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케터 초인님의 경험이 담긴 이야기 벌써 세 번째 시간입니다! 😮
지난번에는 어렵고 불편했던 상사를 든든한 조력자로 만든 이야기였어요. 상사와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셨나요? 저는 '본질적으로 내가 일을 잘하게끔 하기 위해, 일이 더 잘 되게 도움을 주는 것이 상사의 역할'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 두 번째 이야기: 상사가 어렵고 불편한 존재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까지
그리고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땀범벅 프레젠터의 생존기'예요. 여러분에게 필요한 팁을 꺼내가시길 바라요!
일에서 말을 하는 순간
회사 생활에서 언젠가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발표'죠. 조금 더 어렵게 말하면 '프레젠테이션'이라고 하고,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스피치'도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피해 갈 수 없는 발표와 스피치, 누군가에게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해요.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그걸 보완하고 키울 수 있는 방법, 더 나아가 나만의 무기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세상에서 발표가 가장 두려웠던 한 사람의 생생한 이야기예요.
땀범벅 프레젠터의 시작
신입사원인 저에게 어느 날 발표의 시간이 찾아오는데요. 문화 트렌드에 대해 조사하고, 정리해서 발표하는 자리였어요. 주어진 일이기에 해야 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수십 명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열심히 장표를 만들고 대본도 썼어요. 대학교 때 몇 번 발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료 준비와 전할 내용만 잘 외우면 무난하게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발표 당일, 자리에 섰는데요. 느낌이 이상한 거예요. 제가 서 있는 공간이 회의실이 아니라, 처음 서보는 무대처럼 낯설었어요. 앞에 있는 분들은 모두 저를 보는 관객 같았고, 어색하게 입을 여는데 이상하게 한마디 한마디가 부자연스럽고 다음 말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외웠던 말들이 점점 기억에서 사라졌고, 발표를 하는 건지 장표를 읽는 건지 모르는 채로 끝났어요.
발표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온 순간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특히 양팔 안쪽의 분수대에서요. '사람 몸에서 이렇게나 많은 땀이 나올 수도 있구나' 했죠. 발표는 최악이었고, 저는 세상 어디론가 사라져 숨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렇게 저의 첫 발표는 실패했고, 땀범벅 프레젠터는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자로 서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죠.
이번엔 로봇 프레젠터
이후 회사 생활을 하다가도 발표의 기회가 스멀스멀 다가올 때면, 이런저런 이유로 잘 피해 갔어요. 발표가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였거든요. 그나마 회의에서는 앉아서 N 분의 1 역할만 하면 됐지만, 발표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했기에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나 수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피해 왔던 그 순간을 다시 만나게 돼요. 팀에서 여럿이 나눠서 하나의 세션을 발표해야 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관객은 회사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파트너사 직원들이었기에 부담은 더 컸어요. 다행히 일부의 세션을 5분 정도만 하면 되는 자리였어요. 이번에는 처음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전할 말을 통으로 외웠습니다. '외우고 연습하고'를 반복하면서 툭 건들기만 해도 자동으로 말이 나올 수 있게 준비했어요.
그렇게 두 번째 발표의 순간을 만났습니다. 이번엔 다행히 대사를 잊거나, 더듬거리지 않고 해낼 수 있었고 땀도 첫 발표만큼 많이 나지 않았어요. 처음에 했었던 발표를 생각하면 많은 발전이었죠. 나름 첫 실패를 조금은 극복했다고 생각했어요. 그 피드백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아까 발표하신 분 로봇 같았어요. 너무 어색해서 집중이 어려웠어요. 듣는 분들이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편하게 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행사를 마친 후, 한 청중으로부터 받은 설문의 피드백에는 저를 지칭해서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땀범벅 프레젠터에서 딱딱한 로봇 프레젠터가 된 거예요. 촬영한 영상을 보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또 다시 숨고 싶어졌습니다. 발표는 말을 외워서 그대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청중에게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깨달았어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언젠가는 또 다시 발표의 자리가 찾아오게 될 텐데' 다시 고민이 많아지게 됩니다.
카피캣이 되다
고민 끝에 고양이에서 답을 찾게 됐는데요. 발표 이야기에서 갑자기 웬 고양이? 싶죠. 설명해 드리자면, 고양이가 무언가를 따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이런 특유의 행동을 '카피캣(Copy Cat)'이라고 부르는데 '비즈니스나 상품에서 기존의 것을 유사하게 만들거나 베끼는 행위'를 말하기도 해요. 때로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잘 활용하면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죠. 오마주와 표절 그 가운데 어디에선가요.
저는 그렇게 카피캣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어요. 발표를 잘하는 강자들을 찾아 그 노하우와 모습을 저에게 적용하기로 마음먹습니다. 먼저 '발표를 가장 잘하는 사람'을 찾아보니 바로 눈에 띄는 한 분을 발견했어요. 그 당시 한국사 강의로 이름을 날리던 분이셨는데, 이분이 강의를 하면 사람들이 울고 웃었어요. 한국사 이야기를 하는데 말이죠. 저는 그분의 발표력을 카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가까이에서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저와 같은 팀에 있던 분으로 회사에서 가장 발표를 잘한다고 유명했어요. 이렇게 두 분을 카피하기로 합니다.
어떻게 카피했냐면요. 먼저 한국사 강사님은 이미 유명인이셨기에 검색만으로도 쉽게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클립 영상을 찾아서 보고, 팟캐스트 오디오로 듣고, 인터뷰를 찾아보고, 책을 읽으며 하나씩 노하우를 발견하고 익혔어요. 이걸 반복하니 그분의 가장 큰 무기를 찾을 수 있었어요. 강의할 때, 그냥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담아서 스토리텔러처럼 말을 합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사실을 전하는 것을 넘어 그 인물이 되어 말을 전해요. 그러니 사람들이 그분의 강의를 들을 때면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빨려 들어가게 되는 거죠.
다음으로 같은 팀이었던 분은 가까이서 일을 함께하는 만큼 발표에 대한 마인드, 발표 준비의 루틴 그리고 기술까지 카피할 수 있었어요. 특히 발표를 앞둔 시간 동안, 세심하게 모든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몇 가지 패턴을 발견했죠.
- 실제 발표 장소 혹은 가장 유사한 장소에서 실제 시간에 맞춰 연습하기
- 말뿐 아니라, 몸짓과 동작도 미리 준비하고 맞춰놓기
- 발표 과정에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개선점 요청해서 보완하기
이렇게 한국사 스타 강사님, 같은 팀원. 두 분을 관찰하고 발견한 걸 모아보니 각자의 강점이 뚜렷했어요. 왜 그동안 강자들의 것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을까. 그렇게 뒤늦게 발견한 것들을 카피해서 하나둘씩 저에게 적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어떻게 됐을까요?
말이 무기가 되다
놀랍게도 땀범벅 프레젠터는 로봇 프레젠터를 지나 '말의 무기를 가진 프레젠터'로 성장하게 돼요. 처음 성장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모두 손들고 나서며 경험을 쌓았어요. 그렇게 더 나은 발표의 순간을 경험하고, 계속 개선하며 나아갑니다. 발표로, 스피치로, 강의로, 커뮤니티로 영역을 조금씩 넓혀 가면서요. 무대를 넓혀가다 보니 수백 명이 함께하는 큰 컨퍼런스 무대에 서게 되고, 단독으로 방송에도 나오게 됩니다. 그것도 EBS라는 공인된 채널에서 무려 '4부작' 방송으로요. 👉 EBS 비즈니스 리뷰 <팬덤 브랜딩의 비밀>
그리고 회사원 마케터가 아닌, 세상의 마케터로 살아가는 지금은 커뮤니티 진행, 코칭까지 매일의 일상을 말의 무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 발표를 생각하면 놀라울 일이죠.
저에게 말을 무기로 만들어 준 카피캣의 기술, 이 경험을 살려 부족했던 다른 것도 하나씩 채워갔어요. 그렇게 많은 것들을 카피를 이용해서 무기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에게 발표는 어떤 존재인가요? 말 혹은 다른 것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걸 잘하는 누군가가 주위에 있을 수도 있어요. 여러분에게도 주위로부터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유용한 카피캣의 무기를 추천드려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카피캣의 무기사용법을 정리해 드릴게요. 먼저 채우고 싶은,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해요. (그 과정이 부끄럽고, 마음 아플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걸 가진 자를 발견합니다. 그 다음 디테일하게 관찰해요. 가까운 곳에 계신 분에게는 리스펙으로 다가가면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어요. (맛있는 식사와 커피, 칭찬은 필수!) 그리고 그것을 조금씩 나에게 입히는 거예요. 이 단계로 적용하면 카피캣의 무기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땀으로 가득했던 발표자가, 말로 일상을 채워온 여정을 들으시고 나니 여러분도 해보실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지금 부족하고, 힘겹고,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이렇게 세상의 것들로 여러분의 빈 곳을 잘 채워가시길 바랄게요.
다음에는 '출근길 하루아침에 제 자리가 사라지게 된 이야기'를 가져올게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릴 테니 궁금하시면 다음에도 꼭 함께해요! 😁
세상의 강자를 카피캣하는 방법
■ 채우고 싶은 부족한 부분 인지하기
→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족함부터 받아들여야 채울 수 있어요.
■ 그걸 가진 자를 발견하기
→ 다른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먼저 배울 마음부터 갖춰야 해요.
■ 디테일하게 관찰하기
→ 슥 보고, 다 아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야 해요.
■ 측근일 경우 리스펙으로 다가가기 / 유명인의 경우 검색 및 탐색하기 (책, 영상, 인터뷰 등)
→ 많은 경우가 한 번하고 말아요. 꾸준하게 다가가야 해요.
■ 그것을 나에게 입히기
→ 많은 경우가 이해만 하고 끝나곤 해요. 그걸 실제로 하나씩 적용해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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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가 어렵고 불편한 존재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까지
* 이 글의 원고는 윤진호(마케터초인)님이 작성하였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