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구앱 성장이 국내 이커머스 셀러에게 미칠 영향은?



저렴하니까 한두 번 재미 삼아 이용해보던 중국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가 어느새 국내 3위 종합 쇼핑몰 앱이 되었습니다. 아직 1위인 쿠팡과 격차는 크지만 성장세가 심상치 않아요. 2위인 11번가와 이용자수 차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알리익스프레스와 마찬가지로 테무나 쉬인과 같은 중국 쇼핑앱의 이용자수를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데요. 세 플랫폼 이용자 수를 모두 더하면 1천만 명이 넘어가 쿠팡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성비를 앞세워 발 빠르게 성장하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내년에는 국내 물류센터를 짓고 본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국내 중소규모 제조 업체나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셀러들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중국 직구앱의 이용자가 늘어나고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면 이커머스 셀러나 관련 기업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자세히 살펴볼게요.



초저가, 무료반품, 배송보장


알리익스프레스는 2018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후 최근 몇 년 새 이용자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광고와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전용 고객센터도 마련했고, 올해 3월에는 국내 시장에 1천억 원 규모로 마케팅을 벌인다고 밝혔어요. 내년에는 국내에 물류센터를 설치해서 본격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뛰어들 전망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해외직구를 해보신 분이라면 알리익스프레스가 잘 나가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에 국내에서 삼성이나 LG TV를 사는 것보다 미국에서 사는 것이 더 저렴해서 해외직구가 붐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에는 배송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구매방법도 복잡했고, 특히 교환이나 반품은 직구 특성상 제품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어서 거의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죠. 판매자에게 교환, 반품을 신청하는 것도 까다롭고 어려웠고요.


이에 반해 알리익스프레스는 초저가, 무료반품, 배송보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저렴하게 생산한 제품을 국내로 배송할 때 3~5일 만에 도착하는 것은 물론 배송비도 무료, 반품도 무료로 해주는 것이죠. 또한, 초이스 상품은 예상 도착일을 제시하고 배송이 늦어지면 배송 지연 보상금도 제공합니다. 천 원 마트와 같은 초저가 상품은 물론 선착순 50% 할인, 무료배송 프로모션 등 추가 할인혜택도 제공하고 있어요.


알리익스프레스가 이렇게 한국 시장 공략에 진심인 이유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OTT 서비스처럼 국내 소비자에 통하는 제품이나 콘텐츠라면 전 세계 시장에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졌어요.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는 11번가 등 국내 이커머스 기업의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고 전담 물류센터 건립도 추진하는 것이에요.




덕분에 한국의 중국 직구액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국 직구액은 8,193억 원으로 전년도 3분기 대비 106.4% 증가했어요. 3분기까지 총 해외직구액은 약 4조 8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0% 늘었어요. 이 추세라면 올해 직구액은 처음으로 6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직구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었는데요. 올해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중소기업과 셀러에 타격이 불가피


많은 소규모 셀러들은 중국의 도매 사이트인 1688, 타오바오,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의류, 가전, 생활용품 등을 저가로 구매해 국내로 들여와서 스마트스토어나 오픈마켓 등에서 마진을 더해 판매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품 수량도 폭증했죠. 신사임당과 같이 이커머스 셀러로 쇼핑몰 창업하는 방법도 유행처럼 번졌고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 셀러들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을 통해서 국내로 직접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국내 소규모 셀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요.


국내 오픈마켓 셀러가 중국에서 상품을 사입할 때 구매 수수료와 중국 및 한국의 배송비용, 국내 플랫폼 판매 수수료, 광고비, 세금 등이 가격에 포함됩니다. 여기에 안전 관련 인증과 관세, 통관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중국 셀러가 파는 제품을 개인이 구매하면 KC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고, 플랫폼이 프로모션으로 한국 내 배송비용도 지원해주고 있죠. 1회 구매 비용이 150달러를 넘지 않으면 관세도 없고요. 150달러를 넘더라도 구매자가 부담하는 형태이죠. 때문에 국내 셀러들은 이것이 역차별이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대량 생산된 공산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어 국내 중소규모 제조업체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커머스 제품 상당수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학습해 왔는데요. 국내 인건비나 재료비 등의 여건을 감안하면 비슷한 가격대의 국내산 제품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중국 셀러처럼 플랫폼이 배송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라서 물류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죠.


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력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몇 백 원에서 1만 원 이하의 가격에 집중되어 있는데요. 5천 원 미만으로 다이소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과 1만 원대의 저가 상품을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셀러들이 직접적인 경쟁자가 되었어요. 이렇게 되면 유통시장의 판도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업 기반도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죠.



알리 덕분에 웃는 곳


반면, 알리익스프레스가 급성장하면서 함께 웃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CJ대한통운입니다. 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배송을 독점해서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한통운이 담당하는 알리익스프레스 물량은 올해 1분기 346만 박스에서 3분기에는 904만 박스로 2.6배 급증했어요. 광군제가 있는 4분기에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대한통운은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었어요. 쿠팡의 택배 사업을 전담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말 12.7%에서 올해 8월 24.1%로 약 2배 성장하면서 택배업계 점유율 2위로 올라섰거든요. 이 기간 동안 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40%에서 33.6%로 떨어졌어요. 대한통운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성장이 정체된 택배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된 셈이죠.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 이커머스 부문 대표가 알리익스프레스 주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한통운)



앞으로의 전망


우리나라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가성비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따라서 중국 직구앱 서비스들도 계속해서 거래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알리익스프레스는 약점으로 꼽혔던 가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3년 동안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어요. 또, 내년 중 물류센터를 건립해서 배송에 걸리는 시간을 더욱 단축하겠다고 밝혔죠.


거세지는 중국 셀러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해 네이버, 쿠팡, 11번가 등 오픈마켓 플랫폼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입니다.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국내 셀러들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오픈마켓 플랫폼도 거래액이 줄어들게 되거든요. 지난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41조 7천억 원에 달했는데, 스마트스토어 55만 개의 약 80%는 영세, 중소사업자로 알려졌어요. 직매입 비중이 높은 쿠팡도 거래액의 약 1/3이 오픈마켓에서 나오고 있고요.


앞으로는 독자적인 상품을 보유하고 있거나 신선 식품 등 중국 플랫폼의 영향을 적게 받는 상품을 판매하거나 동남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셀러, 업체가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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