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게이트? 패딩 충전재 혼용률 논란 정리

큐레터

by. 큐레터

25. 01. 15


지난주에 영하 10도권을 넘나드는 한파가 왔었죠. 매번 겨울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는데 퇴근길 찬바람에 귀가 똑하니 떨어질 뻔했습니다. 그런데! 그 추운 겨울에 나를 든든히 지켜줘야 하는 패딩(Padding), 정확히는 다운(Down)에 대한 슬픈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요. 패딩 게이트라고도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냐면, 몇몇 국내 중소 브랜드를 비롯해 대기업의 패딩까지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로 표기한 문제가 불거진 건데요. 이 충전재의 함량은 따뜻함의 척도와도 같잖아요. 원산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구스다운>덕다운>솜 혹은 인공 충전재 순으로 따뜻하고 다운 중에서도 솜털의 비율에 따라 보온성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죠. 그런데 이 패딩의 충전재 비율이 표기와 다르고, 기준에 미달한 제품들이 밝혀진 겁니다.


먼저 혼용률 이슈가 확인된 곳부터 말씀드릴게요!

라퍼지스토어 : 덕다운 아르틱 후드 패딩

페플 : 임팩트 포켓 덕다운 패딩

후아유 : 구스 다운 점퍼

인템포무드 : 팝 다운 패딩 재킷, 커브패널 다운 재킷

디미트리블랙 : ASI 2-WAY 푸퍼 덕다운 재킷, (VLADIMIR)리버시블 다운 자켓

굿라이프웍스 : 오버사이즈 덕다운 포켓 아노락 패딩, 오버핏 덕다운 하이넥 레이어드 패딩

라미네즈 : 라이트 크롭 덕다운


현재 무신사 뉴스룸 ‘알려드립니다’ 코너에서는 제재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업로드 중이니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밝혀지게 된 거야?

패딩 충전재 이슈가 본격화된 건 브랜드 ‘라퍼지스토어’가 한 패션 유튜버에게 다뤄지기 시작하면서예요. 패션 관련 이슈를 다루는 해당 유튜버는 라퍼지스토어의 부자재에 대한 콘텐츠를 몇 차례 업로드한 바 있는데요.


12월 8일

한 시청자가 라퍼지스토어의 덕다운도 가격이 저렴한데 ‘혹시 이것도?’ 라는 생각에 제품을 해당 유튜버에게 보냈다고 해요. 이 날 영상에서 유튜버는 해당 제품을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에 보내 시험을 맡겼으며, 충전재 문제가 있다고 밝혔어요.


12월 9일

라퍼지스토어 측은 KATRI에 시험을 의뢰했다며 인스타그램에 시험성적서를 공개하고 반박하는데요. 여기까지는 아직 큰 논란이 되지 않았고, 패딩 충전재 문제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할 수 있죠.


12월 16일

무신사가 움직이기 시작해요. 무신사는 뉴스룸 알려드립니다 코너에서 “최근 고객 제보 및 문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무신사 입점 브랜드 중에서 상품 정보 고시 미준수 등 허위광고 위반행위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해당 브랜드에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퇴점, 판매 중지 등의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전했어요. 또한 덕다운 및 캐시미어 소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죠.


12월 18일

무신사는 정책을 위반한 브랜드에 대한 제재 조치와 진행 경과에 대해 안내했어요. 여기서 라퍼지스토어에 대해서 판매 중지 조치를 진행하고, 추가 적발 시 퇴점 조치한다고 알렸고요. 동시에 페플의 제품에 대해서도 소명 자료를 요청했고, 위반 적발 시 1차 경고 조치를 한다고 전했어요.


12월 20일

페플이 공식적으로 사과영상을 올려요. 자체적으로 의뢰를 거쳐 시험성적서를 확인한 결과 표기한 충전재 혼용률과 실제 수치가 다르다며, 사과하고 환불 및 피해 보상금을 안내했어요.


12월 27일

무신사는 라퍼지스토어를 무신사와 29CM에서 퇴점 조치해요. 또한 1월 1일부터 입점 브랜드들이 혼용률 표기 및 인증 관련 법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상품의 상세 페이지에 시험 성적서를 필수로 추가하겠다고 밝히죠.


이후에는 앞서 언급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충전재 이슈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환불 및 피해 보상금 등을 안내하는 브랜드들의 사과문을 비롯해 본격적으로 공론화가 됐어요. 특히 이랜드그룹 이랜드월드의 패션 브랜드 후아유의 제품도 포함된 것이 밝혀지면서 더 큰 논란이 됐고요. 저렴한 가격의 다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내 것도 설마’라는 의문이 들게 됐죠.



무신사의 퇴점 조치

동시에 주목받은 건 무신사의 라퍼지스토어 퇴점 조치예요. 다만, 반응은 엇갈립니다. 소비자를 기만한 브랜드에 철퇴를 가했다는 반응도 있지만, 뒤늦은 대응이며 바로 퇴점하지 않고 경고를 하는 건 브랜드를 봐주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거든요.


그렇지만 무신사의 이번 조치가 파격적이긴 해요. 먼저 무신사는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법적으로 상품에 대한 책임이 제한적이에요. 브랜드들이 무신사에 물건을 보관하면서 판매하는 게 아닌, 플랫폼에 입점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모든 제품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럼에도 무신사는 이후 다운 및 캐시미어 소재 상품을 판매하려면 공식 시험성적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제품을 직접 조사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했기에 긍정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어요.


통신판매중개업자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해요. 아직도 오픈마켓 형태의 이커머스에서는 가품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거든요. 플랫폼의 책임이 제한적이라 이를 이용해 회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라퍼지스토어를 운영하는 슬로우스탠다드는 무신사의 벤처캐피탈 자회사인 무신사파트너스가 지분 45.5%를 보유한 곳이에요. 그럼에도 무신사가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는 부분에서 이번 행보를 좋게 보는 거죠.


부정적인 시각도 이유가 있어요. 이번 패딩 충전재 혼용률 이슈는 여러 언론에서 내용을 다뤘기에 널리 알려졌지만, 라퍼지스토어는 이미 몇 개월 전에도 부자재 관련 이슈가 있었거든요. 무신사 뉴스룸에 따르면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1차 경고를 진행한 것으로 보여요.


12월 18일 게시글 (사진: 무신사 뉴스룸)


경고를 주고 조치를 취하는 합리적인 정책처럼 보이지만, 브랜드나 무신사에서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면 또 다른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이번 패딩 충전재 혼용률 이슈 같은 경우는 실제 생산하는 공장에서 몰래 혼용률을 속여서 납품했다든지 등 여러 논란이 있지만요. 브랜드에서 의도적으로 제품을 속여 팔았다면 해당 브랜드의 다른 제품들에 대해서도 의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무신사를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알기가 어려워요. 가장 최근 판매 중지 조치를 진행한 브랜드 라미네즈를 예로 들면요. 무신사는 라미네즈의 ‘라이트 크롭 덕다운’이 다운 혼용률을 오기재했다며 브랜드 전체의 상품을 5일간 판매 중지했어요.


1월 13일 게시글 (사진: 무신사 뉴스룸)

해당 제품을 검색하니, 29CM에서는 해당 브랜드의 일시 판매 중지 조치에 대한 안내 팝업을 띄운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라미네즈 라이트 크롭 덕다운 (사진: 29cm)


그렇지만 무신사에서는 해당 제품을 찾아 링크를 통해 접속해야만 ‘유효하지 않은 상품입니다’ 팝업 배너를 확인할 수 있어요. 더 이상의 구매가 이어지지 않게 제품을 내린 조치는 신속하고 합당하지만, 무신사 뉴스룸을 보지 않으며 해당 이슈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는 모를 수도 있죠. 라미네즈의 경우, 현재 공식 홈페이지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해당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거든요. 이런 부분들 때문에 무신사의 적극적인 조치와 안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패션업계의 신뢰도 하락

사진: 디미트리블랙 공식 홈페이지


확실한 건, 국내 패션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거예요. 특히 국내에서 이른바 가성비라고 불리던 브랜드들의 경우 소재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어요. 다른 패션플랫폼들 또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도 무신사가 더욱 많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무신사는 그간 국내 중소 패션 브랜드들을 모으고,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이어줬던 플랫폼이거든요. 또한 지난해 기준, 매출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패션플랫폼 1위에 대한 기대감도 깔려있는 것 같아요. 무신사 자체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거죠.


이번 이슈로 인해 몇몇 브랜드들은 빠른 조치와 사과로 긍정적인 여론이 공존하거나, 신뢰를 완전히 잃고 사라지는 등 운명을 달리할 것으로 보여요. 게다가 의류는 상대적으로 소비침체의 여파를 더욱 많이 받죠.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의류 및 신발에 대한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고, 전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줄면서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이슈를 계기로 소재에 대한 필수적인 인증, 이를 통한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 등 업계의 전반적인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이런 소통을 기반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회원수가 많은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에서 어떤 브랜드는 해당 이슈로 인해 퇴점하지만, 어떤 브랜드는 패딩 충전재에 대한 시험성적서를 먼저 공개하면서 오히려 신뢰를 얻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커머스 큐레터 큐섬큐섬 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