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나 다운 것을 추구하는 젠더플루이드


최근 성별의 구분을 없애는 기조가 점점 확산되고 있어요. 비교적 최근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남녀를 막론하고 30대 이전에 결혼하여 남자는 가장으로서, 여자는 아이들의 엄마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분위기였는데요. 하지만 오늘날엔 더 이상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구분 지어 강요하지 않아요.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대를 잇거나 가업을 물려받는 등 의무와 역할의 강요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시대예요.


최근 영국의 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출생 시 등록된 성별과 다른 성별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중 50%가 Z세대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특히,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는 ‘논 바이너리’라고 밝힌 응답자의 85%는 Z세대로 밝혀졌죠. 이렇게 성 정체성이 고정적이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다양한 성 정체성을 선택하고 오갈 수 있는 성향을 바로 젠더플루이드라고 해요. 가족, 집단보다는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자연스럽게 성 역할이 유연하고 자율적인 분위기가 되어가는 것이죠. 태어날 때부터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접한 Z세대일수록 이런 성향이 짙어지는 것으로 보여요.


젠더플루이드를 활용한 마케팅은 패션 산업에서는 이미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요. 예전부터 ‘유니섹스’라는 이름으로 남성복과 여성복의 구분을 없앤 남녀 통합 컬렉션을 선보였죠. 하지만 최근 패션 산업에서 추구하는 젠더플루이드는 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이에요. 일례로, 나이키는 Z세대 특화 젠더플루이드 매장 ‘나이키 스타일 홍대’를 오픈했어요. 상품과 진열에서 성별과 사이즈의 개념 자체를 허물었는데요. 남성복과 여성복 대신, 오버사이즈나 루즈핏 등의 옷의 핏 정보만을 알려주고 성별이 아닌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도록 유도했어요.


올해 7월, 24년 S/S 밀라노 패션위크에서는 프라다가 젠더플루이드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여성 모델이 남성복을 입고 나오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드는 의상과, 이어서 잘록한 허리가 강조되는 블랙 셔츠를 입은 남자 모델은 붉게 메이크업되어있었는데요. 이번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컬렉션의 테마는 ‘유동적 형태’로 몸의 절대적 자유를 탐구하는 여정을 담았다고 하죠. 바로 남성미나 여성미의 혼성이 아닌, ‘나만의 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에요. 사실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바지나 재킷, 셔츠는 본래 남성들을 위해 만들어졌는데요. 이제는 반대로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아이템들이 남성의 일상복이 되어가기도 한다고 해요. 패션에서의 젠더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취향과는 전혀 무관한 스타일로서의 ‘취향’으로 변화되어가고 있어요.


이처럼 젠더플루이드의 핵심은 성별이 아닌 바로 ‘나 다운 것’ 이예요. 젠더플루이드는 사회가 정한 잣대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 제삼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를 스스로 존중한다는 본질에 따른 현상이죠. 따라서 고객은 ‘진짜 나’를 포착하고 진실된 의도를 읽어주는 마케팅에 반응해요. 실제로 29cm에서는 취향테스트를 통해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점점 성별이나 연령 등에 의존하는 인구통계학적인 분류보다는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취향 등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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