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 또 다른 팬을 낳는 법, 패노크라시 ✨


내 팬(Fan)이 생긴다는 건 무척 설레는 일이에요. 어찌 보면 SNS의 팔로워나 유튜브의 구독자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조금 더 끈끈한 관계를 구축하는 개념이죠. 팬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신전을 뜻하는 라틴어 Fanum이며, 신들린 듯 열광하는 사람을 fanatic, 이 단어가 줄어서 fan이 됐다고 해요. 그리고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부채를 이용해 바람을 불어주는 시녀들로부터 유래됐다는 설도 있어요. 부채가 영어로 fan이거든요.


다양한 브랜드에서 우리를 좋아하는 팬을 만들기 위해 팬덤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팬과 조직 사이에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고, 팬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데 열중하고 있죠. ‘어떤 대상(문화, 브랜드, 인물 등)을 좋아하는 팬들이 주도권을 갖고 통치하는 현상’‘패노크라시(fan-ocracy)’ 마케팅이에요. 팬(fan)과 통치(-Ocracy)의 합성어로 기존의 팬덤 마케팅에서 진화하고 있어요. 적극적인 소통은 물론, 그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해 ‘찐팬’이 되도록 장려하죠.


구독자 약 57만 명의 엔믹스 팬튜브 ‘또 오해원’ (사진: 또 오해원 유튜브 채널)


이들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팬을 만들기도 해요. 대표적인 예는 팬튜브죠.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의 영상들을 재가공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건데요. 수익 창출 없이 영상을 편집해야 하기 때문에 충성심 있는 ‘찐팬’들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특히 엔믹스의 팬튜브 ‘또 오해원’은 가장 많이 회자되는 채널이에요. 현재 구독자는 55만 명을 넘었으며 공식 채널보다 조회수가 높아서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팬튜브 채널로 평가받고 있어요.


대부분 숏폼 형태로 이루어진 팬튜브들은 흔히 ‘입덕(덕질 입문)’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일종의 밈 형태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발언이나 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업로드해 팬을 유입하는 거죠. 또한 버츄얼 유튜버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키리누키(일본어로 잘라내기, 오려내기)’라는 개념도 등장했어요. 긴 영상의 재미있는 부분만 짧게 잘라서 팬들이 재가공하는 것으로 별도의 비용 없이 홍보효과가 탁월해 일부 유튜버들은 키리누키에 한해 수익창출을 허용하기도 해요. 게임업계에서도 2차 창작물을 적극 장려하는데요. ‘원신’의 제작사 미호요는 개인이라면 500개 미만의 2차 창작물은 별다른 신고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어요.


8년 만에 재출시한 오리온의 ‘포카칩 스윗치즈맛’ (사진: 오리온 뉴스룸)


이처럼 팬들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커진 시점, 연예계뿐만 아니라 식품, 스포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팬심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팬심이 두터운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하는 것은 물론,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기도 해요.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은 원래 한정 제품이었으나 팬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아 정식 출시했고,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했어요. 오리온이 ‘포카칩 스윗치즈맛’을 8년 만에 다시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죠.


과거보다 팬들과의 소통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돼요. 사생팬에 대한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들려오기도 하고요. 지난 6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사생 피해를 받았는데요. 멤버들의 좌석 기내식만 미리 예약해서 바꿔놓았다고 해요. 이외에도 개인정보를 파악해서 선을 넘는 사례들이 발생하기도 하죠. 일부 스포츠 경기에서는 관중들의 난입이나, 팬들 간의 싸움으로 안타까운 인명사고 소식이 전해지기도 해요. 이제는 팬들과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 간다는 측면에서 선한 문화, 선한 영향력이 전파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도 동반되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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