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뜨겁게 불타올랐던 사건이 있었죠. 바로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분쟁인데요.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착용했던 맨투맨 티셔츠와 모자가 품절되며 화제가 되었어요. 이렇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비난받는 대상의 소지품이나 의상이 갑자기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끌게 되는 현상을 '블레임룩'이라고 불러요. '비난하다'라는 뜻의 블레임(Blame)과 패션 스타일을 의미하는 룩(Look)이 합쳐진 단어예요. 단어만 보면 신조어 같지만, 현상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현상이죠.
블레임룩은 앞서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의 무지개 티셔츠, 2016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에 출석했던 최순실의 P브랜드 신발이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블레임룩으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브랜드들도 있는데요. 신창원이 입었던 티셔츠는 이탈리아 미쏘니라는 브랜드의 가품으로 밝혀졌지만, 그 디자인이 인기를 끌면서 미쏘니 브랜드의 판매가 급증했다고 해요.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청문회장에서 사용했던 립밤도 화제가 되면서 완판 되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블레임룩으로 노출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아요. 인기를 끄는 제품들도 존재하지만, 단기 판매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장기적으로는 매출 하락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오는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에요. 최순실이 신었던 신발의 명품브랜드 P사의 경우 최순실의 영향으로 백화점 매출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어요. 아동 성범죄로 국민들의 공분을 산 조두순이 입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딩도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해당 브랜드는 즉각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여 브랜드 로고를 잘라내거나 모자이크를 해달라는 자료까지 배포했을 정도라고 하죠.
블레임룩을 따라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요?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블레임룩에 대해 '사회에 불만을 가지거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이들을 동경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어요. 반면,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에 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블레임룩은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에 의해 판매를 위해 연출된 것이 아닌 일상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에 그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것인데요.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재벌이나 정치인, 연예인들은 좋은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이들이 평소 사용하는 제품은 높은 품질이 보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