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에는 한국계 미국인 셰프가 출연했어요. 교포로서 느꼈던 정체성과 문화의 혼란스러움을 ‘비빌 수 없는 비빔밥’으로 표현해 화제가 됐는데요. 음식에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스토리텔링과 유사한 개념인 ‘스토리다이닝’이에요. ‘이야기(Story)’와 ‘식사(Dining)’의 합성어인데 지난해 배민외식업광장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외식업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바 있어요.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둘러싼 공간, 경험 등 새로운 이야기, 즉 가치를 부여하는 셈인데요. 가치가 녹아든 음식은 더욱 강하게 기억에 남고, 풍부하게 느껴지죠. GOD의 ‘어머님께’ 라는 노래가 ‘짜장면’에 스토리를 담은 것처럼요. 현재는 조금 흐릿해졌지만, ‘어머니는 짜장면을 싫다고 하셨어’ 라는 가사를 통해 가난한 가정에서 부모님이 자식을 위해 양보했던 음식,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냈어요. 물론, 실제 경험은 조금 달랐다고 하지만요. (혹시 이 노래를 모르신다면.. 부럽네요)
흑백요리사 덕분에 외식업계에 활기가 돋으면서 유통업계는 스토리다이닝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에요. 삼립호떡은 PPL을 진행했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슬란드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호떡 레시피를 반영해 신제품을 출시했어요. 해당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같은 호떡이라도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겠죠. 이외에도 소비자와의 스토리를 담았거나, 공간을 활용해 특정 주제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다양해요.
사실 스토리가 담겨 있는 음식은 이미 각자의 삶에 깊게 자리 잡아 있어요. 할머니 또는 어머니가 어릴 적 자주 해주셨던 인절미일 수도 있고, 숙종이 즐겨 먹었다는 흑염소탕일 수도 있죠. 올해 초 MBC 예능 ‘놀면뭐하니’에서는 ‘놀뭐복원소’를 진행해 외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만두 레시피를 복원한 바 있는데요. 의뢰인은 항암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복원된 만두를 전했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어요.
이처럼 앞으로는 맛과 퀄리티뿐만 아니라 음식에서 다른 종류의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 고객과 스토리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흑백요리사라든지, 냉장고를 부탁해라든지 이런 프로그램이 늘어날수록 맛집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기쁘네요. 🤤
정말 흑백요리사 열풍이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다양한 업계에서 키워드로 급부상 중이죠. 흑백요리사를 다 보셨다면 심사위원인 안성재 셰프가 JTBC뉴스룸과 인터뷰한 영상도 봐주세요.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