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피자헛, 리바이스, 이케아, 그리고 현재의 다이슨까지.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성장을 이끌어온 이승복 다이슨 디렉터를 만났습니다. 한 브랜드도 아닌 다섯 개의 글로벌 브랜드에서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20년간의 커리어는 브랜드 마케팅과 이커머스의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죠.
이승복 디렉터는 아디다스에서 CRM의 기초를 다지고, 피자헛에서는 온라인 주문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리바이스에서는 창의적인 캠페인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기에 이르렀는데요. 이케아에서는 한국 시장에 맞는 이커머스 전략으로 성공을 이끌어냈고, 현재는 다이슨의 온라인 비즈니스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산업의 글로벌 브랜드들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무엇일까요?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브랜드의 가치는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모든 성공 뒤에 숨은 '고객 중심' 전략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이번 큐터뷰는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해온 이승복 디렉터의 통찰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브랜드의 본질을 지켜내며 혁신을 이뤄온 현장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담았어요.
마케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 인사이트예요.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잘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이게 모든 마케팅의 출발점이라고 봐요.
현업에서는 종종 이런 기본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고객의 니즈보다는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어요.
동시에 일관성과 꾸준함도 정말 중요해요.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죠. 저는 이걸 '노킹'이라고 표현해요. 닫힌 문을 계속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거죠.
결국 고객을 이해하는 통찰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 이 두 가지가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아디다스에서 CRM 전략과 로열티 프로그램을 기획하셨는데, 이 경험이 이후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CRM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FedEx에서 마케팅 인턴으로 일할 때였어요. 마케터로서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방법을 찾다가 CRM이 최적이라고 판단했죠.
그리고 아디다스에서 일하면서 CRM에 대한 제 철학이 확립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CRM을 단순히 고객 데이터를 추출해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오해하더라고요. 하지만 진정한 CRM은 그게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CRM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고객과의 진정한 관계 형성, 둘째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죠.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반응을 듣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거예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아디다스에서 모바일 기반의 개인화된 커뮤니케이션, 고객 데이터의 전략적 활용, 그리고 인간 대 인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CRM 전략을 구축했습니다.
이 경험은 제 이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마케팅이나 이커머스 일을 할 때 항상 정량적인 데이터와 정성적인 고객 인사이트를 균형 있게 활용하게 된 거죠. 고객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모든 전략을 수립하게 된 것도 이때의 경험 덕분이에요.
결국 아디다스에서의 CRM 경험은 제가 마케팅과 이커머스를 더 체계적이고 고객중심적으로 접근하는 기반이 됐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도 여전히 CRM의 본질인 '고객과의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피자헛에서는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셨는데, 음식 배달 산업에서의 마케팅 경험은 어땠나요?
음식 배달 산업은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비즈니스 사이클이 엄청나게 빠르죠. 제가 일할 때는 평균 근속 연수가 1년에서 1년 반 정도밖에 안 됐어요. 이렇게 짧은 이유는 업계의 빠른 변화와 높은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고객의 즉각적인 반응에 항상 대응해야 하고, 실시간으로 성과 압박을 받다 보니 번아웃이 빨리 오는 편이죠.
예를 들어, TV에서 주말에 피자를 먹는 장면이 나오면 바로 콜센터로 주문 전화가 폭주해요. 새로운 메뉴나 프로모션의 성패가 일주일 만에 판가름 나기도 하죠. 다른 산업에서는 몇 달이 걸리는 일이 여기서는 며칠 만에 결정돼요.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건 정말 흥미진진했어요. 마케터로서 제품을 만들고, 가격을 책정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전체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었죠. 이런 end-to-end 경험을 통해 비즈니스 전반에 마케팅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 단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있게 배웠어요.
특히 고객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죠. 새로운 메뉴가 실패하면 빠르게 대안을 찾아야 했거든요.
이런 경험들은 제 마케팅 철학의 근간이 됐어요. 고객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배웠죠. 또한 제품, 가격, 프로모션 등 마케팅 요소들의 균형을 맞추는 법도 익혔고요.
결과적으로 이 경험은 제가 이후 다른 산업에서 일할 때도 큰 자산이 됐어요. 특히 지금 하고 있는 이커머스 분야에서 빠른 고객 반응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 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피자헛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을 주도했다고 하셨는데, 성공적인 신제품 출시를 위해 어떤 접근 방식을 활용하셨나요?
제가 피자헛에서 개발한 제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건 '더블 바비큐' 피자예요. 이 제품의 성공 스토리는 사실 실패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히 바비큐 피자를 출시하려고 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기를 좋아하니까 바비큐 콘셉트가 잘 먹힐 거라고 생각했죠. 불고기 바비큐, 치킨 바비큐, 시푸드 바비큐 등 여러 종류를 준비했는데 특히 불고기 바비큐에 큰 기대를 걸었어요.
그런데 고객 반응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어요.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에서 실제로 피자를 맛보게 했더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때 즉흥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킨도 좋아하니까, 불고기와 치킨을 반반씩 넣어보면 어떨까?"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반 피자를 만들어 시식해 보게 했더니, 반응이 확 달라졌어요.
이렇게 탄생한 '더블 바비큐' 피자는 한 판에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불고기의 달콤한 맛과 치킨의 담백한 맛이 조화를 이뤄 많은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죠.
이 경험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어요. 첫째, 고객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는 것. 둘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빠르게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때로는 즉흥적인 아이디어가 대박을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더블 바비큐' 피자의 성공은 단순히 맛있는 제품을 만든 것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해요.
피자헛에서 진행한 프로모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모션을 소개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하트 피자' 캠페인이에요. 이 아이디어의 시작은 꽤 재밌는데요.
매장에서 영업이 끝나고 남은 피자들로 직원들이 장난삼아 하트 모양을 만드는 걸 봤어요. 그걸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거 상품화하면 어떨까?"
그래서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팀과 논의를 시작했죠. "이걸 정형화해서 제대로 된 상품으로 만들어보자"라고 제안했어요. 특히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온라인 전용으로 출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발렌타인데이 하트 피자, 미리 주문하세요.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트 피자를 선물하세요"라는 컨셉으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이 아이디어가 대박이 났죠. 나중에는 회사의 베스트 프랙티스가 될 정도로 성공적이었어요.
이 성공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피자'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피자만 파는 게 아니라 피자와 함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인기 게임의 아이템을 피자와 함께 제공하거나, 유명 가수의 디지털 음원을 증정하는 식이었죠.
NC소프트, 넥슨 등 게임 회사들과 협업해서 리니지 검이나 카트라이더 아이템을 주기도 했고, 음악 회사와 손잡고 음원도 제공했어요. 이런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에게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죠.
이 전략이 큰 성공을 거뒀어요. 고객들이 단순히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위해 피자를 주문하기 시작했거든요. 특히 온라인 주문이 크게 늘었어요. 제가 입사했을 때는 온라인 주문 비중이 전체 매출의 10% 정도였는데, 이런 프로모션들 덕분에 퇴사할 때는 25%까지 증가했어요. 당시 글로벌 피자 체인 중 1위 수준이었죠.
리바이스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셨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모션은 무엇인가요?
리바이스에서 진행한 프로모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연 '사운드 워시' 캠페인이에요. 이 캠페인은 정말 독특했고, 지금 생각해 봐도 꽤 도전적인 시도였죠.
'사운드 워시'의 컨셉은 음악으로 청바지를 워싱한다는 거였어요. 원래 워싱은 물로 하는 건데, 우리는 음악의 강한 사운드로 청바지가 워싱된다는 아이디어를 냈죠. 사실 말이 안 되는 컨셉이었지만, 그게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서 촬영을 했어요. 외국인 배우들을 섭외해서 드럼도 치고 기타도 격렬하게 연주하게 했죠. 그러면서 접시가 깨지고 컵이 깨지는 등의 효과를 넣어 마치 음악의 강렬함으로 청바지가 워싱되는 듯한 느낌을 표현했어요.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회사에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음악으로 청바지를 워싱한다고? 말도 안 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이 컨셉이 젊은 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리바이스라는 브랜드의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요.
결과적으로 이 캠페인은 대성공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됐죠. 특히 젊은 층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리바이스가 이런 것도 하네?"라는 반응이 많았죠.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건, 때로는 말이 안 되는 듯한 아이디어가 오히려 큰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예요. 물론 위험부담도 있었지만, 그만큼 임팩트도 컸죠. 또한 브랜드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과감한 시도를 하는 것의 중요성도 깨달았어요.
리바이스에서 글로벌 마케팅 윈도우와 일치하는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떤 도전과제가 있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리바이스에서 근무할 때 글로벌 마케팅 전략과 로컬 전략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게 큰 도전과제였어요. 외국계 기업의 마케터로 일하면 항상 겪게 되는 문제죠. 로컬에서는 현지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고 싶지만, 글로벌 전략과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가 진행한 'Stretch to Fit' 캠페인은 이런 상황을 뒤집은 좋은 사례였습니다. 당시 우리는 한정된 예산으로 특별할 것 없는 스트레치 데님을 홍보해야 했어요. 처음에는 힙합이나 과격한 댄스를 통해 제품의 신축성을 보여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하지만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뻔한 접근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예 반대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밤 9시까지 대행사와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발레라는 콘셉트가 나왔죠. 데님과 발레는 완전히 상반되는 개념이잖아요. 청바지는 젊음과 반항의 상징인데, 발레는 클래식하고 우아하니까요.
이 아이디어를 내부에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런 브랜드가 아니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계속 설득했습니다. 발레를 하되 도시의 아름다운 배경에서 좀 더 모던하게 표현하자고 제안했고, 결국 승인을 받았어요.
촬영도 쉽지 않았어요. 한겨울에 북촌, 남산, 광화문에서 발레 무용수들이 얇은 옷만 입고 춤을 췄거든요. 하지만 결과물은 정말 좋았습니다.
예산 문제로 공중파에는 내보내지 못했지만, 유튜브에 업로드했더니 반응이 뜨거웠어요. 외국 고객들이 "이걸 광고제에 출품해야 한다"라고 할 정도였죠. 실제로 국내외 6개 광고제에서 상을 받았고, 리바이스 글로벌 CEO도 주목했어요.
결과적으로 이 캠페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리바이스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로 선정됐고, 미국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케아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이끌면서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고, 그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케아의 한국 진출 초기, 이커머스 사업을 이끌면서 가장 큰 도전은 글로벌 전략과 로컬 시장의 특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었어요. 특히 모바일을 통한 매출과 성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당장의 성과를 내면서도 장기적인 기반을 다져야 했죠.
그중에서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건 '홈퍼니싱 아이디어' 섹션의 도입이에요. 이 섹션은 한국 시장만을 위해 특별히 만든 건데, 온라인에서 이케아의 강점인 룸셋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이 섹션은 세 가지 주요 요소로 구성됐는데요. 첫째, 이케아의 룸셋 이미지를 다양하게 보여줬고, 둘째, 실제 고객들이 이케아 제품으로 꾸민 집 사진을 올렸어요. 셋째, 소셜미디어에서 #이케아 해시태그로 올라온 이미지들도 함께 보여줬죠.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내부적으로 "우리 웹사이트에는 우리 룸셋만 보여야 한다"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고, 글로벌에서도 "왜 로컬 콘텐츠를 넣느냐"라는 질문이 있었죠. 게다가 당시에는 모바일이 주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바일 연동 작업을 병행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 '홈퍼니싱 아이디어' 섹션은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내부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어요. 더 나아가 글로벌 프랙티스로 선정되어 전 세계 이케아에서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죠.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성공의 핵심 요인은 고객의 니즈와 브랜드의 강점을 잘 접목시키는 것이에요.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고객들의 사용 경험과 브랜드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결합했을 때 진정한 시너지와 고객 인게이지먼트가 일어난다는 걸 배웠죠.
결국, 초기 2년 동안의 노력과 도전이 이케아의 이커머스 성공의 기반이 됐어요. 로컬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꾸준히 실행한 것이 큰 성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셨는데, 각 경험들이 현재의 이커머스 전문성을 쌓는 데 어떻게 기여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핵심은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어떤 산업이든 비즈니스의 기본은 동일하다는 거예요.
피자 회사에서 일할 때나 패션 브랜드에서 일할 때, 그리고 지금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할 때도 근본적인 비즈니스 원칙은 변하지 않아요. 항상 중요한 건 튼튼한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잘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죠. 이게 잘 되면 자연스럽게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거예요.
이런 시각이 있었기에 여러 직무와 직군을 옮겨 다니면서도 큰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었다고 봐요. 각 비즈니스마다 특성은 다르지만, 그 핵심을 파악하고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예를 들어, 이케아에서 일할 때는 웹사이트의 UX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어요. 고객이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이커머스의 기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다이슨에서는 가격 정책을 정비하고 다이슨닷컴의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했고요.
결국, 각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의 이커머스 전문성을 만들어냈어요. 오프라인 마케팅을 해본 경험이 온라인 전략을 세울 때도 도움이 됐고, 다양한 제품군을 다뤄본 경험이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는 데 큰 자산이 됐죠.
그래서 저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새로운 산업이나 역할이 주어져도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을 적용하면서 그 산업만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하려고 노력하죠. 이런 접근 방식이 제가 이커머스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경험하신 분으로서, 두 채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많은 오프라인 리테일 업체들이 온라인 채널을 경쟁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요. 마치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매출을 뺏어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시각은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실제로 제가 본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이용하는 고객의 세일즈 기여도와 로열티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4~7배 더 높았어요. 이 데이터는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죠.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별개의 채널로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 경험으로 접근해야 해요. 고객은 결국 채널을 구분하지 않고 우리 브랜드를 경험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전략의 핵심은 '원 비즈니스(One Business)' 마인드셋으로의 전환이에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별도의 목표를 설정하는 대신, 공통의 타깃을 가지고 접근해야 해요. 고객이 어느 채널을 이용하든 일관되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변화가 필수적이에요. 이케아에서 일할 당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온라인 구매를 권장하는 안내문을 설치한 바 있어요.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거죠.
또한 데이터의 통합도 중요해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고객 데이터를 통합해서 분석하면 고객의 전체적인 구매 여정을 이해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요.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마인드셋부터 바꾸고, 고객 중심의 통합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해요. 이렇게 하면 브랜드 전체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예요.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소비자 행동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데 가장 도움이 된 경험은 무엇인가요?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은 체계적인 리서치예요. 리서치를 통해 다양한 고객층의 공통적인 니즈를 파악할 수 있거든요.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큰 규모의 표본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죠. 이렇게 하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항상 리서치를 할 여건이 되는 건 아니에요. 그럴 때는 최대한 많은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예를 들어, 다양한 온라인 사이트를 브라우징하면서 고객 리뷰나 댓글을 찾아보는 거예요. 또 직접 매장에 가서 고객들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자원이 바로 CS(고객 서비스) 부서예요. CS를 통해 들어오는 고객의 피드백은 정말 소중한 인사이트의 원천이 될 수 있어요. 불만사항이든, 칭찬이든 이런 직접적인 피드백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경험상, 이런 다양한 방법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리서치로 큰 그림을 그리고, 현장에서의 관찰과 CS 피드백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채워나가는 거죠. 이렇게 하면 편향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소비자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이런 과정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항상 데이터와 함께 검증해야 한다는 거예요. 느낌이나 직감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데이터로 뒷받침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인사이트가 된다고 믿습니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려주세요.
이커머스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영역이 아니라 우리 이상의 필수적인 부분이 됐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과 이커머스를 새롭고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단순히 포털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게재하는 것만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우리나라는 디지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이커머스의 발전 가능성이 여전히 높습니다. 이미 일상화된 만큼 오히려 더 큰 기회가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이런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업에 있는 사람들, 특히 의사결정권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해요.
많은 기업에서 아직도 오프라인에 주력하고 있고, 온라인을 부수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커머스 담당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요. 우리가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이커머스의 중요성을 알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커머스 전문가들이 기업의 의사결정 위치에 오르면서 디지털 전략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디지털화와 이커머스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커머스의 미래는 밝지만 그 성장 속도와 방향은 우리의 인식과 준비에 달려 있습니다. 이커머스를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닌 고객과의 총체적인 상호작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앞으로 더 큰 기회와 성장이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커리어 계획과 이커머스 업계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저는 이커머스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영역으로 경험을 확장하고 싶어요.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정한 옴니채널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이미 오프라인 마케팅과 온라인 리테일 비즈니스 양쪽을 경험했기에 이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지속적으로 새로운 산업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FMCG(소비재), 메디컬, 자동차 등 제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들이 많거든요. 이런 새로운 영역에서는 제가 가진 다른 시각과 경험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어요.
셋째, 이러한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기계발과 성장을 추구하고자 해요. 같은 산업에 머물러 있으면 일이 반복될 수 있지만, 새로운 분야에서의 도전은 제 능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확장하는 기회가 될 거예요.
물론, 이런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만큼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도 클 것 같습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쌓여 결국에는 더 넓은 시야와 다재다능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궁극적으로, 이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떤 채널이나 산업에서도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진정한 옴니채널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 제 커리어 목표입니다.
※ 오늘의 큐터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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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터뷰 #15. 마케팅이 필요 없는 마케팅(에피파니 프로젝트 대표 박한나)
■ 큐터뷰 #14. 마케터가 유연해야 하는 이유(동화약품 H&B 사업부 이사 홍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