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대대적인 검색 서비스 개편에 나섰습니다. 구글 창립 25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검색 서비스 변화라고 하는데요. 바로 구글의 AI인 제미나이(Gemini)를 검색엔진에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이미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에 도입한 큐(cue:)나 MS가 GPT 기반의 코파일럿을 빙에 적용한 것과 동일하죠. 별반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이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이제 완전한 ‘제미나이 시대’로 진입했다며 검색에 AI 기술을 적용한 것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색엔진 회사에서 AI 회사로 대변신을 예고한 구글이 전 세계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 검색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요?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구글 I/O 2024’ 개발자 콘퍼런스와 ‘마케팅 라이브 2024’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서 함께 예상해 보겠습니다.
구글이 대신 ‘구글링’ 해주는 AI 오버뷰
사실 구글은 이미 검색엔진에 AI를 도입해서 테스트해 왔습니다. 구글의 서치 랩스를 통해 지난해부터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결과를 요약해 주거나 제품을 찾아주는 기능인 ‘검색 생성형 경험(SGE)’을 적용했죠. 원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왔는데요. 사용자들은 검색결과의 상단에서 우선적으로 생성형 AI를 이용해 온라인 쇼핑에 도움을 얻거나 검색 결과를 요약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능의 이름은 ‘AI 오버뷰(Overviews)’입니다. 기존보다 더 뛰어난 AI 기능이 적용되었고, 올 연말까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AI 오버뷰가 적용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여러 가지 검색 조건을 한 번에 입력할 수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보스턴에서 가장 좋은 요가 또는 필라테스 스튜디오를 찾아서, 그곳은 어떤 곳인지, 또 비컨 힐(Beacon Hill)에서 도보로 얼마나 걸리는지, 제공하는 혜택은 무엇인지 자세히 알려줘”라고 물어봐도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내용을 담은 질문에는 AI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거든요. 구글은 한 번에 10개 이상의 질문에도 AI가 답을 찾아줄 것이라고 합니다.
명확하게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찾을 때는 AI가 쉽게 여러 종류의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AI로 정리한 검색 결과 페이지(AI-organized result page)’를 만들어 준다는 것도 달라진 점인데요. 기존처럼 웹사이트나 웹문서가 나열되는 방식이 아니라 관심 있을 만한 주제로 섹션으로 나눠서 여러 종류의 콘텐츠를 보여줍니다. 작동하는 화면을 보면 네이버에 적용된 스마트블록과 비슷하게 보이네요. AI를 적용해 개인 맞춤형 검색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사하게 보이는군요.
이외에도 검색 시 AI 오버뷰를 통해 간단하거나 혹은 자세하게 검색결과를 정리할 수도 있고, 여행 계획이나 맞춤형 식단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영상을 촬영해 그대로 검색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글의 시연 영상을 보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턴테이블 기기를 동영상으로 찍어서 곧바로 검색에 적용합니다. AI는 영상 내용을 분석해 적절한 답변을 찾아 요약해서 보여주고요.
구글이 AI에 광고도입한다
검색 서비스는 구글 매출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죠. 구글은 작년 약 24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광고 사업에서 벌어들였습니다. 하지만 오픈AI가 시작한 생성형 AI 경쟁은 구글의 광고 사업을 위협하고 있죠. 생성형 AI는 ‘검색’을 근본적으로 위협합니다. 검색 후 사이트에 방문할 필요 없이 AI가 답을 알려주죠. 그래서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의 시장점유율이 5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감소한 점유율은 생성형 AI를 앞세운 빙이 흡수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은 AI 시대에 알맞은 광고 형태를 찾아 나가는 중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AI 오버뷰 전면 도입을 밝힌 후 ‘구글 마케팅 라이브’ 행사를 통해 오버뷰를 활용한 광고 및 마케팅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키워드와 연관된 광고를 검색 결과와 함께 노출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이제는 구글의 AI 제미나이가 검색결과를 요약해 주는 내용이 최상단에 제공될 때 이곳에 광고를 포함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서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잘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취지를 광고가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특히 광고회사와 언론사들의 매출 하락이 불가피해 보이면서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버뷰가 도입되면 웹사이트 방문이 감소할 것이고, 이에 따라 트래픽이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또, 오버뷰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돌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오버뷰가 ‘하루에 돌 하나를 먹어야 한다’는 답변이 나오기도 하고,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무슬림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나오는 문제도 발견되었습니다.
광고를 위한 또다른 서비스
구글은 오버뷰 외에도 여러 가지 광고에 도움이 될만한 서비스를 함께 발표했는데요. 몇 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구글 검색 결과에 노출되는 브랜드 프로필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쇼핑 관련 검색어 중 40% 이상이 브랜드나 판매업체라고 합니다. 그래서 검색 사용자에게 더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브랜드 프로필’을 검색 결과 최상단에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해당 브랜드의 제품, 브랜드 이미지, 영상, 고객 리뷰 등을 조합해 정보를 제공하고, 프로모션 및 배송 정책 등도 함께 노출됩니다. 광고 역시 이 프로필과 함께 계속 표시될 것이라고 하네요. 이 기능은 몇 달에 걸쳐 단계적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쇼핑 광고에서 자동으로 3D 형태로 돌아가는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능을 도입합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아디다스의 신발 광고처럼 구글의 쇼핑광고에 여러 각도로 촬영한 제품 이미지만 등록해도 움직이는 광고 소재를 제작해줍니다. 그리고 이것을 360도로 살펴볼 수 있어 고객이 구매를 결정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유튜브에도 새롭게 AI를 활용한 광고가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튜브 이용자가 하루에 시청하는 쇼츠가 700억 개를 넘었다고 합니다. 전체 영상 중 쇼핑과 관련된 영상의 시청 시간도 전년 대비 25% 이상 늘었습니다. 그래서 쇼츠에 특정 제품을 포함할 경우 판매 사이트와 연결되는 스티커를 부착할 예정입니다. 스티커를 통해 쉽게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시청자의 참여도도 높일 수 있죠. 그리고 콘텐츠 제작자와 광고주에게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