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치지직’을 아시나요? 번개와 Z가 합쳐진 모양의 로고를 가진 이 플랫폼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스트리머, 즉 인터넷 방송인’이 모인 곳이에요. 국내에서는 최근 철수한 ‘트위치’, ‘숲(전 아프리카TV)’과 비슷한 형태죠.
네이버는 치지직 관련 클립(숏폼)의 노출을 홈 피드, 클립 탭, 네이버 검색까지 확장하며, 내년에는 클립 확대와 더불어 쇼핑, 라이브커머스 등 연계 범위를 늘릴 계획이에요. 치지직은 약 1년 만에 지난달 MAU 250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원조 스트리밍 플랫폼 숲을 넘어선 바 있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죠.
동시에 버추얼(가상) 스트리밍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모셥 캡처 스튜디오를 구축했고, ‘버추얼 스트리머 3D 데뷔 쇼케이스 프로젝트’를 통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할 예정이에요. 한편, 숲도 스튜디오 운영 및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있고, 내년에는 버추얼 팬덤 커뮤니티 ‘팬덤 월드’를 선보이고요.
두 기업 모두 2028년, 약 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버추얼 스트리밍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상황인데요. 버추얼 스트리밍이 뭐길래 그럴까요?
메타버스부터
버추얼(Virtual), 즉 ‘가상’이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메타버스(가상세계) 덕분이라고 봐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사회가 일상이 되면서 가상세계에서 소통하고, 활동하는 서비스들이 늘어났죠. 제페토, 로블록스, 이프랜드 등 여러 플랫폼이 주목받았어요.
그러나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VR/AR 기기가 필수’라는 한계, 경기 침체 등 여러 이유로 시장이 축소되는 모양새예요. SK텔레콤의 ‘이프랜드’, KT의 ‘메타라운지’, ‘지니버스’는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종료 예정이며, 다른 산업들에서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파악돼요.
버추얼 스트리밍은 뭔데?
메타버스가 일상을 가상세계에 옮긴다면 버추얼 스트리밍은 가상의 캐릭터나 아바타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거예요. VR, 카메라 등의 장비를 활용해 표정이나, 움직이는 모습을 그대로 가상의 ‘나’가 따라 하는 거죠. 뒤에는 사람이 존재하기에 비슷하게 언급되는 개념인 가상인간과는 달라요. 기술이 발전하면서 훨씬 자연스러운 구현이 가능해졌으며, 이들을 흔히 ‘버튜버(버추얼 유튜버)’라고 부르죠.
버튜버는 연예인처럼 팬덤을 형성하고 소통할 수 있으며, 주체가 무형자산인 IP에 있다는 점에서 상업적으로 활용하기에 유리해요. 게다가 현실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방송을 진행할 수 있기에 진입장벽이 낮다는 게 특징이죠. 외모뿐만 아니라 대중 앞에 서기 어려운 성격일지라도 제약이 없고, 사생활에 대한 보호도 비교적 확실해요. 심지어 늙지도 않고, 시공간의 제약도 적죠. 버튜버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었던 까닭이에요.
이들은 특히 가요계, 그중에서도 아이돌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아요. 외형의 변경이 가능하면서도 목소리는 실제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목소리가 좋거나, 노래 실력이 좋은 버튜버가 많거든요. 또한 실제로 대면하지 않고도 대중과 지속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형태이므로 입담이 좋아 인기 있는 버튜버들도 다수 존재해요.
오프라인 진출까지도
재밌는 건, 당연히 온라인에 국한될 줄 알았던 버튜버의 영역이 오프라인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국내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세계아이돌’과 ‘플레이브’인데요. 이들이 누군지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이세계아이돌은 2021년 데뷔한 6인조 버추얼 걸그룹이에요. ‘우왁굳’이라는 게임을 주로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인이 오디션을 통해 기획한 걸그룹으로 실제 가수처럼 음원도 발매해요. 특히 노래 ‘키딩(KIDDING)’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한국 인기 뮤직비디오’에서 1위에 올랐고, 빌보드 차트까지 입성한 바 있고요.
또한 지난해 9월 첫 오프라인 콘서트 ‘이세계페스티벌’은 전석(약 2만 명) 매진, 이어서 올해 7월 멤버 ‘릴파’의 솔로 콘서트도 매진되면서 인기를 실감하게 했죠. 굿즈 판매대 앞에는 오픈 2시간 전부터 1만 명이나 대기했다고 해요. 특히 이번 공연은 별도의 스튜디오에서 광학 장비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모션 캡처해 송출하면서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최근에는 이세계아이돌의 웹툰 단행본과 굿즈의 누적 펀딩액이 88억 원을 돌파하면서 약 2배를 웃도는 역대급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팬과 대면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라고 말해요. 그러나 이들은 개인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만들기도 하면서 한계를 극복하고, 팬덤을 단단하게 만들고 있어요.
플레이브는 2023년 데뷔한 5인조 보이그룹이에요. 블래스트(VLAST)라는 버추얼 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한 것으로 스트리밍은 물론, 콘서트, 팬미팅 등도 진행하고 있죠. 지난 3월 개최한 첫 콘서트는 전석 매진이었으며, 최근에는 마마 어워즈, 멜론 뮤직 어워드 등 연말 시상식에서 무대에 오른 바 있어요. 이외에도 미니 2집의 초동 판매량이 56만 장을 기록했고, 4시간 10분 만에 스트리밍 100만 회를 돌파하는 등 기록을 세우고 있죠.
이런 흐름에 맞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의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관련 분야에 투자하고 있어요. 서브컬처, 음지문화로 취급받던 시장이 새로운 기회로 바뀌고 있는 거죠. 게다가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에 친숙하고, 비대면 사회를 겪었던 만큼 비교적 가상세계에 대해 거부감도 적어요. 실제로 지하철에서 버튜버 사진을 가방에 키링으로 달고 다니는 학생들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인기를 실감한 계기였죠.
기존 버튜버들은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팬들과 메타버스를 놀이공간으로 만들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던 이세계아이돌을 기획한 스트리머 우왁굳도 '왁타버스'라는 콘텐츠로 멤버를 뽑고, 함께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이 유튜브 채널만 구독자가 약 72만 명에 달해요. 스트리밍 플랫폼의 활성화와 더불어 버튜버 시장이 어떤 형태로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것 같죠. 되돌아보면, 메타버스를 접목한 에스파의 세계관이 참 독보적인 속도였다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