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까지만 해도 시대를 주름잡는 주류 문화가 존재했어요. 예를 들면 서태지, HOT, 무한도전과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었죠. 그래서 게임이나 만화같이 주류 문화에 반하는 것을 추구하는 서브컬처 집단을 '오타쿠'라고 부르기도 했었죠. 과거에는 ‘오타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은밀히 서브컬처 문화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일명 ‘일반인 코스프레’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였어요.
하지만 최근 디지털 미디어의 급격한 성장과 발달로 인해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노출할 수 있게 되면서 비주류였던 서브컬처 문화가 그늘을 벗어나 빛을 보기 시작했어요. 거기다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Z세대가 주력 소비세대로 떠오르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죠. 물류 기업 ‘콜로세움’에서 발간한 이커머스 트렌드 인사이트 2024에 따르면 비주류 문화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이와 관련된 상품을 소비하는 고객의 니즈를 저격하기 위한 브랜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요.
개성이 중시되는 최근 시대에, 마이크로 트렌드는 다양한 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하고 있어요. 라이프 스타일이 점차 다양해질수록 세부 집단마다 추구하는 것 또한 다양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과거에는 비주류로 취급받던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죠. 트렌드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먼저 지속 기간이 길고 다수가 공유하는 트렌드인 메가 트렌드가 있고, 지속 기간이 짧고 소수가 공유하는 트렌드를 마이크로 트렌드라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이크로 트렌드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는데요. 마이크로 트렌드가 메가 트렌드로 변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에요.
예시를 몇 가지 살펴보면, 가장 먼저 버추얼 트렌드를 예로 들 수 있어요. 버추얼 트렌드는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는 지난 3월 MBC의 '쇼! 음악중심'에서 르세라핌과 비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게임산업에서도 서브컬처를 접목한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2020년 출시한 ‘원신’이 그 시작이었는데요. 원신의 대성공 이후로 국내에는 다양한 서브컬처 게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간 비주류 문화 취급을 받았지만, 이용자 수나 매출 순위 등의 측면에서 주류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에요.
패션 산업을 살펴볼까요? 과거에는 대중성 있는 브랜드의 디자인이 전체적인 유행의 흐름을 주도했다면, 지금은 한정된 카테고리에서 소수의 브랜드가 마이크로 트렌드를 이끄는 방식으로 유행의 양상이 변화했어요. 최근 유행하는 코어룩이 그 예시인데요. 발레복을 일상에 접목시킨 발레코어룩, 스포츠 유니폼을 데일리룩으로 연출해서 입는 블록코어룩 등이 있어요. 이는 뚜렷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다양한 집단을 중심으로 세분화된 마이크로 트렌드의 대표적 현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