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틱톡의 불편한 공생 관계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이면서 동시에 세계 최대 광고주이기도 한 아마존(Amazon)이 최근 틱톡 광고비를 늘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올해 상반기 아마존이 미국에서 집행한 광고비를 살펴보면 페이스북, 스냅챗 등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매체의 광고비는 전년 대비 25%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틱톡(TikTok)에는 같은 기간 광고비를 30% 증액했죠. 틱톡이 아마존의 마케팅 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틱톡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틱톡 광고의 최대 광고주 중 하나인 아마존을 상대로 오히려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미국에서 틱톡숍을 정식으로 출시하면서 이커머스 사업을 확대하면서, 다가오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노리고 셀러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아마존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를 금지하려고 계획하기도 했는데요.


연간 15억 달러의 광고비를 사용하는 아마존을 배제하고 틱톡숍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아마존은 이런 틱톡의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판매는 잘해도 콘텐츠 부족한 아마존


최근 아마존은 제품의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 중 하나가 틱톡과 같은 숏폼 플랫폼에서 바이럴 되는 콘텐츠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가 틱톡 영상에서 본 물건을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었고, 틱톡에 광고비를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틱톡 #TikTokMadeMeBuylt 해시태그 조회수


실제로 영상 콘텐츠를 통해 제품 정보를 접하고, 해당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데요. 틱톡에서 ‘틱톡 보고 샀다(#TikTokMadeMeBuyIt)’라는 태그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 태그가 인기를 얻으면서 706억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용자들에게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하는 #AmazonFinds라는 태그도 조회수가 611억 회를 기록하고 있죠. 이처럼 재밌는 콘텐츠를 보고 제품의 구매까지 이어지는 쇼퍼테인먼트가 아마존의 중요한 마케팅 전략의 핵심 축이 되었고, 대표 플랫폼인 틱톡에 광고비를 투자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 아마존은 쇼핑 콘텐츠를 틱톡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인 플랫폼을 키워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광고비도 아낄 수 있고 자체 플랫폼에서 더 많은 판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틱톡과 비슷한 ‘인스파이어(Inspire)’라는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선택한 관심사에 따라 관련 상품을 짧은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SNS처럼 좋아요도 누를 수 있고, 콘텐츠 공유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스파이어는 존재감이 미약한 상황입니다. 아마존은 인플루언서를 유치해서 콘텐츠를 확장하고자 영상 한편당 25달러를 인센티브로 제시했으나 너무 낮은 가격으로 비난받고 있는데요. 보통 인플루언서들은 콘텐츠당 200~300달러를 받고 있기 때문이죠. 방대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성공적이지 않은 모습입니다.


아마존 인스파이어(Amazon Inspire)



콘텐츠는 많지만 팔기는 어려운 틱톡


틱톡에서는 전 세계에서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숏폼 영상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80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들이 지금도 영상을 등록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틱톡의 크리에이터들은 틱톡보다 아마존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습니다. #AmazonFinds처럼 아마존에 등록된 재미있는 상품의 리뷰를 콘텐츠로 만들고 시청자가 아마존에서 구매하는 것이죠. 틱톡이 좋아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틱톡은 이런 콘텐츠가 인기를 얻게 되자 아마존이 아닌 틱톡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이커머스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틱톡 숍(TikTok Shop)’입니다. 틱톡 영상 속에 노출되는 제품 태그를 클릭하면 틱톡 숍으로 연결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을 아마존 등 외부 플랫폼으로 보내지 않고 플랫폼 내부에서 판매까지 직접 하겠다는 것이죠.


틱톡숍


현재 틱톡 숍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6개 국가와 영국, 미국까지 총 8개 국가에서 정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틱톡 숍 거래액은 약 44억 달러였고, 올해 목표는 2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높게 설정할 만큼 급성장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가오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아마존이나 월마트를 이용할 소비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틱톡 숍 셀러를 모집하고 할인 보조금도 지원하기로 했어요.


또한, 아마존과 같은 외부 플랫폼 링크를 금지하는 아주 강력한 정책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어요. 외부 이커머스 링크가 금지되면 틱톡 영상의 제품 태그나 크리에이터 프로필에 있는 틱톡숍에서만 구매가 가능해 틱톡 매출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언제부터 이 정책이 도입되고 시행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바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틱톡숍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아마존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수가 제한적이고 배송, 품질,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특히 미국에서는 영상을 통해 직접 상품을 구매하길 꺼려하는 습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틱톡과 비슷하게 쇼핑 탭을 도입해 운영했으나 지난해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아마존과 틱톡의 불편한 동행


수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쇼퍼테인먼트 트렌드를 주도하는 틱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머스 부문에서는 아직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아마존은 방대한 상품과 뛰어난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의 충성고객 등 여러 경쟁력 있는 장점에도 이를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대의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경쟁자의 관계지만 어쩔 수 없이 현재의 공생 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틱톡은 최대 광고주 중 하나인 아마존의 눈치를 보면서 자체 커머스 서비스를 확대할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아마존도 제품 홍보와 아마존 서비스들을 홍보하는 핵심 광고 매체지만 자체적인 콘텐츠 플랫폼 확보를 위한 노력은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존 아마존인스파이어 친마뉴 큐레터 틱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