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방송 송출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

일부 홈쇼핑 업체들이 케이블TV를 통한 방송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서울, 경기 일부지역과 강원, 충남, 경북 등 지역 케이블TV 가입자는 더 이상 3사의 홈쇼핑 방송을 볼 수 없게 됩니다. 홈쇼핑 방송으로 돈을 버는 홈쇼핑 기업들이 방송을 중단하게 된 이유는 송출수수료 때문인데요. 오랜 기간 홈쇼핑 업계와 유료 방송 사업자 사이의 송출수수료 갈등을 거듭해 왔고, 결국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입니다.



초유의 홈쇼핑 블랙아웃 오나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CJ온스타일 등이 유료 방송 사업자인 LG헬로비전과 딜라이브에 더 이상 홈쇼핑 방송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홈쇼핑 업체가 자발적으로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초유의 사태인데요. LG헬로비전 368만 가구와 약 200만 가구의 딜라이브 이용자 중 일부는 TV에서 홈쇼핑 채널이 사라지는 ‘블랙아웃’이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 업체들이 홈쇼핑 방송을 송출 중단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유료 방송 사업자와의 수수료 갈등 때문입니다. 홈쇼핑 업체는 일정 기간마다 TV 채널을 보유한 유료 방송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홈쇼핑 방송 콘텐츠를 TV로 송출하고 있습니다. TV채널을 빌려 쓰는 것인데요. 채널을 빌리는 임대료 개념으로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의 채널을 통해서 582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불한 송출수수료 비용은 약 60%에 달했다고 합니다. 실적 악화에 이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것이죠.



TV홈쇼핑 업체 매출 및 송출 수수료 지급 추이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송출수수료 갈등


전체 홈쇼핑 업체가 유료 방송 사업자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체 송출수수료는 1조 9천억 원으로 2018년에는 1조 4300억 원에 비해 약 33% 증가했습니다. 연평균 8%씩 증가하면서 지난해에는 평균적으로 홈쇼핑 방송으로 번 매출 대비 65.7%에 이르렀습니다. 2020년에는 54.2%였고, 2021년에는 60%였는데요. 매년 홈쇼핑 매출에서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전체 홈쇼핑 업체들의 매출 증가율은 부진합니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주요 7개 홈쇼핑 사업자가 홈쇼핑 방송으로 벌어들인 매출이 3년 연속 감소해서 지난해 2조 9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죠.


홈쇼핑 사업자는 전체 비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송출수수료 부담을 완화하지 않으면 홈쇼핑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TV를 보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유료방송 시청자도 줄어드는 만큼 송출수수료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유료 방송 사업자는 물가상승률 등을 이유로 매년 계약을 갱신할 때 송출수수료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 홈쇼핑 업계가 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율이 높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서 방송 매출액은 전화를 통한 매출액이라서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한 매출까지 반영하면 송출수수료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결국 정부가 나섰습니다. 송출수수료 갈등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어서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홈쇼핑과 유료 방송사간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 송출수수료 협상 과정에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확인하는 대가검증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수년간 이어온 송출수수료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가검증 협의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양측이 모두 납득할만한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강제성 없이 모두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홈쇼핑 사업자들에게는 필수적인 홈쇼핑 방송 매출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TV 의존도를 줄이고 라이브커머스나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홈쇼핑 업체들이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어차피 방송 매출이 줄어들고 있고, 다른 사업부문을 확장할 것이므로 송출수수료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TV 방송 채널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업계 전반에 걸친 블랙아웃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홈쇼핑사가 가장 송출수수료를 많이 지급하는 IPTV 3사 대신, 상대적으로 수수료 규모가 작은 케이블TV 사업자에 송출 중단을 선언한 것을 보면 케이블TV 사업자와는 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죠.


IPTV의 홈쇼핑 송출수수료로 벌어들이는 매출 규모가 매년 10%~20%씩 증가하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는 케이블TV사들은 전체 매출 중 42%에 달하는 송출수수료를 줄이기는 어려워 협상에 난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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