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어느 봄날, 눈이 먼 사람 하나가 길가에서 구걸하고 있었어요. 들고 있는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나는 장님입니다. 도와주세요." 하지만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를 지나쳤고, 장님의 빈 깡통에는 한 푼도 모이지 않았죠.
그런데 우연히 지나가던 한 사람이 이 모습을 보고 종이에 새로운 문구를 적어주었어요. 놀랍게도 이 문구를 본 사람들은 장님의 깡통에 돈을 넣어 주기 시작했는데요. 새로 쓴 종이에는 바로 이렇게 적혀있었어요.
"아름다운 날이지만, 저는 아무것도 볼 수 없네요." (It is a beautiful day, and I can’t see it)
아마 다들 이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텐데요. 세계적인 카피라이터이자, 현대 광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의 일화로 유명한 이야기예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오길비가 그 방면에서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를 잘 알 수 있는 이야기죠? 😁
기술이 발전하면서 광고의 모습은 점점 다양하게 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광고의 본질적인 목적과 역할은 절대 변하지 않는 듯해요. 바로 광고를 본 사람들이 제품을 사게끔 행동을 바꾸는 것, 즉 광고는 소비자의 마음을 울려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사람들이 제품을 사게 하는 광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많은 마케터와 광고인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텐데요. 오늘 마케터의 서재에서 다룰 데이비드 오길비의 <광고 불변의 법칙>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어 가신다면 좋겠어요! 😎
<광고 불변의 법칙>, 데이비드 오길비, 1983년 (한국어판 2004년)
소비자를 상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
<광고 불변의 법칙>은 데이비드 오길비가 1983년 집필한 책으로, 광고와 소비자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담고 있어요. 광고·마케팅 업계에서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이죠.
물론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의 책인 만큼 현대 광고 시장과는 잘 맞지 않기도 하고, 우리에게 너무나도 당연한 디지털 광고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아요. 책에 나온 사례가 전부 미국의 광고라는 점도 아쉬운 점 중 하나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광고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본질을 소홀히 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에게도 제가 인상 깊게 본 몇몇 '불변의 원칙'과 광고 사례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
이런 분이 읽으면 좋아요!
😉 : 예비 마케터, 신입, 주니어예요!
🤩 : 좋은 광고가 뭔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궁금해요.
🤗 :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본적인 내용을 돌이켜보고 싶어요!
오길비의 '광고 불변의 법칙' 맛보기 📜
■ 우리 회사가 광고를 하는 이유는?
혹시 창의적이고 기발한 광고를 만들겠다는 야망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 회사가 '왜' 광고를 하는지, 그 목적을 다시 되새겨야 할지도 몰라요. 🙄 대부분 회사는 우리가 이렇게 멋지고 기발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자랑하기 위해 돈을 들여 광고하지는 않을 거거든요. 거의 모든 회사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광고를 하고 있어요.
기발한 아이디어가 곧 매출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쉽게도 모든 '창의적인' 광고가 매출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리오 광고상을 받은 많은 대행사가 오히려 광고주를 빼앗기거나 사업을 접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USP 전략(Unique Selling Point) 이론을 체계화시킨 카피라이터 '로서 리브스' 또한 "훌륭한 글 솜씨나 명작을 바라나요? 아니면 망할 놈의 매출 곡선이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싶으신가요?"라고 말했는데요. 오길비는 이 말을 인용하면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광고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요.
그러니 기발하고 사람들의 눈을 기쁘게 하는 광고와 그다지 창의적이지는 않아도 매출에 도움을 주는 광고 중 어느 쪽이 더 성공적인지 잘 알 수 있겠죠? 광고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사람들로 하여금 제품을 사게 만드는 것이지,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 제품을 알아야 아이디어가 나온다
훌륭한 광고는 번뜩이는 직관에서 나온다? 오길비는 성공적인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적인 과제를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한 순간의 직관이 아니라 제품을 연구하는 시간이 많이 쌓일수록 제품을 팔 아이디어를 더 많이 생각해 낼 수 있다는 것이죠.
만약 제품을 대강 안다면 광고에서 강조할 포인트를 찾는 데 한계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품의 성분, 관련 논문, 경쟁사가 유사 제품을 어떻게 광고하는지, 소비자가 해당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언어를 써서 이야기하는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훨씬 떠오르는 것이 많아지죠? 😉
실제로 오길비가 롤스로이스 광고를 담당했을 때는, 3주 동안 자동차에 대한 글을 읽고 차에서 숙식할 정도로 제품 연구에 몰두했다고 해요. 그 결과 오길비는 자동차 광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문구인 '시속 60마일(시속 95km)로 달리는 롤스로이스 안에서 들리는 가장 큰 소음은 전자시계 소리입니다.'라는 카피를 내놓았고, 이 문장 하나가 미국 내 모든 롤스로이스 재고를 품절시켰죠.
■ 제품에 개성을 주는 포지셔닝과 브랜드 이미지
포지셔닝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마케터는 없겠죠? 오길비는 포지셔닝을 '제품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또 누구를 위한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해요. 제품 포지셔닝만 잘해도 우리 제품을 다른 경쟁사의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어요. 게다가 자칫 제품의 약점으로 생각될 수 있는 특징도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강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죠!
책에서는 폭스바겐의 비틀(Beetle) 자동차 광고를 예시로 들었는데요. 당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자동차는 클수록 좋다는 인식이 강했어요. 디자인 또한 길고 낮은 유선형의 차체가 유행했죠. 그러니 짧고 통통한 딱정벌레 같은 디자인의 비틀은 작고 못생겼다는 평을 받을 수밖에요.
만약 정석적인 방법대로 할인이나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면 비틀은 지금처럼 성공할 수 없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DDB라는 광고 회사는 이 제품과 브랜드를 '디트로이트의 반항아', '클수록 좋다는 속물근성에 대항하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했고 그 결과, 소비 과시를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았어요.
또 다른 포지셔닝 성공 사례로 담배 브랜드인 말보로(Marlboro)를 들 수 있어요.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처음에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던 브랜드였거든요. 당시 말보로는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순하다는 특징을 내세웠지만 남성 고객이 대다수였던 담배 시장 특성상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어요.
1954년 레오 버넷(Leo Burnett)이라는 광고 회사가 '터프한 남자들이 피우는 담배'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정반대로 포지셔닝을 변경한 후로 세계 1위 담배의 입지를 확실히 할 수 있었죠. '말보로맨'이라 불리는 카우보이를 내세운 광고가 처음 소개된 후 말보로의 매출은 3,000% 이상 성장했을 정도니까요.
제품의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것은 정말 시간과 공간을 따지지 않는 불변의 원칙인 것 같아요. 비교적 최근에도 포지셔닝을 통해 경쟁사 사이에서 자리를 굳힌 브랜드가 몇몇 보이거든요.
컬리가 신선식품 시장에 진출하던 당시 다른 경쟁업체는 대부분 싱그럽고 자연을 연상시키는 녹색 계열을 사용해 브랜드를 홍보했어요. 하지만 컬리는 로고 및 광고에서 전반적으로 어두운 보라색을 사용하면서 새벽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었고, 경쟁사 사이에서 명실상부한 '새벽 배송'의 대명사로 자리 잡을 수 있었죠.
■ 훌륭한 광고인은 남보다 더 많이 안다
만약 여러분이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 해부학 서적으로 오랫동안 지식을 쌓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시겠어요, 아니면 직관에 의존해서 수술하는 의사에게 맡기시겠어요?
광고도 마찬가지예요.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관보다 다양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광고의 테스트 결과를 분석해 장단점을 찾고, 어떤 요소가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 효과적인지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죠.
예를 들어 검은 바탕에 흰 글씨는 가독성이 떨어져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거나, 음식이 비워진 접시 이미지가 음식으로 꽉 찬 접시보다 시선을 많이 끈다거나, 스토리가 담긴 사진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원칙을 잘 정리한 지침서를 따른다면 광고가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져요.
💡 오길비의 제작 원칙 몇 가지 더!
- 헤드라인에 브랜드명을 삽입하라.
- 헤드라인에 인용부호를 넣으면 그 광고의 상기율은 평균 28% 향상된다.
- '놀라운', '새로운', '갑자기' 등과 같은 단어를 얕보지 말라.
- 이미지에 스토리를 많이 담을수록 많은 사람이 광고를 읽는다.
- 일러스트레이션은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하라. 군중 장면은 별 효과가 없다.
- 더 좋은 방식을 찾기까지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아니라 성공한 광고를 흉내 내라.
아마 오늘 다룬 내용을 보면서 '다 아는 얘기만 나왔네...🙄'라고 느낀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광고 불변의 법칙>은 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니라, 예비 광고인 및 기성 광고인에게 덧셈과 뺄셈을 가르쳐 주는 기본서에 가깝거든요. 경험 많은 마케터에게는 당연한 얘기라고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자기 점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기본적인 것은 사람들이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자칫 소홀해지거나 간과하는 일이 많잖아요? 하지만 <광고 불변의 법칙>을 읽으면서 꼭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오길비가 설립한 광고 대행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 지사를 둔 다국적 그룹으로 성장했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지사가 있다는 말씀! 😄) 책에서도 광고 만드는 노하우뿐 아니라 대행사를 운영하는 법이나 광고주를 유치하는 법처럼 광고 대행업계 전반적인 부분을 두루두루 다루고 있으니 이 부분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참고해 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