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러움과 레트로의 한 끗 차이, ‘Y2K’ 열풍이 지난해부터 거셌죠. ‘와투케’라고도 불렸는데 통 넓은 청바지와 크롭티, 다소 화려한 컬러감 등을 필두로 한 Y2K 패션,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메이크업 Y2K 뷰티 등 과거의 문화를 현대로 슬그머니 가져온 트렌드였어요. 조금 차이점이 있다면 개인의 개성에 맞춰 재해석해 세련된 느낌을 더했고요.
사실 Y2K의 유래는 ‘오류’였는데요. 2000년을 앞둔 당시, 컴퓨터에서 연도를 표기할 때 뒷자리 숫자 2개로 표기했었어요. 예를 들어 1990년은 90으로 표기한 건데, 2000년은 00으로 표기가 될 테니 1900년대로 혼동해 컴퓨터 시스템의 오류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 거죠. 이 문제를 ‘밀레니엄 버그’, 연도를 뜻하는 Year과 1000을 가리키는 SI 접두어 kilo의 앞 글자를 따서 Y2k로 명명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아서 해프닝으로 끝났고요.
그리고 이제는 Y3K가 트렌드라고 해요. 3000년대,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죠. ‘쇠맛 트렌드’라고도 표현하는데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이 스타일링으로 녹여졌기 때문이에요. 광택감이 있는 메탈릭한 소재와 컬러감 등을 사용해 영롱한 느낌이 드는 게 특징이죠. SF영화나 게임 캐릭터를 떠올리면 쉬워요. 지난 큐트키에서 소개했던 ‘프루티거 에어로’ 트렌드와 비슷하지만 Y3K는 조금 더 미래, 디스토피아적인 감각이 강해요.
에스파는 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아이돌이에요. 시작부터 메타버스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접목시키고, 빌런 블랙맘바와 싸우는 여전사의 이미지와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담은 에스파의 노래들은 정체성이 확고하죠. 특히 최근 발표한 ‘아마겟돈’이나 ‘슈퍼노바’는 이 쇠맛이 더욱 강렬하다는 평을 받고 있어요. 특유의 강렬한 비트와 헤어, 메이크업, 코디 등이 트렌드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거든요. 에스파의 새 앨범 타이틀곡 ‘위플래쉬’에서 공개된 모습은 더욱 강렬해 기대감을 모으고 있죠.
Y3K 트렌드는 ‘실버’ 아이템의 유행에 불을 붙였는데요. 동남아시아를 방불케 했던 올여름에는 쿨한 느낌의 ‘실버’ 컬러는 더욱 인기를 끌었죠. 지난 6월 기준 LF몰 내 실버 가방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 상승하는 등 실버 아이템들이 빠르게 품절되기도 했어요. 전문가들은 Y3K 트렌드에 대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호기심이 디자인에 반영된 것이라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3000년까지 살기는 어렵겠지만, 미래가 진짜 이런 느낌일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