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는 왜 "우리는 2등에 불과하다."라고 말했을까? 🙄
굳이 돈 내고 우리 제품의 안 좋은 점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
광고를 집행하다 보면, 고객에게 우리 제품의 좋은 점만 강조하게 돼요. 비싼 광고비까지 지불하면서 약점을 알려준다니, 왠지 광고 효과도 떨어질 것 같고 돈이 아깝잖아요!
그런데 1962년, 미국의 한 렌터카 회사는 광고에서 "우리는 2등에 불과하다."며 약점을 내세웠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얼핏 보면 만년 2위 업체 입장에서는 1등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꽁꽁 숨기고 자기 회사의 강점만 나열하는 게 더 유리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냐고요? 놀랍게도 자사의 약점을 곁들인 이 광고는 파산 위기에 처해 있던 회사를 살려냈을 뿐 아니라, 11%였던 시장 점유율을 35%까지 성장시켰어요. 심지어 이 캠페인은 약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의 한 수'로 불릴 정도로 전설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 😎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에이비스(Avis)의 2등 광고
1962년 당시, 미국 렌터카 회사인 에이비스는 무려 13년 동안이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어요. 반면 경쟁 업체인 허츠(Hertz)는 70%라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고요. 모든 사람이 렌터카 시장의 1등은 바로 허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란 쉽지 않아 보였죠.
아마 이런 상황에서 에이비스가 강점만을 내세웠다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그저 그런 평범한 광고로 끝났을 거예요. 하지만 이들은 "우리는 2등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라며 약점과 강점을 함께 내세운 문구를 만들었어요. 이 문구를 보며 고객들은 에이비스를 응원하기 시작했죠!
소비자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광고들 🎭
위에서 본 에이비스의 사례에는 '양면 제시'라는 심리 테크닉이 숨어 있어요. 양면 제시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긍정적인 측면과 더불어 부정적인 측면을 같이 곁들여 이야기하는 것을 말해요. 단점은 숨기고 유리한 것만 얘기하는 편면 제시와 반대되는 방법이에요. (편면 제시는 단면 제시, 일면 제시라고도 불러요!)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광고를 봐도 금방 설득되는 사람이 있는 한편, 누군가는 전혀 설득되지 않기도 해요. 일반적으로 광고 내용을 미심쩍어하거나 '회사에서는 당연히 자기 제품이 좋다고 하겠지~'라며 기업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양면 제시는 이런 상황에서 약점을 대놓고 얘기하는 정공법을 통해 사람들의 저항을 최소화해요. 그다음 약점에 대응하는 논리를 펼치며 사람들을 설득하는 거예요.
에이비스 사례를 다시 떠올려 보세요. "우리는 2등에 불과하다."라는 단점을 먼저 선수 쳐서(?) 말했기 때문에 "너네 시장 점유율도 낮고 1등 회사도 아니잖아."라는 반박이 나올 여지를 차단할 수 있었어요. 이 사실을 몰랐던 고객이 나중에 느낄 실망감도 최소화했고요.
또 약점을 깔끔하게 인정함으로써 솔직한 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고, "다른 회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다."는 메시지에도 강한 설득력이 생겼던 것이죠! 😎
양면 제시는 1960년대뿐 아니라 최근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설득 방법 중 하나로 요즘처럼 광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효과적이랍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부정적인 측면을 같이 드러내는 것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는데요. 과연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
우리 주변의 양면 제시 사례 살펴보기! 🔎
취업 자소서에 자신의 단점을 쓰라는 문항이 나오면 누구나 이해하거나 업무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단점을 골라서 작성하라는 팁이 유명한데요. 아래에 나온 사례들도 이 꿀팁을 참고한 걸까요? 😋
사람들이 구매할 때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법한 소소한 단점을 먼저 드러내면서, 제품 품질이 좋다는 장점을 더욱 부각했거든요. 게다가 소비자가 '이만큼 품질에 노력을 기울였으니, 다른 면이 살짝 부족할 수도 있지...'라고 단점을 납득하게 만드는 센스까지!
➊ 하인즈 케첩: 세상에서 제일 느리지만, 기다릴 가치가 있는 맛
하인즈 케첩은 느리게 흘러나오는 것으로 유명해요. 그렇지만 사실 케첩이 맛있으면 됐지, 느리게 흐르는 게 엄청나게 큰 단점은 아니잖아요? 하인즈도 이 점을 노렸는지 옛날부터 꾸준히 자사 제품을 '세상에서 가장 느린 케첩, 하지만 그만큼 걸쭉하고 진하다'라고 포지셔닝하는 중이죠!
하인즈의 오래된 TV 광고 역시 아이가 "왜 케첩이 이렇게 느리게 나와?"라고 묻는 첫 장면을 통해 작은 단점을 드러낸 후, '걸쭉하고 진한 하인즈 케첩, 기다릴 가치가 있는 맛(Thick. Rich. Heinz ketchup. The taste that's worth the wait)'이라는 문구로 품질을 더욱 강조했어요. 이 광고를 본 소비자도 저만큼 농도가 진한 케첩이니 느리게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이해하지 않았을까요? 😉
➋ 요플레: 껍데기는 ★로야... 비싸고 좋은 재료 넣느라 바빴거든
감미로운 목소리로 껍데기가 별로라고 외쳤던 요플레 광고도 마찬가지예요. 비싸고 좋은 재료 넣느라 패키지 디자인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는 광고를 통해 맛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거든요! 토핑에 뭐 저리 자신 있나 궁금해서 먹어 봤는데 진짜 맛있었다는 소비자 반응도 이어지기도 했고요.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거나, 짐작하고 있는 소소한 단점을 미리 언급함으로써 광고가 보다 객관적이라는 인상을 줬어요. 게다가 드러낸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면서 품질이 좋은 제품이라는 메시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었답니다!
➌ ASUS X 장삐쭈: 브랜드 인지도는 낮지만 성능은 좋다고!
마케팅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2021년을 강타한 이 광고를 기억하실 텐데요. 바로 에이수스(ASUS)와 유튜버 장삐쭈가 스타벅스에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맥북을 사용해야 한다는 인터넷 밈을 활용해 만든 B급 광고예요.
광고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에이수스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에 가려던 학생이 생전 처음 듣는 노트북이라는 이유로 입장 거절을 당하는데요. 노트북의 뛰어난 성능을 아무리 얘기해 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브랜드 이름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결국 스타벅스에서 쫓겨나요. 쓸쓸히 돌아서려던 그때, 다른 에이수스 유저들이 들고일어나 결국 평일 낮 4시간 동안 입장 허가를 받아낸다는 내용이죠.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단점을 풍자하면서 노트북 성능은 누구 못지않게 좋다는 점을 강조한 에이수스의 광고! 영상 업로드 이후, 네이버 검색량이 3배 이상 늘었고 브랜드 이름을 '아수스'로 잘못 알던 사람들도 올바른 발음을 배웠다고 할 정도로 인지도 측면에서 큰 효과를 얻었어요.
다음 해인 2022년에는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노트북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설 정도였으니, 광고를 통해 단점을 인정함으로써 더 쿨하고 친근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던 덕분이겠죠? 😋
➍ 버거킹: 썩은 버거를 보여줬더니 매출이 늘었다?!
곰팡이로 뒤덮여 썩어가는 버거...🍔 경쟁업체에서 헐뜯기 위해 만든 광고인가 싶은데, 놀랍게도 버거킹이 34일 동안 자신들의 햄버거를 찍어 만든 광고 캠페인이었어요!
단순히 충격적인 이미지만 보여줬다면, 앞으로 버거킹을 먹을 때마다 이 이미지가 떠올라 곤욕스러웠을 텐데요. 영상의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THE BEAUTY OF NO ARTIFICIAL PRESERVATIVES (인공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 아름다움)'이라는 문구를 보여줘요. 햄버거가 썩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충격이 '아, 인공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더 건강에 좋겠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변했답니다!
광고가 처음 나온 당시에는 '인상 깊긴 하지만 매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이후 이 캠페인을 통해 매출이 14% 증가하고 노출 수는 84억 회,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감정도 88%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타났으니 버거킹의 양면 제시 캠페인도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겠네요!
➎ 리스테린: 사람들이 싫어하는 맛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당신이 싫어하는 맛, 하루에 두 번(The taste people hate. Twice a day.) ✌
진입장벽이 높은 맛으로 유명한 구강 청결제 리스테린의 광고 문구예요. 얼핏 장점을 같이 얘기한 것이 아니라 단점만 드러낸 것처럼 보이는데요. 잘 생각해 보면 리스테린 역시 사람들이 지적하던 단점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세균을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을 암시한 것이죠!
심지어 사람들에게 구강 청결제의 맛이 고약한 만큼 효과는 강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까지 했는데요. 👀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고 오히려 맛이 부드러운 경쟁 제품은 효과가 더 낮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리스테린은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구강 청결제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답니다.
➏ 박카스: 약국에 있다면 더 효과가 좋겠지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카피를 기억하시나요? 박카스의 이 광고 문구 역시 리스테린과 비슷한 전략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요. 박카스가 2010년 의약품으로 분류되면서 일반 슈퍼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하게 되었어요. 약국에서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은 큰 약점이었고, 당연히 매출 하락에 대한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박카스 또한 발상을 전환해 오히려 약점을 대놓고 드러내기로 했어요. 약국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진짜 피로회복제'라는 것을 강조한 거예요! 당연히 약국이 아닌 일반 슈퍼에서 파는 경쟁 제품은 '진짜'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
이 광고 카피를 통해 박카스는 제품 효능을 더욱 강조할 수 있었고 오히려 다른 경쟁 제품과는 급이 다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어요. 아쉽게도(?) 2011년에 다시 의약외품으로 변동되면서 더 이상 해당 문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박카스가 이 문구 덕을 톡톡히 봤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답니다!
그럼 양면 제시는 무조건 좋은 거야? 🤔
😖: 아니, 마케터가 바보도 아닌데... 양면 제시가 무조건 효과 있는 거라면 맨날 단점을 얘기했겠죠! 왜 다른 광고들은 장점만 얘기하나요?!
양면 제시 사례를 살펴보니 이런 의문이 드는데요. 사실 양면 제시는 어떤 상황이든 무조건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에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사람마다 제품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에 맞는 설득 방법을 사용해야 한답니다.
■ 구매 의사가 없던 사람에게는 양면 제시!
양면 제시와 편면 제시에 대해 연구한 사회심리학자, 칼 호블랜드(Carl Hovland)에 따르면 본래의 태도가 설득 방향과 같았던 사람에게는 편면 제시가, 설득 방향과 다른 태도의 사람에게는 양면 제시가 더 효과적이라고 해요.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우리 제품에 대해 이전부터 구매 의사를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는 제품의 장점만 알려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우리 제품을 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단점을 곁들여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다는 거예요. 고객이 구매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약점을 언급하면서 이 부분도 충분히 검토하였음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객의 심리적 저항감을 줄일 수 있어요!
■ 교육 정도가 높다면 양면 제시!
그리고 상대방의 교육 정도가 낮다면 단순 명료한 편면 제시가 효과적이지만, 교육 정도가 높은 경우에는 편면 제시를 활용한 설득은 너무 밀어붙인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양면 제시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해요.
교육 정도가 높은 고객이라면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러니 타깃 고객의 연령대나 사전 지식에 따라서 그때그때 다른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죠? 😁
양면 제시 기법은 광고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고려해 볼 만한 전략이에요. 다른 광고가 대부분 장점만 이야기할 때, 우리 회사의 약점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눈에 띄고, 흥미를 유발하기 쉽잖아요!
여러분도 묘하게 끌리는 메시지를 만들고 싶다면 양면 제시 기법에 대해 잘 알아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고객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