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조작, 쿠팡 vs 공정위


곰곰, 탐사, 코멧... 쿠팡을 이용해 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 브랜드죠. 쿠팡이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브랜드인데요. 쿠팡 자체 브랜드인 CPLB(Coupang Private Label Brands)의 상품입니다. 괜찮은 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 CPLB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4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PB상품을 우선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과징금과 함께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는데요. 1400억 원은 국내에서 단일 기업이 단일 사안에 대해 부과받은 과징금 중 가장 많습니다. 심지어 확정 금액도 아니고 약 200억 원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쿠팡은 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이 아니며 고객에게 추천해 주는 상품 진열 전략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런 부당한 조치로 로켓배송과 물류센터 투자를 중단할 수도 있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논란이 되고 있는 쿠팡과 공정위가 주장하는 내용을 각자의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PB 상품 우선 노출하는 '알고리즘 조작'

공정위가 말하는 문제점은 이렇습니다. 쿠팡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죠. 정확히는 불공정거래 행위 중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을 어겼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쿠팡은 판매자들이 입점한 '중개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PB상품과 로켓배송 상품처럼 직매입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입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경쟁 상품보다 자체 상품을 먼저 노출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입니다. 2019년 2월부터 최소 64,250개 상품을 검색 순위의 상위에 고정했다고 밝혔죠.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쿠팡 상품이 다른 상품보다 더 우수하다고 오인해 쿠팡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했다는 것입니다.


쿠팡에서 물티슈를 검색한 결과


특히 3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순위를 조정한 것으로 문제라고 봤는데요. 로켓배송 상품과 PB상품을 '프로덕트 프로모션'으로 1~3위에 고정 노출했고, '콜드 스타트 프레임 워크'로 검색어 1개당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했습니다. 그리고 'SGP' 알고리즘으로 다른 상품 대비 검색 순위 점수를 1.5배 가중치 부여했습니다. 


또한, 쿠팡이 임직들을 동원해 PB 상품에 대해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하고, 별점을 높게 매겨 순위를 끌어올린 것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리뷰 작업에 2297명이 동원돼 72,614건의 구매 후기를 작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가 밝힌 쿠팡의 검색순위 알고리즘 기본 구조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쿠팡에 부과한 과징금은 단일 기업, 단일 사안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지난해 쿠팡 영업이익의 23%에 달합니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집계 기준이 2023년 7월까지라서 8월부터 공정위 심의일까지의 과징금이 추가되면 최종 과징금은 1600억 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PB 상품의 판매 전략일 뿐이라는 쿠팡

이에 대해 쿠팡은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품 진열에 대한 제재이며,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이 넘는 과도한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검찰 고발까지 결정한 것은 형평성을 잃은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위 주장의 문제는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이해 부족이며, 공정위는 PB상품의 매출이 상승하면 오픈마켓 판매자의 매출이 감소하는 관계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매자의 71.5%는 평균 4.9개의 쇼핑몰에 입점해 판매활동을 하고 있어서 쿠팡에서만 파는 직매입 제품 및 PB 상품과는 다르게 불리한 대우를 받으면 다른 곳에서 팔 수 있는데도 그렇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또, PB 상품을 검색 상단에 노출했다고 고객을 유인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 공정위가 말한 알고리즘 조작은 PB 상품 판매 전략이라는 입장입니다. 대형마트에선 매출이 4배 이상 잘 나오는 골든존에 PB 상품을 진열하고 판촉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이죠. 마트에선 입구부터 주요 동선마다 자사 PB 상품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를 온라인으로 옮겨놓은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쿠팡의 PB 상품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품 배치는 업체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합니다. 소비자 선호도가 반영되어 '쿠팡랭킹'으로 표현하는 기존 랭킹 시스템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죠.


쿠팡이 밝힌 타사 PB 상품 노출 현황 갈무리 (출처: 쿠팡 보도자료)

쿠팡이 밝힌 타사 PB 상품 노출 현황 갈무리 (출처: 쿠팡 보도자료)


그리고 이러한 공정위 제재가 로켓배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금지하면 더 이상 로켓배송을 운영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또한, 전 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3조 원의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직매입을 위한 22조 원 투자 역시 중단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업체가 저렴한 PB 상품을 납품하는 대가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공정위의 조치에 PB 상품을 취급하는 다른 유통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쇼핑 검색결과 조작과 닮은 꼴

쿠팡과 공정위 사이의 이슈를 보면 지난 2020년 공정위가 네이버쇼핑에 대해 26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던 것과 유사해 보입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가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며, 재판부는 네이버가 11번가 등 타사 입점 상품과 비교해 스마트스토어 입점 상품을 네이버쇼핑 검색 결과에서 우대한 행위를 '위계에 의한 행위'로 판단했죠.


쿠팡도 행정소송을 예고한 상황이라 과거 네이버의 일이 재조명되고 있는데요. 쿠팡처럼 네이버도 소비자들이 검색 순위만으로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재판부는 네이버쇼핑에서 스마트스토어 상품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하고, 검색노출 비율까지 결정해 알고리즘을 조작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자세히 보기)



(*)행위는 '13년 9월까지 유지되었으며, (**)행위는 '20년 8월까지 지속됨.

행위 사실

주요 내용

경쟁 오픈 마켓 랭킹 가중치 하향 조정
('12년 2월 등) *

경쟁 오픈 마켓 상품에 대해 1 미만의 가중치(0.975 등)를 부여하여 노출 순위 하락

자사 오픈 마켓 노출 비중 보장 및 확대
('12년 7월, 12월) *

쪽당 자사 오픈 마켓 상품 노출 비율을 인위적으로 보장하는 방식 도입 (15%→20%)

자사 오픈 마켓 판매 지수 가중치 부여
('13년 1월) *

자사 오픈 마켓 상품에 적용되는 판매 지수에 추가 가중치(1.5배)를 부여하여 노출 비중 상승

동일몰 논리 도입
('13년 9월)**

경쟁 오픈 마켓 상품에 대해서만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여 자사 오픈 마켓 상품을 우대

자사 오픈마켓 노출 제한(cut-off) 완화
('15년 4월)**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자사 오픈 마켓 상품 노출 제한 개수를 완화(810개)

네이버 쇼핑 검색 알고리즘 조정 행위 (출처: 공정위 보도자료)


역차별일까, 소비자 기만일까

공정위는 추가적으로 쿠팡의 반박에 대해서 PB 상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3단계의 알고리즘을 통해 자사 상품만을 우대해서 검색에 노출시킨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최상단 노출하여 클릭수와 판매량을 늘리고, 다수의 후기를 등록해 다른 제품보다 우수한 것으로 보이게 하여 소비자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죠. 또, 다른 온라인 플랫폼들이 PB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쿠팡처럼 조직적인 케이스는 아니며, 불공정 혐의가 있는지 모니터링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쿠팡 제재로 여러 중소 입점업체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번 공정위 과징금 부과로 쿠팡은 여러 가지 손해를 보게 됐습니다. 14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과징금 부담은 물론이고, 보도자료를 통한 여론전을 벌이면서 소비자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죠. 로켓배송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로켓배송 서비스를 중단할 상황이 될 것이며 약속한 투자도 진행하기 어렵다고 보도자료를 내자 소비자들이 로켓배송으로 협박하는 것이냐며 많은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쿠팡은 공정위가 PB 상품 매출 비중이 코스트코(32%)나 이마트(20%)에 비해 현저히 낮은 5%에 불과한 쿠팡만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는 입장문을 내면서 공정위와의 갈등은 더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이번 쿠팡 제재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PB 상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체 알고리즘의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공정위 친마뉴 쿠팡 큐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