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서 아마존과 월마트, 심지어 틱톡을 제치고 앱스토어에서 1위를 기록하는 곳이 있습니다. 2022년 9월에 론칭하고 단 4개월 만에 그 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바로 ‘테무(Temu)’라는 서비스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현재 미국에서 아마존을 위협하며 이커머스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테무는 중국의 소셜커머스 ‘핀둬둬(Pinduoduo, 拼多多)’를 개발한 PDD홀딩스가 중국 이외의 해외 국가에 선보이기 위해 만든 크로스보더 쇼핑 앱입니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양대 앱스토어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5월 기준으로 MAU 1억 명이 넘었고요. 지난 7월에는 국내에도 상륙했습니다. 과연 테무는 치열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압도적인 가격,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
테무를 검색해 보면 테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테무의 앱 이름이 바로 “테무 -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Shop Like a Billionaire)라고 되어 있거든요. 그만큼 방대한 종류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박리다매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모든 관심사는 가격을 낮추는 것에 집중하고 있죠. 낮은 가격과 함께 신기하고 재미있는 제품을 할인코드까지 지급하면서 이미 낮은 가격을 더 낮춰 소비를 부추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또, 소셜미디어에 테무 상품의 링크를 공유하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추가 할인을 통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심지어 무료로 제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앱 내 미니게임을 실행하면 테무 크레딧을 받아서 구매할 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이용해 재미를 더한 것이죠.
이처럼 경쟁사에 비해 가격 경쟁 우위를 갖추게 되자 고물가로 인해 지친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테무의 국내 MAU는 125만 명을 넘었습니다. 출시 한 달 후인 8월의 MAU는 31만여 명이었고, 지난 9월에는 MAU가 300% 급증한 것입니다.
저렴한 상품을 공급하는 방법
테무는 중국의 소셜커머스 ‘핀둬둬’가 해외 진출하기 위해 만든 쇼핑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핀둬둬의 상품 공급망을 이용해 상품을 해외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핀둬둬는 어떻게 다른 중국 경쟁사에 비해서도 굉장히 낮은 가격의 상품을 팔 수 있을까요?
핀둬둬는 중국에서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양분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2015년 출시해 2년 만에 이용자 2억 명을 모으고 현재는 중국 내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대량의 마케팅 자원을 투입해 사용자를 모으고, 공동구매 방식을 이용해서 초저가 상품을 구매하는 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핀둬둬 2대주주인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챗과 연계해 소셜커머스 방식으로 친구와 링크를 공유해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핀둬둬는 최대한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간 유통단계를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C2M(Customer-to-Manufacturer) 모델을 도입해 소비자와 제조사를 직접 연결한 것입니다. 핀둬둬는 자체 브랜드가 없는 OEM 업체와 제휴를 맺고 인기 제품에만 집중해서 최대한 가격을 낮춰 제품을 생산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용 티슈의 커신로, 로봇청소기 찌아웨이스, 주방식기 산허 등이 있습니다. 커신로는 경쟁사의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티슈를 생산했고, 200원짜리 1개 상품을 팔면 마진이 약 5.5원 남을 정도로 마진율이 극악했지만 엄청난 물량을 팔게 되면서 진정한 박리다매가 무엇인지 보여주었어요. 이처럼 C2M 모델을 이용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재고부담도 적어서 수요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테무는 중국에서 대부분을 제품을 생산하고 미국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8년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고 있고, 미국은 800달러 이하 국제 우편물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죠.
테무의 인기 이유
테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시의적절한 타이밍
핀둬둬는 중국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1, 2위를 넘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알리바바와 징둥이 견고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핀두두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죠. 테무가 북미시장에 진출한 시기는 지난해 9월입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악화 영향으로 소비력이 줄어들었고, ‘인플레이션’이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인 상황이었습니다. 물가가 역대급으로 오르면서 생활이 힘들어지는 시기에 테무가 초저가 상품을 내세우면서 진출하자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수요와 알맞게 잘 맞물린 시기였습니다.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
출시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경제 불황에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적은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SNS에 홍보하면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등의 마케팅을 진행했는데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MZ세대들을 유인하는 요소로 작용했어요. 또한, 90일 이내 무료 반품, 배송 지연 보상 등의 정책을 내세우기도 했죠. 국내 출시에는 신규 회원에게 최대 3만 8천 원의 쿠폰을 제공하고 일부 상품은 9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미니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쇼핑에 사용할 수 있는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고요.
발견형 쇼핑
테무가 아마존 등 다른 경쟁사와 차별점이 바로 검색 중심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형 쇼핑을 주력으로 한다는 점이에요. 현재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숏폼 플랫폼의 전략과도 일맥상통하는데요. 틱톡이나 유튜브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인기 있고 관심 가질만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죠. 이렇게 가성비 넘치고 아주 저렴한 상품을 부담 없이 계속 구매하게 하는 것이 판매 전략입니다. 구매할 생각이 없었지만 가격을 보고 괜찮은 상품이라 생각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말이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국내에선 출시 후 빠른 속도로 MAU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몸집을 불려 가는 중입니다. 같은 중국 쇼핑 서비스인 알리익스프레스와는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의 해외 직구 플랫폼이라는 동일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앞서있는 상황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최근 MAU는 550만 명에 육박하며 국내 쇼핑앱 4위에 랭크되었죠.
업계에서는 테무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전 세계 상위 이커머스에서 아마존, 알리바바가 유일하게 장악하지 못한 곳이라고 할 만큼 경쟁이 아주 치열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쿠팡, SSG닷컴, 이베이코리아, 알리익스프레스 등 많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테무 이용자들은 기존 테무의 고객층과는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주력 한국 소비자층은 물가에 민감한 중장년층으로 집계되었는데요. 지난달 기준으로 40대 이용자가 전체의 44%를 차지했고, 이어서 50대가 22%를 차지했습니다. 10대와 20대는 전체의 20%에 불과해 미국에서 먹혔던 성공전략이 한국에서도 통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중국 직구 플랫폼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지만 복잡한 반품과 환불 문제, 짝퉁 등 제품의 품질 문제, 리뷰 조작과 검증되지 않은 판매자, 그리고 150달러가 넘으면 관세가 부과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테무의 MAU는 성장하고 있는데요. 과연 미국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