품군 출시는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었죠. 물론 이런 변화는 초기부터 저희와 함께해 온 열성 팬들에게는 일종의 '타협'으로 비치며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진정한 환경적 임팩트는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에서 비롯된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착한 척하는 것으로는 브랜드가 커지기 어렵다"는 인사이트를 얻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그 깨달음은 사실 꽤 고통스러운 자기성찰의 과정에서 왔어요. 창업 초기에는 환경을 위한다는 사명감이 너무 강했죠. 거의 모든 의사결정이 '이게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에는 이런 회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사업을 이어갔죠.
하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했어요. 저희가 환경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수록, 오히려 다양한 관점에서의 기대와 평가를 마주하게 됐거든요. 환경 문제에 깊이 공감하는 소비자들은 더 높은 기준을 요구했고, 일반 소비자들은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먼저 찾았어요. 이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죠.

수익과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던 어느 밤, 스스로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어요. '우리는 어떤 기업이 되고 싶은가?' 과거 다양한 기업 모델을 연구했던 경험에서, 많은 가치 지향적 기업들이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임팩트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저희도 그 고민의 한가운데 있었어요.
그 순간 깨달았죠. 진정한 환경 혁신은 경제적 지속가능성이 뒷받침될 때 더 큰 파급력을 가진다는 것을요.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더 많은 소비자에게 친환경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자원으로 더 혁신적인 환경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죠.
환경과 비즈니스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저희가 찾은 균형점이었어요. 이는 가치를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임팩트를 위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해요.
리브랜딩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리브랜딩의 본질적 축은 '행동하는 아름다움'에서 '의식 있는 아름다움'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었어요. 이는 단순한 슬로건 변경이 아닌, 브랜드의 근원적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여정이었죠.
처음에는 '행동하는'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무게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단어가 '행동하는 양심'처럼 소비자에게 일종의 도덕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마치 톤28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 행위가 환경에 대한 무관심이나 방관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분법적 구도를 만들고 있었던 거예요.
MZ세대 소비 심리를 심층 분석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특성을 발견했어요. '상위 침묵'이라는 현상인데, 이들은 특정 가치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경향이 있더군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내면적으로는 공감하지만, 그것이 소비 결정의 절대적 기준이 되지는 않는 복합적인 심리였죠.
이런 통찰을 바탕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어요. 회사 내에서 '진정성', '착한', '환경 보호' 같은 단어들을 아예 금기어로 지정한 거죠. 이 단어들이 소비자에게 주는 압박감과 심리적 저항감을 인식했기 때문이에요. 대신 환경에 관심은 있되 깊이 있는 실천까지는 어려운 보통의 소비자들을 포용하는 언어와 비주얼 시스템을 구축했죠.
디자인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어요. 초기의 무채색 중심의 미니멀한 톤앤매너에서 벗어나, 더 다채롭고 컨템포러리한 비주얼 시스템으로 진화했죠. 이는 단순히 '예뻐 보이기 위한'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본질적 변화를 반영한 결정이었어요. '부담스러운 환경주의'가 아닌,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환경적 가치'를 지향하게 된 거죠.
결과적으로 이 리브랜딩은 예상을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켰어요. 특히 MZ세대의 폭발적인 호응은 저희의 방향성이 옳았음을 증명해 주었죠.
'선 넘는 사람들'이라는 기업의 철학이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우리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죠. "우리는 선을 넘었다"라는 강렬한 문구가 적힌 포스터입니다. 그 아래에는 '고객이 아닌 참여자', '제품이 아닌 가치', '비즈니스가 아닌 무브먼트'라는 우리가 과감히 뛰어넘은 경계들이 담겨 있어요.
이 철학은 단순한 슬로건을 넘어 우리 조직의 DNA로 스며들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예를 들자면, 우리 회사에는 '마케팅팀'이 존재하지 않아요. 대신 '패러다임팀'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죠.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비즈니스 접근 방식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마케팅이 시장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조정한다면, 우리는 과감히 그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환경 캠페인만 봐도 그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죠. 많은 기업들이 대중의 관심이 높을 때만 열성적으로 활동하다가 트렌드가 바뀌면 조용히 철수하지만, 우리는 시장의 반응과 무관하게 신념을 지켜왔어요.

이런 철학은 인재 영입 과정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면접장에서 우리가 던지는 첫 질문은 "당신은 선을 넘을 준비가 되었나요?"입니다. 기존 마케팅 공식에 익숙한 경험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시장의 요구를 좇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도하고자 해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선 넘기'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힙한 브랜드'로의 변신 과정에서의 핵심 전략이 궁금합니다.
톤28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양윤희 본부장의 첫 면접 순간은 우리 브랜드 역사의 변곡점이었습니다. 패션 브랜드 '배드테이스트' 창업자로서 독특한 감성과 문화적 통찰력을 지닌 그녀의 첫 마디가 회의실을 뒤흔들었죠.
"이 회사는 좀 더럽혀져야 MZ들이 좋아할 거예요."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오랜 시간 '깨끗함'과 '완벽함'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여겨왔던 우리에게는 거의 신성모독과 같은 발언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도발적인 한마디가 우리의 시선을 180도 전환시키는 촉매제가 되었죠.
우리가 그동안 추구했던 것들을 곰곰이 돌아보니, 브랜드로서 너무 완벽하게 보이려 했던 거예요. 모든 콘텐츠가 정제되고, 모든 메시지가 계산된, 말 그대로 '흠 없는' 브랜드였죠. 하지만 MZ세대의 '진정성 레이더'는 그런 완벽함을 오히려 불신하더군요.
양 본부장이 말한 '더럽힘'은 사실 '인간화'의 다른 표현이었어요. 결점과 실수를 숨기지 않고, 브랜드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MZ세대와의 진정한 교감의 시작점이었죠.
가장 극적인 변화는 소셜미디어 전략이었어요. 우리는 과감히 인스타그램에 직원들의 춤추는 모습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일부 팀만 참여했지만, 점차 다른 부서로 확산되더니 결국 대표님까지 동참하셨죠. 그 영상들은 전문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약간은 어설프지만 진솔한 모습 그대로였어요.

환경 캠페인도 완전히 다른 접근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기존의 '지구를 구하자'라는 무거운 메시지 대신, '쓰레기 줍기'를 하나의 놀이문화처럼 재창조한 거죠. 슬픈 바다거북이 사진 대신, 형형색색의 쓰레기로 만든 예술 작품을 선보였고요.
결과적으로 20대 소비자층이 급증했고, 성수동의 힙한 편집숍들로부터 협업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죠. 심지어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러브콜이 왔어요. 이제 우리는 '완벽하지 않음'의 미학을 온전히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우리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이 되었죠.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배경과 그 효과는 어떠했나요?
샴푸바 무료 체험 프로그램은 저희에게 값진 깨달음의 여정이 됐어요. 이 도전적인 시도 뒤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가설이 자리했죠.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은 실제 경험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것과, 단 한 번의 사용만으로도 제품의 본질적 가치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였어요.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저희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됐죠. 10만 개의 샴푸바를 무상으로 배포하는, 수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거예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저희의 예상과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재구매율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이는 저희의 근본 가정 자체가 시장 현실과 괴리가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줬어요.
이 쓰라린 경험을 통해 저희는 소비자 행동의 심층적 메커니즘을 깨닫게 됐죠.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경험 부재가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편의성 사이의 복잡한 균형에 있다는 것을요. 환경을 위한 일시적 결단은 있을지언정, 일상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편리함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했어요. 이는 이후 우리의 제품 개발 방향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재생 플라스틱 도입 등 브랜드 확장 과정에서 소비자 반응을 어떻게 관리하셨나요?
재생 플라스틱 도입은 저희 여정에서 가장 치열한 내적 갈등을 불러일으킨 결정이었어요. 예상했던 대로 시장은 양분됐죠. 약 70%는 "드디어 톤28 제품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고, 30%는 "브랜드가 초심을 잃었다"며 실망감을 표했죠.
이런 양가적 반응 앞에서 저희가 선택한 전략은 철저한 투명성이었죠. 재생 플라스틱이 가진 근본적 한계—단 한 번의 재생 사이클만 가능하고, 전체 플라스틱 중 20-30%만이 재활용 시스템에 편입된다는 냉엄한 현실—을 숨김없이 공유했어요.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균형점이라는 저희의 고민을 솔직하게 나눴죠.

더 나아가 우리는 이러한 타협을 보완할 새로운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5년 4월부터 도입될 '환경 포인트' 제도는 제품의 환경 영향도에 따라 차등적인 혜택과 부담을 주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샴푸바 같은 친환경 제품 구매 시에는 환경 포인트를 지급하고, 재생 플라스틱 제품에는 환경 부담금을 부과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에 실질적인 가치 판단을 연결시키는 거예요. 이렇게 조성된 재원은 다시 친환경 제품 개발과 환경 보호 활동에 투자됩니다.
이는 단순한 보상체계가 아닌, 소비 행위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가시화하는 교육적 장치에 있어요. 우리는 이를 통해 '완벽한 친환경'이 아닌 '현실적인 친환경'으로의 점진적 전환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K-뷰티 생태계에서 '친환경'의 진화적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K-뷰티 시장의 '친환경' 패러다임은 지금 흥미로운 변곡점을 지나고 있어요. 한국은 환경 의식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죠.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직 일상화되지 않은 정교한 분리수거 시스템이 우리에겐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것처럼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선진적' 환경의식이 글로벌 시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도전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가장 뼈아픈 교훈을 얻은 사례를 들자면, 미국 시장에 1억 원 규모의 고체 비누를 수출했던 경험이 있죠. 환경 철학에 충실하게 비닐 포장을 배제하고 코팅 처리도 하지 않은 순수 종이 상자로 제품을 선보였는데... 적도를 관통하는 물류 과정에서 40-50도까지 치솟는 온도에 제품이 완전히 변형되고 말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경쟁사들은 겉으로는 친환경 포장을 표방하면서도 내부에는 비닐 코팅을 적용하고 있더군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체감한 순간이었죠.
이런 쓰라린 경험들이 저희에게 '친환경'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요구했어요. 완벽하지만 실현 불가능한 친환경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지속가능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죠. 예컨대 수출용 제품에는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보호 포장을 도입하되, 이로 인한 환경적 부채를 상쇄할 수 있는 체계적인 환경 부담금 제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요.
앞으로 K-뷰티 생태계에서 '친환경'은 더욱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개념으로 진화할 거예요. '무조건적 친환경'이라는 단선적 접근에서 벗어나, 기술적 현실과 지구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지혜로운 친환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거라 봐요.
비건 화장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톤28의 포지셔닝 전략은 어떻게 보시나요?
톤28의 비건 화장품 시장 포지셔닝은 미학적 균형과 실용적 현실 사이의 섬세한 줄타기와도 같아요. 저희는 비건 인증과 할랄 인증을 획득했음에도 이를 브랜드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택했죠.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시장의 심층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선택이었어요.
시장 생태계의 다양한 위치를 살펴보면, '윌릭스' 같은 순수 비건 브랜드들은 명확한 아이덴티티로 특정 소비자층과 강력한 정서적 연결을 형성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선명한 정체성은 역설적으로 시장 확장성에 제약을 가져오기도 하죠. 저희는 비건이라는 가치를 깊이 존중하면서도, 이를 브랜드의 유일한 정체성으로 한정 짓지 않는 유연한 균형점을 찾고자 했어요. 이는 마치 저희가 '친환경'을 대하는 철학적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죠.
그렇다고 이것이 저희의 가치 지향성이 약화되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에요. 오히려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동물실험 거부가 보편화되기 전부터, 저희는 이를 브랜드 DNA의 근간으로 삼아왔죠. 다만 이러한 가치를 대중과 공명할 수 있는 언어로, 더 포용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에요.
앞으로 톤28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이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가 추구하는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의 완성이에요. 이건 단순한 비즈니스 목표를 넘어서, 창업 때부터 저희의 DNA에 새겨진 근본적인 비전이죠. 8년이 지난 지금도 이 꿈만큼은 포기한 적이 없어요.
실제로 저희 회사 내부에는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빅데이터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에요. 구체적인 타임라인으로는 약 2년 후, 회사의 수익 구조가 더욱 안정화되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계획이에요. 비대면으로 개인화된 맞춤 화장품을 주문받아 실시간으로 생산하고 다음날 배송하는 시스템을 글로벌 규모로 확장하는 거죠.
이는 단순히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차원이 아니에요. 화장품 산업의 생산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전환하는 혁신적 도전이죠. 기존의 대량생산 방식이 아닌, 개인별 피부 상태와 환경 요인에 최적화된 제품을 그때그때 생산해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거예요.
이런 도전들은 모두 하나의 방향성을 향하고 있어요. 바로 '환경 혁명 시대'를 여는 것이죠. 이건 8년 전 창업 당시 저희가 품었던 꿈이고,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예요. 때로는 효율성이나 단기 수익 측면에서 최적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산업과 소비자, 그리고 환경 모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해요.
※ 오늘의 큐터뷰는 조인후 작가님이 작성하고, 큐레터가 편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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