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방법으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시작한 건 2017년이었어요. 사업을 하기 전에 다녔던 뉴미디어 회사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였는데요. 거기에서는 콘텐츠의 '바이럴 지수'를 계산해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죠.
그들의 바이럴 지수를 보면, 다양한 채널에 콘텐츠를 올려 특정 시간 내의 사용자 반응을 수집해 가중치를 매겨 계산하면, 콘텐츠 포스팅 몇 분 안에 '100만 터지겠다'라는 식의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믿기지 않았고, '이러한 데이터 트래킹이 가능한가?'라는 의심도 했지만 생각보다 숫자가 잘 맞았어요. 그로 인해 회사 내부에서는 '콘텐츠가 터지는 공식'이라고 하여 스터디도 한창 진행했어요.
콘텐츠와 숫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어요.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것을 정교하게 시스템을 만들어 홍보하거나 제공하지는 않았어요.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방문하고 와글와글 떠들어 주는 것이 플랫폼 운영과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유리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페이지를 기반으로 오가닉(Organic)하게 사용자를 끌어모으는데 많은 지원을 했죠.
콘텐츠와 데이터에 대한 상관관계가 본격적으로 중요해진 것은 2016년부터 본격적인 '미디어 커머스' 기업들이 등장하면서부터예요.
콘텐츠에 제품을 엮어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생기면서 콘텐츠가 가지는 효율성을 정확히 검증하는 것이 중요해졌거든요. 해당 콘텐츠가 제품 구매로 이어졌는지, 이 콘텐츠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회원가입을 했는지와 같이 구체적이고 정교한 데이터 수집이 중요하게 됐어요.
효율과 성과에 대한 고민이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낳은 것이 아닌가 생각돼요. 사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마케팅 이론서에 등장하지 않아요. 실무용어인 것이죠. 저도 박사 논문을 쓰면서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지도교수님이 생소해하셔서 늘 고객 획득 마케팅, 퍼널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병행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퍼포먼스 마케팅은 '획득'에 대한 마케팅이에요. 많은 분이 퍼포먼스 마케팅만 하면 '대충 큰 마케팅 활동은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지만, 반쪽 짜리인 것이죠.
일반적으로 우리가 퍼포먼스 마케팅을 실행할 때 아래 방식으로 이루어져요.
🔖 일반적인 퍼포먼스 마케팅 실행 방식
외부채널에서의 광고 캠페인의 진행
→ 각 캠페인의 목표에 따라 소비자 행동흐름 추적
→ 전환 성과 분석 및 전략 수정
여기서의 마케팅은 고객을 획득하고, 고객이 행동전환(구매 혹은 구독 등)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요. 이에 따라 퍼포먼스 마케팅은 '어디에서 들어온 고객이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효과적인 외부 채널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객 행동은 1회성이에요. 신규고객들을 대거 유입시키는 전략이 퍼포먼스 마케팅이거든요.
기업이 장기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고객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전략'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해요. 이때의 전략이 바로 'CRM 마케팅'이에요.
CRM 마케팅의 중요성과 실행 전략
다음 퍼널 이미지를 자세히 봐주세요.
일반적으로 왼쪽 그림을 '퍼포먼스 마케팅의 퍼널'이라고 하여 AIDA 모델이라 부르고, 오른쪽 그림을 'CRM 마케팅의 퍼널'이라고 하여 AARRR 모델이라고 불러요.
고객에 브랜드를 인지하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과 고객이 기업의 회원이 된 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로열티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선형적으로 표현한 구조예요. 물론 고객이 100% 이러한 선형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아요. 다만,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선형적으로 흐름을 만들면서 각 길목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구간을 나눠 고객을 관리하게 되는 것이죠.
요약해 보면 퍼포먼스 마케팅은 '외부채널 활동을 통해 효율적인 채널의 발견', '매출 극대화', '단기 전략'에 목표를 두고, CRM 마케팅은 '내부채널의 관리를 통한 리텐션 개선', '고객생애가치(LTV) 극대화', '장기전략'에 목표를 두고 운영해요.
그러나 그동안의 마케팅은 퍼포먼스 마케팅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 진행해 왔어요. 일단 고객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기도 했고, 이 방법이 가성비가 좋은 경우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애플,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3자 데이터 활용에 제약을 걸고, 타깃을 정교화하는 기술에 제약이 생기면서 기업들이 고객의 획득을 위한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새로운 고객 획득'과 더불어 '획득된 고객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하고, 이 방법은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함을 깨닫고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수많은 CRM 솔루션 기업이 AI 기술을 접목해 등장하면서 서로 경쟁하다 보니 솔루션 비용은 조금씩 떨어지고, 지금은 기업들이 도입하기에 부담 없는 정도가 되었어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CRM 마케팅은 대형 기업 외에는 엄두도 못 냈거든요. 기술개발과 비용에 대한 이슈 때문이었어요.
이제 전반적인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업은 고객의 획득에서부터 유지로 이어지는 퍼널 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CRM 마케팅에 대해 고민은 많아지는데 기초부터 실무까지 다루는 도서는 국내에 나와있지 않더라고요. 대부분 오래된 이론서였고, CRM 단어를 포함한 마케팅 도서는 아주 파편적인 주제만 다루고 있다 보니, 현업에서 마케터가 CRM 마케팅의 정보를 조각조각 나눠진 정보만 획득하는데 그쳤죠.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이번에 <데이터로 말한다, CRM 마케팅>이라는 책을 집필하게 되었어요. 원고를 작성하는 데에만 1년 반 정도 걸렸는데요. 이번 글을 통해 책에서 중요하게 다룬 내용을 이야기해 볼게요 😊
CRM 마케팅의 기초
CRM 마케팅 의사결정은 즉흥적으로 해서는 안 돼요. 데이터 마케팅이란 일단 시작하면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멈출 수 없고, 내부 리소스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게 되면 비용만 나가고 성과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CRM 마케팅의 개념, 필요성과 현업 마케터의 업무 범위, 기업이 CRM 마케팅을 해야 하는 시점과 선행 조건을 알고 시작하시는 것이 좋아요.
위의 그림과 같이 CRM 마케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보유한 온·오프라인의 수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에서부터 출발해 어떠한 방식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정의,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 메시지를 딜리버리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해요. '그냥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하기에는 큰일이 될 수 있어요.
CRM 마케팅의 종류
CRM 마케팅은 고객의 구매 여정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적용해요. 예를 들어 온사이트 마케팅, 챗봇, 문자 마케팅, 앱 푸시 및 이메일 마케팅 등이 있어요. CRM 마케팅은 우리가 이미 일상 속에 접하는 마케팅 기법을 기반으로 하되 여기에 세그먼트, 데이터가 들어가 조금 더 정교하게 기업의 데이터, 고객의 데이터를 보고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요.
궁극적으로 고객의 여정을 분석하고, 각 여정의 길목에서 이탈되는 포인트를 찾아 이탈을 막고, 다음 단계로 이어가 여정을 마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매우 중요해요. 가설을 세우고 '왜 이곳에서 이탈했을까'의 원인을 찾아 검증하는 것이 CRM 마케팅에 있어 중요한 핵심이에요.
CRM 마케팅의 핵심
CRM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CRM의 3요소, 세그먼트의 3요소, 메시지의 3요소를 알아야 해요. 우리가 CRM 마케팅을 하는 것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정확하 메시지가 담기고 소비자의 행동을 트래킹 할 수 있는 요소가 담겨 있어야 해요. 문자를 보낸다가 아니라 '고객의 개인화된 메시지를 행동유도 버튼과 함께 보낸다'라는 것이죠.
CRM 마케팅의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신규고객, 단골고객, 반복고객들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기준점을 세울 수 있고, 구분(세그먼트)에 따라 어떠한 전략을 세우면 될지 알 수 있을 거예요.
CRM 마케팅 실전
고객을 세그먼트로 분류해 마케팅을 실행할 때 어떻게 캠페인의 목표를 설정하고 어떠한 수단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뿌리는지, 그리고 그 메시지를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지, 주요 성과 지표는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고객의 여정을 도식화하고, 각 단계에서 실제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 나가는 방법을 알아야 하죠. 그리고 AARRR 퍼널의 각 단계별 핵심 지표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마케터의 시선
마케팅을 하다 보면 '일회성 고객'들이 생기고 이들을 '다회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 둘을 연결하는 전략들이 필요해요. 그것이 퍼포먼스 마케팅-CRM 마케팅이죠. 그래서 마케터의 입장에서 중장기적인 성과를 위해서라면 두 가지 전략을 함께 취하는 것이 좋아요.
다만 저도 고민하는 부분이 있어요. 고객의 획득-유지에 있어서의 한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 개발인데요. 현업에서 퍼포먼스 마케팅, CRM 마케팅을 모두 접하고 실행하다 보니 생각보다 교집합도 많고, 중복되는 정책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곳들을 발견했거든요.
현장의 많은 담당자들이 퍼포먼스 마케팅과 CRM 마케팅 팀을 분리해 운영하거나 아예 퍼포먼스 마케팅만 운영하고 CRM 마케팅을 운영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았어요. 이렇게 분리된 운영을 하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하기 때문에 고객 경험-브랜딩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결국 기업의 홀리스틱 관점에서의 마케팅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최근에 저는 '기존의 퍼널들을 분석해 하나의 통합 모델로 만들어 운영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정교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마 이러한 노력이 마케팅 현장에 있는 담당자들의 비효율적인 일들을 줄이고 효과적인 고객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을 해보곤 해요.
오늘은 CRM 마케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제가 집필한 도서인 <데이터로 말한다, CRM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다룬 내용을 전해드렸어요. 기초에서부터 실무, 지표 분석까지 한단계씩 레벨을 올려가며 책을 구성했는데요. 많은 분들의 입문도서가 되었으면 했고, 이미 CRM 마케팅을 잘 수행하는 시니어 마케터의 입장에서도 기본을 복기하는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었으면 했거든요. 고객 획득과 유지에 대해 시야가 넓어지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열심히 만들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퍼포먼스 마케팅과 CRM 마케팅,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살짝 막연하게 생각되던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이은영 강사님의 글을 옮기면서 확실하게 개념이 잡힌 기분이었어요! (저만 그런 거 아니라고 해주세욧 😂)
그래서 그런지 이은영 강사님의 신간 도서가 매우 궁금해지는데요. 도서에 대한 정보는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다음 글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이은영 강사님의 이전 글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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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원고는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님이 제공해 주셨으며, 큐레터가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