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는 일이 하나 있죠? 바로 "망 사용료" 관련 내용입니다.
2019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사이의 다툼으로 시작해서 최근에는 국내 통신3사와 유튜브, 트위치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까지 참전해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어요.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고요.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 인한 인터넷 망의 트래픽이 24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고 있고, 이 트래픽으로 돈을 버는 만큼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해라는 입장이고요.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나고 망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 망 이용료를 더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 양측의 입장은 어떤지 살펴볼게요. 그리고 우리가 인터넷을 할 때 ISP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함께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망 사용료와 ISP, CP가 뭔가요?
ISP는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프라를 구축, 관리하는 곳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ISP는 KT와 SK브로드밴드, LG U+가 있죠. 이 통신사들이 우리가 넷플릭스나 유튜브에 접속하는 인터넷 망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요.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많아졌죠. 때문에 트래픽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병목현상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폭이 정해진 길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지나가려고 하자 막히기 시작한 것인데요. 그래서 SK브로드밴드는 비용을 투자해서 길을 넓혔고, 그럼에도 트래픽이 점점 더 늘어나자 넷플릭스에게 돈을 부담하라고 요구한 것이 바로 망 사용료예요.
ISP : 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로 SKB, SK, LG U+ 등이 해당
CP : Content Provider, 콘텐츠 제공 업체로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해당
이용한 대가는 내야 할 것 같은데요
법안이 발의된 초기에는 이용한 만큼 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이 우세였어요. 하지만 ISP와 CP 사이에서 어떻게 비즈니스 관계가 형성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자 여론이 조금 달라졌는데요.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ISP를 통해 미국의 ISP를 통과해서 넷플릭스에 접속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 ISP는 미국의 ISP에 트랜싯(Transit)이라는 망 연결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그래서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국내 ISP에서 해외 ISP로 연결하는 비용도 크게 늘어나는 것이죠.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캐시 서버라는 것을 두기도 하는데요. 여러 ISP를 거치게 되면 트랜싯 비용이 발생하니 가까운 곳에 이용자들이 자주 보는 콘텐츠를 캐시 서버에 저장해서 접속 비용을 줄이는 것이죠. 넷플릭스는 자체 OCA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트래픽 부하를 크게 낮춘 캐시 서버를 운영하고 있고, 국내 ISP와 가장 가까운 일본, 홍콩에 있는 캐시 서버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캐시 서버 사이에 발생하는 트랜싯 비용과 캐시 서버 운영 비용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므로, 빌앤킵(Bill-and-Keep)이라고 하는 상호무정산 협의를 맺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것이니 돈을 안 받는 것이죠.
SK브로드밴드 입장
- 과도한 트래픽 때문에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 넷플릭스에 이용자가 몰리면서 3년 만에 트래픽이 24배 증가했다.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서 매년 8천~9천억 원을 설비투자에 지출하고 있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넷플릭스나 구글 등 해외 서비스 때문이다.
- OCA와 ISP 사이의 비용은 내야 한다 : 넷플릭스가 영상 콘텐츠를 캐시 서버인 OCA까지 가져오는 트래픽과는 별개로, 캐시 서버에서 SK브로드밴드까지 전송하는 망 사용료는 내야 한다.
-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 네이버는 매년 1천억 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고, 페이스북, 트위치 등 해외 CP도 내고 있다. 넷플릭스와 구글 등 예외는 없다.
넷플릭스 입장
- 망 사용료는 이중 과금이다 : ISP는 이용자로부터 망 접속료를 받고 있는데, CP로부터 망 사용료를 또 받는 것은 이중 과금이다. CP는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회사로, 망을 유지하는 것은 ISP가 해야 하는 일이다.
- OCA로 절감한 트래픽 비용은 망 사용료 비용과 같다 : 현재 전 세계 7,200개가 넘는 ISP와 OCA가 연결돼 있고 트래픽을 95~100%까지 줄일 수 있다. 2020년에는 ISP들이 12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 빌앤킵 방식 적용이 가능하다 : 절감한 트래픽 비용과 망 사용료를 상호무정산 하는 ‘빌앤킵’ 적용이 가능하다. 넷플릭스와 계약한 전 세계 ISP들 중 어느 곳에도 망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
현재 여론
처음 이 논란이 생겼을 때는 일반 대중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어요. 아무래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법안 내용도 기술적이고 어려워서 접근하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트위치에서 망 사용료 비용 부담을 이유로 영상 화질을 720p로 낮추었고, 유튜브도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에 대한 반대 서명에 동참해달라는 청원을 올리면서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죠.
초기에는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국익을 해친다는 논리가 대세를 이뤘지만, 지금은 여론이 돌아섰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자세한 설명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고, 25만 명이 넘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입법 반대 청원에 동의하기도 했죠. 특히 1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통신사들이 국민들이 느끼는 서비스 만족도를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망 사용료를 받겠다며 망 중립성을 해칠 수도 있는데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국 손해는 최종 사용자
아쉽게도 결국 넷플릭스가 이기든 SK브로드밴드가 이기든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없어 보입니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지금까지 돈을 내던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사들도 더 이상 내지 않으려 할테고요. 이로 인해 일반 사용자의 인터넷 요금에 대한 인상 압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요.
반대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CP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상승한 비용은 다시 일반 사용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죠.
다른 나라에서도 이번 사안에 대해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어요. 다른 나라의 ISP와 CP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 결과와 국내 법안 발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