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가 있었죠. 특히나 패션 플랫폼 업계에는 더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기보다 온라인 쇼핑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고, 이것은 소비자가 옷을 사는 방법을 바꿔놓았습니다. 덕분에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굉장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잠시뿐, 코로나19 엔데믹 시기에 제한됐던 외부활동이 재개되면서 패션 플랫폼은 물론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 걸쳐 수요가 줄어들었고,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소비침체가 계속되면서 경쟁 상황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은 업계 플레이어 가운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패션 플랫폼들은 어떤 전략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지 최근 패션 플랫폼 근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온라인 1위 찍고 오프라인 확장하는 무신사
국내 패션 플랫폼 중에서는 무신사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패션・의류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조사에서 무신사가 약 447만 명으로 1위에 올랐습니다. 이어서 에이블리가 385만 명으로 2위, 지그재그가 241만 명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무신사는 2023년 4월 에이블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가 다시 7월에 에이블리에 선두자리를 내주는 등 1위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지만, 8월 이후 12월까지는 계속 무신사가 1위를 유지하고 있네요. 하반기에 들어서 눈에 띄게 성장하며 이제는 견고한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이용자 수는 물론이고 거래액에서도 선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 무신사의 연간 거래액 규모는 3조 원 초반으로 2023년에는 연간 거래액이 4조 원을 넘을 것이 확실해 보이는 상황이죠.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면 2022년에는 7천억 원, 2023년에는 1조 원을 최초로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경쟁 패션 플랫폼들이 적자 상태인 것과 달리 초기부터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죠.
최근 무신사의 전략을 살펴보면 핵심 키워드로 ‘오프라인 확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주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9월 대구 동성로에 PB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 동성로’ 오픈을 시작으로 서울 성수, 부산 서면에도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어 입점 브랜드 상품을 모아서 보여주는 편집숍 형태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무신사 대구와 무신사 홍대도 잇따라 오픈했죠. 올해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30호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무신사=온라인’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과 함께 고객의 쇼핑 데이터로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고, 133조 원에 달하는 패션 카테고리 소매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것이 오프라인에 집중하는 이유로 분석됩니다.
최근 소비심리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지난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무신사 블랙프라이데이 ‘무진장’ 행사를 통해 3083억 원의 매출이라는 역대 최대 지표를 갱신하면서 성공적인 전략이었음을 입증했습니다. 온·오프라인 매장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신사는 그간 남성 패션 플랫폼의 독보적인 위치의 버티컬 커머스였으나 최근에는 영역을 더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에 힘쓰고 있는데요. 무신사가 인수한 29CM를 통해 25세~39세 여성고객을 대거 유입했어요. 덕분에 여성 잡화 카테고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요. 또한, 뷰티·스포츠·키즈 등의 전문관을 확대하면서 영역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다만,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수익이 크게 줄어든 모습인데요. 2022년 매출이 7천억 원을 넘어서며 전년대비 53.5%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95% 감소한 32억 원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어요.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 해외 시장 공략, 스타일쉐어 서비스 종료에 따른 손실 등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진행한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종합 스타일 커머스로 나아가는 에이블리
에이블리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무신사와 함께 MAU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남성패션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이전까지는 여성패션 시장의 절대적인 강자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남성들의 경우 의류를 구매할 때 한 곳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여성들의 경우 구매 품목도 다양할뿐더러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구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성 패션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꽤 오랜 기간 1등 자리를 이어오고 있지만 여성 패션 시장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었어요. 또 온라인 쇼핑몰 중심으로 성장한 에이블리, 지그재그의 경우 1020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고,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29CM, W컨셉은 20~4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플랫폼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에이블리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제는 여성패션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보니 2018년 패션 커머스를 시작한 이후 줄곧 영업손실을 내고 있긴 합니다. 2020년에는 383억 원, 2021년 695억 원, 2022년에는 744억 원 등 손실 규모도 꾸준히 증가했죠.
하지만 지난해, 에이블리가 5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2023년 3월 손익분기를 달성한 후 상반기에는 역대 최고매출을 기록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경쟁자들은 성장세가 꺾이거나 오히려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에이블리가 큰 폭으로 스텝업 할 수 있었던 것은 몇 가지 주요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AI 개인화 추천 기술입니다. 최근에는 많은 쇼핑몰에서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에이블리는 경쟁사보다 더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취향뿐만 아니라 비슷한 성향의 다른 사람의 선호 상품 데이터도 참조하고, 5천만 개에 이르는 리뷰, 구매이력, 행동 데이터 등을 반영해서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주고 있습니다. AI가 보여주는 추천 상품이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되는 것이죠.
에이블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카테고리를 확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무신사가 패션 카테고리에서 고객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면, 에이블리는 뷰티부터 라이프와 푸드까지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걸친 상품군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래서 에이블리는 스스로를 ‘종합 스타일 커머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버티컬 플랫폼들이 대거 뷰티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요. 에이블리도 뷰티 상품군을 추가해 지난해 8월에는 역대 최고 거래액을 기록하기도 했죠.
광고 상품을 다양화하고 AI를 적용한 것도 주요했습니다. 여러 광고 중 오퍼월 광고를 잘 이용했습니다. 오퍼월 광고는 일종의 무료 포인트 충전소인데요. 고객이 SNS팔로우나 카카오톡 채널 추가 등 미션을 수행하면 상품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받습니다. 입점업체는 오퍼월 광고를 의뢰하여 본인의 브랜드나 상품을 홍보하는 것이죠. 그리고 AI를 활용한 취향 추천 기술을 기반으로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타기팅해 광고 진행할 수 있어서 에이블리의 광고 상품 판매의 성과가 좋았다고 합니다.
에이블리는 흑자 전환을 이끌어낸 몇 가지 요인들에 대해 더 집중하고 고도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에이블리 앱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의 체류시간을 높이고, 수익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익성 개선 모색하는 지그재그
지그재그는 3700여 개 동대문 여성 의류 쇼핑몰을 모아서 순위와 즐겨찾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면서 크게 성장했어요. 2021년 70대의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앞세워 MZ세대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2021년 말에는 여성패션 플랫폼 최초로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해 카카오가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 분할해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했고요.
앞서 살펴본 무신사와 에이블리와는 달리 매출 확대에는 성공했으나 수익성 부분에서는 길을 헤매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그재그의 매출을 살펴보면 2021년에는 652억 원, 2022년에는 1018억 원으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다만, 영업이익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요. 2022년에는 518억 원의 손실이 있었고요. 지그재그는 외형 확장을 위해 2022년 뷰티관 론칭에 이어 이너뷰티 상품을 판매하며 카테고리를 확장했어요. 또, 퀵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른 만큼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배송 서비스도 도입했고요. 이렇게 판매 카테고리를 다양화하면서 매출은 늘었으나 동시에 지출해야 할 수수료나 광고비 등이 크게 늘어나 영업손실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지그재그는 다양한 인기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여러 연령층의 고객이 유입될 것이고,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하지만 계획처럼 진행되기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악재가 겹치면서 사용자 이탈이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지그재그 앱의 MAU가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지난 11월 지그재그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이용자 수가 급감한 것이죠. 지그재그 회원 1198명의 이름, 연락처, 주소,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11개 개인정보 항목이 시스템 오류 때문에 유출되었는데요. 사고가 발생한 직후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는 75만 명에서 30만 명대까지 추락했어요. 지그재그는 오류를 해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점검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탈한 고객이 쉽게 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입점 판매자들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인 ‘블프위크’ 참여를 강제했다는 논란이 터지기도 했어요. 블프위크 기획전을 앞두고 판매자들에게 보낸 공지에 ‘직전 3개월 최저가보다 최소 5% 할인 권장’, ‘가격 더 비싸면 참여 불가능’ 등의 문구가 있었어요. 이에 판매자들은 압박과 차별이라며 항의하는 일이 있었죠. 지그재그는 블프위크 시작 전 최대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며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어요.
이런저런 부침이 있긴 하지만 지그재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 강화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풀필먼트 서비스인 ‘직잭메이트’의 확장도 잠시 멈추었고, 글로벌 사업도 철수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 일부를 유료화하기도 했는데요. 4만 원 미만 구매 시 배송비 990원을 지불하도록 변경했습니다. 올해도 역시 수익성 개선이 목표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달 푸드 카테고리를 정식으로 오픈했고, 앞으로는 뷰티, 라이프 등 카테고리 확장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습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동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버티컬 커머스 쇼핑앱 전체 연간 거래액이 지난 2022년에는 77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문몰이라고도 하는데요. 전문몰 앱 사용자 수 TOP3를 보면 모두 패션 카테고리의 서비스였습니다. 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순이었죠. 그리고 전체 온라인 패션 시장의 규모를 약 52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거래액 1위 무신사의 2022년 총 거래 금액이 3조 원 초반이니 6~7%에 불과합니다.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서면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로 보는데요. 온라인 패션 카테고리에서는 독보적인 업체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거대 유통플랫폼인 쿠팡과 네이버가 패션 이커머스 시장에 참전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쿠팡과 네이버는 생활용품과 식품 등의 상품군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달리 패션 부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인수 합병과 사업 제휴를 통해 패션 시장에 본격적으로 노크하고 있습니다.
쿠팡
쿠팡의 전체 매출 중 패션 카테고리 매출의 비중은 10% 내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 쿠팡의 연 매출은 26조 원이었으므로 패션 카테고리 매출은 약 2조 원 중반대로 추정되고 있죠.
쿠팡은 패션 카테고리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최대 명품 패션 플랫폼인 파페치를 인수를 결정한 것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패션 부문을 강화하고 해외로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이죠. 또, 지난해 ‘로켓 럭셔리’를 통해 고가 뷰티 브랜드 로켓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는데요. 파페치 인수와 더불어 쿠팡은 럭셔리 브랜드를 통한 패션 카테고리 확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를 위해 별도의 '로켓 그로스 패션팀'을 신설했는데요. 여러 패션 브랜드를 유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쿠팡이 이렇게 패션 분야를 확장하려는 것은 패션 및 뷰티 상품군의 마진율이 높고 중국 직구 플랫폼의 위협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마켓컬리도 뷰티컬리로 상품군을 확장했고, 다이소의 뷰티 상품도 좋은 성과를 얻고 있죠. 아무래도 패션・뷰티 카테고리는 마진이 좋아서 수익성 개선에 도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쿠팡의 주력 상품은 공산품과 식품 쪽인데, 중국의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이 급성장하면서 엄청난 가격 경쟁력으로 쿠팡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MAU는 약 700만으로 쿠팡의 1/4 수준이지만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이 상황에서 쿠팡은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으며 패션 카테고리 확장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네이버
네이버는 꾸준히 패션 카테고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개인 및 중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패션 상품 중개에 주력했지만 2020년부터 직접 나서기 시작했어요. 대표 사례 중 하나가 바로 2020년에는 리셀 플랫폼인 크림(KREAM)을 출시하고 한정판 상품을 거래를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크림은 한정판 거래를 넘어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형태의 B2C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2022년에는 네이버쇼핑에 패션 카테고리만 모아 놓은 ‘패션타운’ 서비스를 론칭했어요. 각각의 윈도로 운영되던 것을 패션타운 하나로 통합하고 디자이너 브랜드와 백화점, 브랜드 직영몰 등의 상품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했어요. 덕분에 론칭 5개월 만에 월 방문자 수가 1천만 명에 달했다고 해요. 지난 12월에는 여성 패션 플랫폼인 W컨셉과 제휴를 맺으며 입점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북미 1위 패션 분야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인 포쉬마크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패션 카테고리는 인플루언서가 미치는 영향력이 큰 분야죠. 인플루언서가 추천하거나 후기를 보고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이 높은데요. 그래서 네이버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를 위해 인플루언서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와 쇼핑라이브 채널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서비스를 개편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