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짭짤한 감자칩,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감자칩이 무엇이냐 하면 ‘허니버터칩’이 떠오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허니버터칩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돌아다니고, 상품을 편의점마다 배송하는 차를 쫓아다니기도 했었죠. 이게 벌써 10년 전 일이래요.

허니버터칩을 구하기가 워낙 어려우니까 ‘헝거 마케팅(상품의 희소성을 높여 구매 욕구를 높이는 마케팅)’이라는 인식도 있었어요. 실제로 감자칩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허니버터칩을 사고 싶어 했고, SNS에 구매 인증샷을 자랑스럽게 올리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결국 해태제과는 공장을 더 세워서 생산량을 늘렸고, ‘품절 대란’은 마무리됐습니다. 허니버터칩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니 오히려 인기는 떨어졌지만요.
이후 편의점 업계는 허니버터칩으로 재미를 봤는지 본격적으로 특색 있는 상품을 유통하거나, 직접 협업해서 만들기에 이르렀어요. 먹태깡, 아사히 생 맥주캔, 두바이 초콜릿 등이 그것이죠. 그렇게 편의점은 트렌디하고, 집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어 구매가 편리한, 핵심적인 유통 매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트렌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요! 👀
SNS에서 핫한 그 상품, 고작 4개월 만에 없어진다?

편의점 히트 상품의 인기가 빠르게 뜨고, 빠르게 지고 있어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인기 상품의 수명은 과거 평균 22개월가량이었지만, 최근에는 4개월 정도로 짧아졌다고 해요. 생각해 보면 허니버터칩은 공장을 추가로 세울 정도로 인기였지만, 최근에 유행했던 ‘두바이 초콜릿’이라든지, 흑백요리사 ‘밤 티라미수’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빠르게 식었잖아요. 실제로 두바이 초콜릿은 지난해 7월, 출시 첫날 20만 개가 팔렸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하루 3000개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두바이 초콜릿 이후 바통을 이어 받은 편의점 디저트는 ‘수건케이크’인데요. 중국의 디저트 ‘마오진젠(毛巾卷)’에서 유래했다는 이 케이크는 수건을 말아놓은 듯한 모양이 특징이에요. 사전예약 판매에선 4일 만에 4500개가 팔렸고, GS25의 사전 판매에서도 당일 4000개 물량이 완판됐을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그렇지만 최근 편의점 인기 상품의 수명이 줄고 있는 트렌드를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유행이 저물지도 모르죠.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SNS’ 탓이 커요. 최근 편의점에서 인기를 끈 상품들은 대부분 해외의 SNS에서 먼저 유행했던 디저트를 빠르게 들여오거나, 화제가 된 OTT 콘텐츠의 출연진 또는 인플루언서와의 콜라보를 통해 출시됐거든요. 그리고 이 신상품들을 먹고 리뷰를 남기는 SNS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면서 다시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바이럴되는 모습이죠. ‘SNS 제철음식’이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입니다.

소비자들은 정보를 접하고 “즐겨보던 콘텐츠의 출연진과 콜라보해서 나왔으니 먹어봐야지” 또는 “유튜브에서 맛있다던데? 먹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편의점에 방문하게 돼요.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Z세대인데요. BGF리테일에 따르면 SNS에서 이슈가 된 아이템의 출시 초기 최대 구매자는 20대, 10대, 30대 순으로 나타났어요. 요즘 Z세대가 좋아하는 ‘SNS에서 자주 보이는 음식’들은 모두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는 말도 있죠.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한 번 경험한 상품을 다시 소비하는 경우가 적어요. 워낙 SNS 트렌드가 계속해서 변하는 이유도 있고, 애초에 이슈가 돼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니까요. 재미나 흥미로 인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맛이 없다는 후기도 종종 보이고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SNS에서 이슈된 편의점 신상품이 나온 초기에는 반짝 ‘품절 대란’이었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거죠.
SNS 탐색이 주요 업무가 됐다
제일 좋은 건 SNS에서 인기 있어서 출시한 상품이 맛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소비자들이 계속 구매하도록 만드는 건데요. 여기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어요. 경쟁 편의점 또는 다른 유통기업들이 먼저 SNS에서 인기 있는 신상품을 선보이기 전에 출시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렇게 생각하면 갑자기 SNS에서 핫해져서 출시한 상품이 오랜 기간 사랑받는, 잘 만든 상품이 되기에는 쉽지 않죠.

실제로 CU의 ‘밤 티라미수 컵’은 흑백요리사에서 등장하고 SNS에서 이슈가 되자, 방송 공개 일주일 만에 (밤 티라미수를 만든)권성준 셰프와 콜라보해서 출시했어요.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밤 티라미수를 먹고 극찬한지라 기대감이 높아졌고, 예약 판매 단계에서 20분 만에 20만 개가 팔렸다고 해요. 그러나 편의점판 밤 티라미수는 ‘너무 달다’, ‘인공적인 맛이라 아쉽다’ 등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후에는 권성준 셰프가 피드백을 수용해서 맛을 보완한다고 전했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다른 디저트로 유행이 넘어간 듯 보입니다.
한편, GS25는 CU가 밤 티라미수 판매를 시작한 그날 밤, 곧바로 밤을 활용한 (콜라보는 아니지만)티라미수 디저트를 출시하기도 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 운영 기업 직원들의 주요 업무가 커뮤니티, 틱톡 등 SNS를 탐색하는 일’이라는 말도 있다고 해요. ‘단독’, ‘최초’라는 타이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상품의 출시 속도에 초점이 맞춰지니까 퀄리티가 아쉬워지고, 유행이 빨리 지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빨라지는 마케터의 시계
그럼에도 다시 지금의 편의점 이미지를 떠올려보면요. 확실한 건, 편의점이 Z세대들에게 트렌디한 핫플레이스가 됐고요. 아직 소비자들이 접하지 못한 해외의 상품이나, 새로운 트렌드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는 거예요. 히트 상품의 인기가 오래 가지는 않는다지만, 미끼 상품의 역할도 가능해서 다른 상품을 구매할 확률도 높아지고요. 먹태깡 사러 갔다가 맥주도 한 캔 사고 나오는 겁니다.
이러한 편의점 업계의 노력은 실제로 성과를 보이고 있죠.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17.3%로 백화점(17.4%)을 바짝 추격하고 있어요. 물론, 여기에는 경기불황, 가구 구성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이대로라면 편의점이 오프라인 ‘1위’가 될 거라는 전망이에요.
이렇게 편의점이 트렌디해질수록, 상품들이 경쟁력을 갖출수록, 마케터도 빨라질 수밖에 없어요. 상품을 빠르게 알리는 것은 물론, 이 신상품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여기서 어떤 콘텐츠가 탄생하게 될지 모두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죠. 지금은 CU의 대표 상품 중 하나가 된 ‘연세우유 크림빵’은 크림이 가득 들어 있어서 이걸 반으로 갈라 SNS에 인증하는 사진을 업로드하는 게 유행했거든요.
트렌드의 주기가 빨라졌다는 건, 마케터의 입장에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사실 편의점뿐만 아니라 대왕 카스텔라, 흑당 버블티 등을 생각해 보면 소비 트렌드 수명은 이미 줄은지 꽤 된 것 같아요. 그 중심에는 SNS에 친숙한 소비자들이 있고요. 마라탕과 탕후루가 유행이었을 때, ‘마라탕후루’ 챌린지가 떠서 인기를 더했던 것처럼 SNS를 기반으로 어떤 콘텐츠가 탄생할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마케터들의 재미있는 전략이 탄생할 수 있는 기회예요.
편의점으로 마케팅하기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들에게는 편의점이 매력적인 판매 채널로 떠오른 셈이에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출 수 있는 거니까요. 무신사스탠다드와 GS25의 협력이 비슷한 사례인데요. 무신사스탠다드는 ‘무신사스탠다드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3월 2일부터 바람막이, 반팔, 양말 등 총 12종의 GS25 전용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특히 10~30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무신사스탠다드가 현재 Z세대들의 핫플레이스 편의점에서 판매된다는 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죠. 마케터들이 편의점을 통해 마케팅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진 것 같아요.
이런 협업도 생각해 볼 법 해요. 올리브영에서 몇 만 원 수준에서 판매되던 리들샷이 다이소에서 성분을 바꾸고, 기능을 낮춰 3천 원에 판매해 대박이 났었잖아요. 편의점의 가격대와 기존 우리 브랜드의 가격대가 적절하지 않다면 ‘미리 보기’, ‘맛보기’ 형식으로 전용 제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죠.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게다가 편의점의 접근성, 구매의 간편성까지 생각하면 더욱 쉽게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고요. 트렌드의 수명이 짧아진 편의점 입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 브랜드와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윈-윈할 수 있는 지점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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