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큐터뷰예요. 오늘은 특별한 분을 인터뷰하게 되었는데요! 브랜딩 잘하기로 유명한 브랜드인 노티드 도넛, 다운타우너, 글로우서울을 디렉팅 한 '허준' 님이에요.
허준님은 브랜드의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를 통해 소비자와 깊은 연결을 이루는 데 주력해 왔어요.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죠. 허준님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며, 많은 후배 마케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어요.
항상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며 새로운 도전을 해 온 허준님이 이번에 첫 저서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를 출간하며 작가로 변신했어요. 책 속에 녹여낸 허준 작가님의 브랜드 마케팅 스토리와 메시지를 큐레터가 직접 들어 보았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He’story 1. 과정일 뿐, 실패가 아니다
작가님의 실패 사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에요. 아무리 힙한 브랜드의 성공 신화 주역으로 알려진 작가님이라도 기억날 만한 실패가 없다는 말에 놀라워하던 그때, 허 작가님은 "부연 설명을 더 해드릴까요?"라며 無실패의 비결에 대해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강연 등을 할 때 질문받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중 인상 깊었던 질문이 '실패했던 사례가 있냐'는 거였어요. 이 질문을 처음 받은 날도 저는 고민하다가 끝내 그날 답을 해드리지 못했죠.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 이유를 자기 전까지 한참 고민하다가 깨달았어요. 저는 실패를 실패로 생각한 적이 없던 거예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가 원하는 어느 정도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결국 그것은 과정이지 실패가 아닙니다. 그러니 내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내 브랜드가 망했다, 실패했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제 실패를 실패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것 또한 과정입니다.
He’story 2. 우연히 만난 마케팅의 세계
특정 업태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 새로운 분야로 넘어가기가 쉽지만은 않은데요. 허준 작가님은 패션부터 F&B, 공간까지 그야말로 의·식·주 전 분야의 선을 넘나들며 브랜딩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허 작가님도 마케팅을 전공했다거나 처음부터 브랜드 마케터를 목표로 이 업계에 들어온 건 아니었다고 해요.
'패션은 좋아하니까' 아묻따 입사한 홍보대행사
저는 단순하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영업을 하셨으니까 나도 나중에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영학부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군대를 갔다 오니까 학부가 학과로 쪼개지면서 유통과 통상으로 바뀌었더라고요. 해외 쪽이 낫지 않을까 해서 '통상'을 선택했는데 그 학과가 저와는 너무 맞지 않는 거에요. 그렇게 4년이 지나고 취업할 때가 되니 내가 좋아했던 게 뭔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패션'이 떠올랐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압구정 로데오 쪽에 있는 패션 홍보대행사에 입사했어요. 그게 마케팅에 발 들이게 된 계기가 됐죠.
대표님 팔로우했다가 온라인 마케터 된 SNS 입문러
일을 하다 보니 맞지 않는 부분들이 생기면서 퇴사를 생각하게 된 때였어요. 회사에 퇴사 얘기를 하는데 대표님이 오히려 온라인 팀 일을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때 제가 막 SNS를 시작했었거든요. 페이스북이요. 그런데 왜 처음 가입하면 팔로우 수를 늘리고 싶어서 아무나 팔로우하잖아요. 제가 팔로우 욕심에 회사 대표님까지 팔로우했던 거예요. 그런데 대표님이 제가 열심히 올리는 걸 보고 소질이 있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그때가 벌써 13~14년 전인데, 파워 블로그가 뜨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온라인 마케팅이 뜨지 않을까 싶어서 저도 대표님의 제안을 받아 일을 옮겨 가게 됐어요.
이직의 허들을 넘어 '선 넘는 브랜드 디렉터'로!
그 후에 에이전시에서 본사 마케팅팀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그런데 인하우스 마케터로 일하다 보니 제가 즐기는 패션 브랜드와 일하는 브랜드의 색깔이 너무 달랐어요. 그래서 제가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나이가 있어서 잘 뽑아주지 않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회사에 가기에는 스펙이나 여러 부분에서 어렵다고 판단하던 시기에, GFFG 대표님이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하셨어요. 당시 제가 하고 있던 일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때라, 차라리 일에 의미도 부여해 주고 벌어먹을 수 있는 일을 하자 해서 F&B로 넘어오게 됐네요. 막상 넘어가서 일을 하다 보니, 글로우서울이라는 회사에서 공간을 다루는 기회까지 이어졌고요.
He’story 3. 브랜딩은 설득이다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분야에서 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이어 나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이에 대해 허 작가님은 '브랜딩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해요.
He’story 4. 힙한 브랜드의 '~다움'
허준 작가님을 뵙기 전, 저서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를 살펴보면서 눈에 걸리는 한 줄이 있었어요. 다름 아닌 '~다움이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죠. 막연하게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요. 대체 기업과 브랜드 마케터는 '다움'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요?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라
제가 CMO로 일할 때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트렌디하고 힙한 브랜드를 만들었나요?' 혹은 '어떻게 그런 트렌디한 브랜드를 운영하고 계신가요?'였어요. 하지만 저는 실제로 그것을 힙한 브랜드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저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줬고, 그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트렌드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바로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닌, '유행을 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이번에 출간한 책에도 담겨 있어요.
힙해지고 싶다면, 고객의 입으로 '~답다'라고 말하게 하라
"'~다움'이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구축한 후, 상대방에게 공감시켜 상대방을 통해 인정받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나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설령 '우리다움'을 찾았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설득할지 논리를 만들지 않고 단순히 '우리는 우리다'라고만 말하거나, 기업과 직원이 생각하는 '우리다움'의 싱크가 다르기도 하고요. 저는 이 싱크를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싱크될 때 '너다움'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힙하다'가 성립되기 때문이죠.
He’story 5. 일과 일상의 블렌딩이 만드는 '브랜딩'
허 작가님의 얘기를 듣다 보니, 성과를 내는 브랜드 마케터가 되려면 어떤 역량 혹은 노력이 제일 중요시되는지 궁금해졌는데요. 이에 대해 허 작가님은 두 가지, '경험'과 '워라블(Work Life Blending)'을 꼽았어요.
얼마나 많은 경험을 가졌는지, 그 경험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가 상대방과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효과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애정도 필요하죠. 이 두 가지를 제 책에서는 '워라블'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일을 열심히 하려면 워크와 라이프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워라블'이 일만 하라는 뜻은 아니다
퇴근 후 삶을 즐기는 시간에도 이 일과 계속 소통하는 거예요.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도 고민했기에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듯이, 일과 삶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애정이 필요하고요. 애정이 있어야 계속 발전하고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신의 대표가 노는 듯 보여도 노는 게 아닌 이유
회사 대표들을 보면 직원들과 이 브랜드를 이해하고 있는 그 깊이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왜냐하면 대표는 잠자기 전까지도 생각하거든요. 직원들은 '대표는 만날 놀러 다니고 신났네'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단순히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것만 일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도 '저런 것들을 우리 회사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카페에 가서도 '이런 메뉴 맛있는데 우리 회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일의 연장선인 거죠. 그러한 일과 일상의 조화를 행복이자 재미로 취할 수 있다면 브랜드 마케터도 훨씬 더 좋은 퍼포먼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He’story 6. 경영 내실도 챙겨야 하는 게 브랜딩
허준 작가님은 CMO 시절의 브랜딩 경험을 바탕으로 '준앤굿'에서 다양한 기업과 협업 중인데요. 컨설팅을 하면서의 작업 내용을 듣다 보면 브랜드 컨설턴트가 저런 것까지 하나 싶은 일도 꽤 있더라고요. 가령 클라이언트사의 CFO 역할을 수행하며 재무제표를 개선하고 회사의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든지, 오퍼레이팅이나 다양한 동선을 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한다든지 말이죠. 그 이유에 대해 허 작가님은 브랜드 컨설팅이 '기업의 퍼스널 트레이너' 같은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어요.
'반자율 주행'이 아닌 '기초체력'
브랜드 컨설팅을 맡기는 기업 중에 '반자율 주행'을 원하는 곳이 꽤 있어요.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알아서 데려가 줘'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브랜딩을 이어갈 수 없어요. 기업 스스로 브랜딩의 정체성을 지키고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죠. 저는 그런 분들께 '내가 하는 일은 나침반 혹은 퍼스널 트레이너와 같은 역할이다'라고 말합니다.
He’story 7. 선배로서 진심 어린 이야기를 담다
브랜드 디렉터인 허준 님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책 제목을 찾아보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담백하다'였어요.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직관적이었죠. '본질'과 '진정성'을 자주 논하는 브랜드 디렉터다운 발상이다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실은 허 작가님과 출판사에서도 여러 마라맛 제목을 후보에 두셨다고 하네요. 많은 후보 제목을 제치고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로 고른 이유를 여쭤봤어요.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엔 담백한 게 더 어울렸어요
사실 요즘은 다들 자극적인 제목이 끌리다 보니 후킹이 될 만한 제목도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다루고 있는 내용 자체가 진정성이고 브랜드에 대한 그런 이야기들이다 보니까 솔직한 제목이 낫겠다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브랜드 마케팅' 이런 식으로 후킹할 수 있는 요소도 생각했죠. 그런데 이 책 자체가 나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니 직관적인 제목이 낫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이 제목이 주는 힘이 뭐였냐면 누군가를 만나서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하면서 제 얘기를 끌어낼 수 있는 시작점과도 닿아 있어서 좋더라고요.
브랜딩 하는 길에 나침반처럼 꺼내 보세요
이 책 안에서 다루는 건 엄청 디테일한 기술이나 전략 그런 게 아니에요. 오히려 무에서 유를 만드는 동안에는 되게 작고 소소한 행위들이 더 많이 발생하거든요. 저는 제가 회사에 다니는 동안 브랜딩을 하는 과정에서 했던 노력과 사례를 많이 넣으려고 했어요.
오늘의 큐터뷰, 재미있게 보셨나요? 😊 오늘 콘텐츠를 통해 브랜딩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 앞으로의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길 바라요. 🍀
오늘의 인터뷰이, 허준 작가님의 자세한 이야기는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입니다>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