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 1월 24일 네이버 광고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광고 상품 클로바 포 AD(CLOVA for AD)의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광고 상품에 AI를 접목하는 것은 이미 구글이나 메타 등 해외 빅테크에 적용된 사례가 있지만, 국내 빅테크 중에서는 이번에 네이버 광고에 AI가 도입되는 것이 첫 사례입니다.
이전에는 대체로 광고 소재를 자동으로 만들거나 잠재고객을 잘 발굴할 수 있도록 타기팅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에 AI가 적용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가 광고에 AI를 적용한 방식이 남들과 다르다고 하는데요. 고객과 이야기하듯 대화를 통해 상품 정보를 얻거나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광고 상품이라고 합니다. 네이버가 생각하는 AI 도입 광고 상품은 어떤 모습인지 자세히 살펴볼게요!
네이버에서 파견된 브랜드 매니저
네이버는 지난해 8월 네이버 컨퍼런스 '단23'에서 클로바 포 AD를 나이키와 함께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클로바 포 AD는 지난해 네이버가 발표한 초거대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특정 광고주만을 위해 학습한 챗봇을 고객과 연결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때 광고주가 보유한 자체 상품 정보나 FAQ, 고객 상담 내역을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광고주에 특화된 챗봇 상담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죠.
현재 나이키에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실제로 네이버에서 나이키와 같이 특정 브랜드명을 검색하면 검색결과에 AI 챗봇인 ‘브랜드챗’으로 연결되는 버튼이 노출됩니다. 버튼을 클릭하면 해당 브랜드챗으로 들어가게 되고, 나이키의 신발이나 옷에 대해 질문하면 AI가 적절한 답변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쿠션감이 좋은 러닝화를 추천해줘, 러닝 할 때 입기 좋은 바람막이를 추천해줘와 같이 물어보면, 사용자가 질문하는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고 적절한 상품을 골라서 알려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고객이 개별 상품 상세페이지에 있는 상품 문의를 이용하거나 채널톡, 카카오톡채널 등 실시간 상담 서비스를 이용해 상담원에게 질문해야 했다면, 네이버의 서비스는 이런 과정을 AI가 대신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면 직원이 쇼핑을 도와주듯 각 기업의 맞춤 브랜드 매니저를 파견한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특히 상품의 특징과 장점 등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광고가 아니라 고객과 대화하듯 상호작용하면서 브랜드가 원하는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고요. 고객은 더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클로바 포 AD에서 기대되는 점
광고상품에 중요한 것은 역시 광고 성과겠죠. 네이버는 사전 테스트 기간 동안 검색결과에 브랜드챗 버튼이 있는 광고와 없는 광고를 비교했는데요. 클로바 포 AD의 진입지점에 노출된 광고는 노출 대비 클릭률이 기존에 비해 약 20% 상승했다고 합니다. 브랜드챗을 통해 제품 관련 대화를 나누고, 광고주 사이트로 이동해 제품을 탐색한 사용자도 약 30%에 달했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네이버는 검색결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입 지점이 될 수 있는 자체 서비스와 연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통합검색 영역은 물론 검색광고, 디스플레이 광고, 독립 콘텐츠와도 연계될 전망입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챗에 진입할 수 있는 버튼이 검색광고 영역에서도 노출될 수 있고, 스포츠 콘텐츠를 보다가 접하게 되는 디스플레이 광고에도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가 함께 노출되는 식이죠.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경쟁에 맞서 네이버가 국내 AI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해서 네이버 자체 서비스를 연계하고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많은 브랜드가 생성형 AI에서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는 거짓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는 우려죠. 네이버는 브랜드챗 구축을 위해 브랜드가 제공하는 콘텐츠로만 정보를 학습시킬 수 있어서 폐쇄적인 AI 챗봇을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광고 성과 관리도 AI 이용한다
광고주와 고객의 관점에서 생성형 AI가 적용된 모습일 살펴보았는데요. 마케터 입장에서도 꽤나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대화형 광고 상품이다 보니 데이터 학습이나 대화 분석 등 성과 관리 방법도 달라져야 하겠죠. 광고에 AI가 도입되는 것이 브랜드챗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광고 캠페인의 성과관리에도 AI가 적용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성과 분석에도 AI가 관여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화라는 매우 비정형적인 형태의 데이터를 AI로 주제별 분류하고 대화 만족도를 점수화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네이버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나이키 인피니티런 4 캠페인 현황을 분석해 달라는 요청에 AI가 성과를 분석해서 전환 분석 및 성별에 따른 성과, 핵심 키워드 등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해당 캠페인에서 30대 여성 고객과 주고받은 대화 중에서 전환이 잘 일어났던 질문의 소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브랜드챗 대화 콘텐츠 관리도 말투를 직접 학습시키거나 답변이 나갈 타이밍을 직접 설정할 수도 있다고 해요. 이용자 질의에 포함된 특정 키워드, 브랜드의 구매의도가 담긴 질문들, 또는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일상적 질문까지도 직접 설정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챗봇 답변은 별로던데...
네이버가 강조한 단어는 브랜드 매니저입니다. AI 챗봇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적절한 서비스를 안내해 준다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챗봇의 성능입니다. 정보를 구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신발의 사이즈나 색상에 관한 질문에는 정확하게 대답해 줄 수 있겠죠. 그러나 사용자의 질문 의도가 명확하지 않거나 중의적인 뜻을 내포한 복합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적절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메조미디어의 생성형 AI 챗봇 이용 만족도 조사를 살펴보면, 생성형 AI 챗봇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43%였고, 보통이다 45%, 불만족한다가 12%로 만족도는 절반 이하였습니다. 특히 가장 불만족한 이유가 바로 응답 결과가 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답변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의 제공은 브랜드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줍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했을 때 상품을 사려는 마음이 충분하더라도 응대하는 직원이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는다거나 거짓 정보를 알려준다면 신뢰를 잃어버리겠죠. 마찬가지로 챗봇 성능이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불만족스러운 답변을 계속 내놓는다면 브랜드 신뢰도는 감소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