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품을 소비하는 문화, 듀프 소비



‘OO맛’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딸기맛, 초코맛 이런 게 아니라 원제품의 느낌을 낼 수 있는 유사한 제품을 의미해요. 가격이 비싼 원제품을 선뜻 구매하기는 어려우니까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거죠. 가격 차이가 크다 보니 이 OO맛 제품이 훨씬 잘 팔리는 경우도 존재해요.


대표적으로 최근 출시된 유니클로(Uniqlo)의 ‘멀티 포켓 숄더백’이 있어요. 포터(Porter)맛 숄더백, 유시다 포터(유니클로+요시다 포터)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브랜드 포터의 탱커 숄더백을 닮았기 때문이죠.


유니클로 멀티 포켓 숄더백 (사진 : 유니클로)


포터는 장인 정신으로 유명한 일본 브랜드로 탱커 숄더백 라지(블랙) 기준 정가는 308,000원이고, 최근 라인 리뉴얼로 인해 생산이 중단돼 프리미엄까지 붙었어요. 한정판 플랫폼 크림 기준으로 60만 원대로 거래 중이죠. 그런데 마침 유니클로에서 정가 49,900원에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고 퀄리티도 우수한 편이라 모든 색상이 품절된 상황이에요.


요시다 포터 탱커 숄더백 라지 (사진 : SSG닷컴, 요시다 포터)


이처럼 비싼 브랜드 상품의 대체품‘듀프’라고 하는데요. 복제품을 뜻하는 영어 단어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을 줄인 말이에요. 명품의 로고 등을 모방하는 짝퉁(위조품)과는 다른 개념으로 디자인이나 특징 등을 따라해 불법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어요. 과거부터 쭉 있어 왔던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특히 중국이나 미국 등의 젊은 층에서 듀프 소비가 확산되고 있어요.


그 배경에는 경기침체가 깔려있는데요. 최근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는 가성비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명품의 핵심 소비지로 알려졌던 중국은 일명 ‘핑티’라고 불리는 듀프 소비가 확산되고 있어요.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중국 SNS에서 듀프 검색 횟수는 약 3배 증가했다고 알려졌죠. 미국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브랜드 뒤에 듀프를 붙여 아마존에 검색하는 등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소비 문화가 활발하다고 해요.



재밌는 건, 대체품 구매를 숨기는 게 아니라 가치 있게 여기고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이죠. 미국 시장조사업체 와이펄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듀프 소비에 대해 응답자의 60%는 ‘오리지널 제품을 살 여유가 있어도 복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했어요. 이들은 SNS를 통해 구매 정보를 공유해요. 화장꿀팁이나 쇼핑할인팁과 같이 ‘현명한 소비’에 또 다른 가치를 두는 셈이죠. 여기에는 복제품을 만들어 내는 속도, 복제품의 퀄리티 등이 과거보다 우수해진 까닭도 있어요.


품질을 강조하는 룰루레몬 레깅스 (사진 : 룰루레몬)


‘레깅스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던 룰루레몬은 최근 이 듀프 소비문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어요. 올해 3월부터는 매출이 급감했고 주가는 약 50% 하락했거든요. 미국의 윌스트리트 저널(WSJ)은 룰루레몬보다 저렴한 짐샤크, 에이와이비엘 등의 가성비 브랜드가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전했고요.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디자인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고 전망하기도 하는데요. 뷰티, 패션, 가전제품 등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는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지속적인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요.

듀프 큐레터 큐트키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