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유럽에서 타깃 광고를 금지당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광고는 이용자의 위치 정보나 등록한 게시물의 정보를 기반으로 광고주가 원하는 타깃에만 광고를 보여줄 수 있어 효율이 높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월 1일 유럽연합(EU)의 데이터보호위원회인 EDPB가 사용자 행동 기반 타깃 광고에 대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메타는 더 이상 타깃 광고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규제는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가 11월 10일까지 최종 규정을 발표하면 구속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메타의 매출 중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지역의 광고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또한, 사용자 행동 정보 기반 광고에 대한 규제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되지 않을지, 향후 메타의 광고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메타 타깃광고 중단 이유(EU)
이미 잘 아시는 것처럼 메타의 맞춤형 광고는 굉장히 정밀하게 사용자를 타깃 할 수 있습니다. 등록한 게시물 내용이나 해시태그, 열람한 게시물이나 영상의 내용, 시청시간 등 수많은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관심사를 파악하고, 광고 타기팅에 활용합니다. 그래서 사용자의 행동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메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죠.
EU는 메타가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광고에 활용하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유럽연합의 각국 법원들은 메타에게 사용자의 행태정보를 수집하여 광고에 사용하려면 ‘예, 또는 아니요’로 명확하게 사용자의 동의를 얻도록 명령했는데요. 한 발 더 나아가 노르웨이 정부는 메타의 맞춤형 광고 자체가 불법이며, 당장 광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매일 1억 3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메타는 어떻게든 회피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메타 전체 매출의 98%를 광고로 얻고 있고, 광고 매출의 21~25%가 EU 소속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거든요. EU 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은 메타는 최대한 사용자들이 자신의 정보를 광고에 활용하도록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죠. 만약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정책처럼 사용자에게 “당신의 페이스북 이용 정보를 맞춤형 광고를 위해 제공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본다면 어떨까요? 아마 처참한 동의율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광고하려면 이용자의 동의를 받으라던 EU는 결국 노르웨이 정부처럼 메타에 타깃 광고를 중단시키기로 했습니다. 메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죠.
규제 피하려 구독 모델 내놨는데
메타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7월 있었던 독일 규제당국이 메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유럽사법재판소는 “메타가 개인 활동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원하지 않는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필요한 경우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개인정보 처리 절차가 없는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메타는 이를 근거로 맞춤형 광고에 사용할 개인정보 활용 동의자를 구분하기 위해 “구독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죠. 메타는 이렇게 구독 모델을 만드는 것 자체가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정하고 GDPR을 준수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습니다. EU 사용자들에게 행동 정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유료 구독자는 개인정보 수집에 거부한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지난 10월 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적용되는 유료 구독 모델을 발표합니다.
출시하자마자 사라질 위기
한편, 메타가 발표한 구독 서비스에 대해 구독료가 높게 책정된 것은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메타가 발표한 구독료를 살펴보면, PC버전 9.99유로, 모바일 버전은 12.99유로입니다. 여기에 계정을 추가할 때마다 웹은 6유로, 모바일은 8유로의 금액이 추가됩니다. 금액을 놓고 보면 생각보다 가격이 높은데요. 광고가 없는 넷플릭스 요금제 15.49달러나 디즈니의 13.99달러와 비슷한 금액입니다.
PC와 모바일에서 둘 다 이용한다면 24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기 위해 이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메타가 광고를 중단하면서 잃게 되는 매출을 생각해 봤을 때 사용자당 구독료가 높아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독료를 높게 책정해 유료 모델보다는 광고를 열람하는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어쨌든 유럽 EDPB가 맞춤형 광고를 중단하도록 명령했기 때문에 메타의 유료 구독 모델 출시는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의 상황은?
이 규제가 적용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메타가 규제를 지키지 않는다면 GDPR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되고, 전 세계 매출의 최대 4%까지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메타가 이 규제를 적용한다면 유럽경제지역 30개국에는 더 이상 타깃형 광고가 노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유럽 내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 이용자 2억 5천만 명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메타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방법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타기팅 광고가 아니라 논타기팅 광고만 진행할 수도 있고, 혹은 자체적인 광고 사업은 어려워질 수 있으니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드파티 사업자와 협업을 통해서 진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메타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페이스북을 향한 EU의 규제 시간대별 타임라인
EU는 2018년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인 GDPR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GDPR을 근거로 메타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있다며 수차례 중단 명령과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메타에 대한 EU의 규제와 벌금 부과는 특히 올해 본격화하여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아일랜드의 데이터 보호위원회가 메타에게 유럽 사용자의 정보를 미국으로 불법 전송했다며 12억 유로, 한화로 약 1조 7천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5개월 내 미국으로 데이터 전송을 중단하고 개인정보의 저장과 처리도 중단하도록 명령했죠.
지난 7월에는 노르웨이 정보보호기구에서 메타가 이용자의 위치 정보, 활동내역 등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맞춤형 광고를 중단하라고 명령했어요. 그리고 8월부터 실제로 매일 100만 크로네(약 1억 3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죠. 메타는 이에 반발해 가처분 소송을 벌였으나 지난 9월 노르웨이 법원은 메타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EU 최고 법원에서도 사용자 동의 없이 메타가 개인정보를 이용해 광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자율권과 거부하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어요.
그리고 지난 10월, 유럽 EDPB는 노르웨이가 메타에 명령한 광고 규제를 유럽경제지역 소속 30개 국가로 확대하는 안건을 상정했고, 11월 1일 규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서 사용자의 행동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광고는 사실상 금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