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코리아 철수, 빈자리 노리는 네이버 치지직



아프리카TV와 함께 국내 실시간 게임 방송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트위치(Twitch)가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트위치는 블로그를 통해 내년 2월 27일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는데요. 국내 사업을 접게 된 이유는 망 사용료 때문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트위치는 작년 9월 30일부터 운영 비용을 이유로 영상 해상도를 720p로 제한하고, 이어서 VOD 콘텐츠마저도 중단하면서 국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기능을 제한해 왔는데요. 이제는 운영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트위치가 사업 철수를 밝힌 시점에 네이버는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의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네이버는 이 플랫폼의 이름을 치지직(CHZZK, 가칭)으로 정하고, 트위치와 아프리카TV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게임 방송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업계는 네이버의 새로운 서비스가 트위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망 사용료 때문인가 VS 사업 실패인가


사진: 트위치 블로그


댄 클랜시 트위치 최고경영자(CEO)는 공식블로그를 통해 한국에서 철수하게 된 것은 타 국가에 비해 10배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트위치를 운영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심각할 정도로 높아 비용 절감을 위해 영상 화질 제한, VOD 콘텐츠 서비스 중단과 같은 방법을 단행하며 P2P 방식도 테스트하는 등 여러 방안을 시도했어요. 하지만 조금의 성과뿐이었고, 더 이상 운영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죠.

P2P : Peer-to-Peer, 서버를 거치지 않고 연결된 컴퓨터 자원을 공유하여 활용하는 기능으로 네트워크 부하를 줄일 수 있어요.


트위치가 말하는 네트워크 수수료는 망 사용료인데요. 트위치와 같은 콘텐츠 제공자(CP)가 SKT, KT, LG U+ 등의 통신사(ISP)에 지불하는 인터넷 회선 사용료를 말합니다. 대신증권의 2022년 리서치에 따르면 트위치는 이미 연 500억 원 수준의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고요. 네이버는 1000억 원 이상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에 대해 통신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트위치와 같은 CP사에 과도한 망 사용료를 받으려고 한 것이 결국 이용자의 피해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것인데요. 특히 유튜브 등 구글의 서비스가 국내 전체 트래픽의 28.6%를 차지하고 있지만, 망 사용료는 한 푼도 내고 있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 트위치 자체적인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사업 실패로 철수하는 것이고 망 사용료는 핑계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영상 송출 화질을 떨어뜨리고 크리에이터의 수익 배분율도 낮게 조정해 침착맨, 승우아빠, 양띵 등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경쟁사인 아프리카TV나 유튜브로 이탈했는데요. 그러면서도 구독이나 광고 등을 통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 국내 사업을 철수하는 주된 이유라는 지적입니다.


12월 6일 진행된 트위치 공식 방송에서 "아프리카TV에서도 같은 조건에 수익을 내고 있는데, 왜 다른 상황인가?"라는 질문에 댄 클랜시 CEO는 "아프리카TV가 어느 정도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지는 모르지만 아프리카TV와 트위치의 비즈니스 수익 구조는 전혀 다르다"라고 설명했어요.



네이버 ‘치지직’으로 빈자리 채운다


사진: 치지직 네이버 게임 라운지


네이버가 트위치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5일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게임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인 ‘치지직’을 네이버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19일부터는 공개적으로 베타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베타테스트에는 다른 플랫폼에서 팔로워 1만 명 이상인 스트리머만 신청할 수 있고 내부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알려졌어요.


네이버의 치지직은 트위치가 비용 문제로 제한했던 부분을 모두 해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풀 HD 수준의 1080p 화질과 다시 보기(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스트리머가 운영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 구독 기능과 후원기능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또, 네이버 자체 서비스라서 VIBE와 네이버 스포츠의 콘텐츠를 저작권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구독이나 후원도 네이버페이로 연동해 결제할 수도 있고, 네이버 멤버십 서비스와도 연계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게이머 간 커뮤니티에 집중한 네이버 게임을 운영하고 있고, 게임사들은 라운지 기능을 통해 게이머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네이버TV, 쇼핑라이브 등을 통해 라이브 방송에 대한 경험치를 축적해 왔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네이버는 게이머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활성화해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을 네이버에서 시청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기도 했죠.


그리고 확보한 이용자 일부를 유료 회원으로 만드는 것이죠. 콘텐츠는 무료지만 최신 회차를 먼저 보려면 쿠키를 구매해야 하는 웹툰, 웹소설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치지직도 마찬가지로 콘텐츠는 무료로 시청할 수 있지만, 스트리머를 후원하고 채널을 구독하기 위해서는 네이버페이와 연동되는 ‘치즈’를 구매해야 합니다.


아프리카TV와 트위치의 운영 모델을 참고해 볼 때, 향후 네이버에서도 유사한 광고 상품들의 도입이 예상됩니다. 특히, 채널에 입장할 때 나타나는 광고나 스트리밍 중간에 삽입되는 중간광고 등이 추가될 것입니다. 광고, 커머스, 웹툰 등의 다양한 사업 부문과의 연계를 통해 스트리머들에게 보다 폭넓은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광고주와 마케터는 타깃이 명확한 새로운 광고 채널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올투자증권이 낸 보고서를 보면 네이버가 트위치의 스트리머와 이용자를 성공적으로 흡수한다면 치지직의 사업가치는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어요. 이미 트위치 주요 스트리머들은 네이버 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고, 네이버페이와 네이버 멤버십과도 연계되면 신규 이용 고객을 충분히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내년 2월 트위치가 완전히 철수하기 전까지 스트리머와 이용자는 어떤 플랫폼으로 옮겨갈지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유튜브는 라이브 방송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아프리카TV 아니면 네이버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데요. 네이버 치지직의 초기 흥행은 유명 스트리머와 이용자를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에 따라 성적표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스트리밍 친마뉴 큐레터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