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출시
올해 가장 화제인 생성형 AI는 그동안 구글이나 MS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대(大) AI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Bard, Bing Chat 등을 이용해 보면 AI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에 국내 기업들도 AI 개발을 서둘러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24일 네이버가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는 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네이버는 '팀네이버 컨퍼런스 DAN 23'을 8월 24일 개최하면서 거대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 그리고 검색 서비스 큐(Cue:) 등 여러 AI 기술을 선보였어요. 한국형 챗GPT를 표방하면서 한국어에 특화된 생성형 AI와 여러 서비스들을 공개한 것이죠.
특히, 소비자와 기업, 데이터센터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올라운드 생성형 AI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는데요. 그래서인지 여러 서비스들을 한꺼번에 공개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내용 중에서 AI를 이용해 변화될 검색과 광고, 커머스 등 우리가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골라 정리해 보았습니다.
네이버 AI의 핵심, 하이퍼클로바X
네이버는 AI를 활용한 여러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2021년 발표했던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죠. 성능의 지표로 볼 수 있는 매개변수(파라미터)의 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 모델의 2040억 개 매개변수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오픈AI의 GPT나 구글의 PaLM에 비해 한국어에 최적화되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GPT-3.5에 비해 한국어를 6500배 더 많이 학습했다고 밝혔는데요. 덕분에 한국 사회의 제도와 법 등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어서 국내 기업과 개인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맞게 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의 AI 서비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 로컬 경쟁력은 네이버가 더 앞설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죠.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13종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용 서비스는 물론 기업용 솔루션도 포함되었는데요. 주요 서비스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형 챗GPT, 클로바X
오픈AI가 언어모델인 GPT-3.5를 이용해 대화형 AI 서비스인 ChatGPT를 출시한 것처럼, 네이버도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클로바X를 베타 출시했어요. 사용해 보시려면 대기 등록 후 별도의 안내를 받아 이용이 가능합니다. (신청하시려면 링크를 클릭하세요.)
이용하는 방법은 챗GPT나 바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어에 더 최적화되어 있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질문은 물론 계획 일정표 작성, 면접, 상품 비교와 같은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소개한 예시를 보면 투자 제안서의 초안을 작성해 달라고 했을 때 서비스 소개, 서비스의 특장점, 시장 및 경쟁사 분석, 예상 수익과 투자 유치 계획처럼 항목을 나눠 투자 제안서의 초안을 작성해 줍니다. 면접 연습하도록 면접관이 되어 달라고 요청하면 자기소개부터 지원 동기, 직무 관련 경험을 연속해서 묻고 답하는 멀티턴(multi-turn) 대화도 가능하고요.
클로바X는 스킬과 디스커버리, 커넥터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스킬은 더 정확한 답변을 얻기 위해서 사용하는 기능입니다. 스킬에는 현재 네이버 쇼핑과 네이버 여행, 두 가지가 있으며, 스킬을 이용해 네이버 쇼핑의 상품 중에서 질문 의도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거나 국내 여행지나 숙소, 해외 호텔을 추천해 줍니다.
디스커버리는 나중에 다시 보고 싶은 대화를 저장하는 기능이며, 저장된 디스커버리를 기반으로 요약, 분석 및 문서 초안 작성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커넥터는 추후 적용될 예정이며, 내가 가진 문서, 사진 등을 업로드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요약,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네이버 검색, 큐(Cue:)
네이버 큐:에 대해서는 지난 큐레터에서 소개드렸었는데요. 큐: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는 검색 서비스입니다. 복잡한 의도가 담긴 긴 질문도 이해하고 여러 정보를 조합해 답변을 제시합니다. 이미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플레이스 정보나 쇼핑, 이용자 생성 콘텐츠 등을 바탕으로 정보를 조합하는데요.
그래서 주말에 분당에서 브런치를 즐기기 좋은 식당을 찾아달라고 요청하면 플레이스의 정보를 기반으로 식당 이름과 메뉴를 보여주고, 이미지와 영업시간, 리뷰 등을 찾아서 제공하는 것이죠. 또, 제품 정보라면 네이버 쇼핑에서 정보를 가져와서 인기 제품을 비교, 요약해 줄 수도 있습니다.
큐: 탑재와 함께 검색결과의 UX도 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색결과의 상단에는 큐:의 답변이 노출되고, 중단에는 스마트블록이 노출되며, 하단에는 최근 네이버가 테스트하고 있는 서치피드를 통해 끊임없는 추천 정보를 보여준다는 계획입니다.
큐:는 오는 9월 PC 베타 서비스를 시작으로, 11월부터 네이버 검색에도 순차적으로 통합될 예정입니다.
AI 광고상품 클로바 for AD
네이버는 AI 기술을 검색뿐만 아니라 광고 상품에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명칭은 ‘클로바 for AD’로 11월 말 파일럿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며, 내년 3월 정도에는 본격적인 베타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브랜드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학습해서 검색 사용자와 생성형 AI 사이의 대화 중 맥락에 맞는 광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금 네이버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파워링크 등 광고 상품이 보이는데요. 여기에 AI 광고 버튼이 생기면서 검색 사용자가 질문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곧 적용될 큐:가 답변하는 내용에도 노출될 AI 광고 버튼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네이버는 나이키와 함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네이버는 검색창에서 나이키를 검색하거나 러닝화 질문 등 상품과 관련된 검색결과에 AI 버튼이 노출되는 것을 시연했습니다. 이용자는 상품 구매 전에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고, 사업자는 적극적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싶은 만큼 이 생성형 AI 광고 상품을 이용해 고객에게 1:1 맞춤 브랜드 매니저를 전담시킬 수 있어 구매 전환율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블로그 대신 써주는 클로바 for writing
이 서비스는 네이버 블로거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스마트에디터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해 글쓰기를 도와주는 클로바 for Writing 서비스가 베타테스터를 모집하기 시작했어요. 블로거가 작성한 글을 요약하거나 글에 어울리는 태그를 자동으로 생성해 주고, 블로거의 기존 말투와 표현 방식을 분석해서 글 스타일을 적용해 초안 작성도 도와준다고 합니다.
제목을 만들어 주거나 전체 글을 요약하고, 인사말/맺음말도 나의 글쓰기 스타일에 맞춰 작성해 주는 것이죠. 또, 글쓰기가 막힐 땐 글감 추천도 가능합니다. 이 서비스는 9월 12일까지 테스터를 모집하고, 10월 4일 베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클로바X를 직접 써보니
네이버는 클로바X를 24일 오후 4시부터 테스트할 수 있도록 등록을 받아 순차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간 맞춰 등록 후 직접 사용해 봤는데요. 익숙한 UI를 통해서 챗GPT나 구글 바드처럼 타이핑하듯 글자 단위로 답변이 완성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출처가 되는 링크를 함께 제시하는 것입니다. 정보의 출처가 되는 블로그나 웹사이트의 링크를 하단에 함께 표시하는 것이죠. 그리고 확실히 한국어 환경에 잘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사투리 표현이나 줄임말 등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변하였고, 회사 정보나 알려진 인물에 대한 내용도 비교적 정확하게 답했습니다. 논란이 생길만한 질문에는 대체로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고요.
다만, 아직 답변의 정확도나 전문성 부분에서는 글로벌 서비스에 비해 비교적 약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부 질문에 대해서는 동일한 답변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오류도 발견되었고요. 기존 생성형 AI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아이보스 주변 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33km 떨어진 성남에 있는 식당을 알려준다거나 ‘름’으로 끝나는 단어를 물어보니 기쁨, 헬륨, 나트륨 등 전혀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답변 중 동일한 문장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모습은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오류로 보입니다.
11월 클로바X 성능 개선이 예정된 만큼 지적되고 있는 기능적인 문제점은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블로그나 카페, 플레이스 등 한정적인 자사 서비스 기반의 한계를 어떻게 넓혀나갈지, 그리고 생성형 AI와 검색, 쇼핑, 플레이스, 광고 등 기존 서비스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될지 기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