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계속되면서 물건을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매하기 위해 묶음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묶음상품의 낱개 가격을 확인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당연히 낱개로 판매하는 상품보다는 묶음상품이 개당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알고 보면 묶음상품이 더 비싼 경우가 있어요. 소비자들의 인식을 교묘하게 이용한 꼼수로 묶음상품을 낱개 상품보다 더 비싸게 파는 것을 ‘번들플레이션’이라고 해요. 묶음이라는 뜻의 ‘번들’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합쳐 만들어진 단어예요.
같은 가격에 상품의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가격과 용량은 유지하면서 상품의 질을 떨어트리는 스킴플레이션, 소비자들의 인식을 배신하고 가격을 속이는 번들플레이션까지 유통업계의 꼼수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번들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 쿠팡,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는 단위당 가격을 표시해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일부 위탁 상품의 경우 단위당 표시가 되지 않고 있어서 논란이 번지고 있어요.
실제로 온라인몰 대상으로는 단위당 가격 표기에 대한 규정이 따로 정해지지 않고 있어, 번들플레이션이 성행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모든 상품에 단위당 가격을 표기하지 않은 업체들도 많아요.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내년부터 단위가격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했죠. 하지만 법적 제재 없이는 무용지물이 될 확률이 커 보여요. 일부 업체들의 무분별한 소비자 기만을 막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위가격표시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요. 단위당 가격을 확인하고 소비자가 객관적인 상품 비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번들플레이션 모두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의견도 있어요. 기업의 권한이었던 ‘가격 정책’을 정부에서 통제하려고 하니,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11월 초, 정부는 가공식품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전담 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각 부처의 차관이 ‘물가안정책임관’ 역할을 맡도록 지정했어요. 물가 상승률에 대한 부분을 정부에서 밀착 관리하겠다는 취지라고 했지만 사실상 업계를 압박해서 가격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