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기억나세요? 그때는 다른 계좌로 이체를 하려면 은행에 직접 찾아서 은행원에게 종이로 된 입/출금 전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어요. 좀 더 나중에는 전화를 이용해 텔레뱅킹을 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앉은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터치 몇 번 하면 다른 사람 계좌에 돈을 보낼 수가 있어요. 무엇이든 쉽고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변한 것이죠 😦
심지어 아파트 출입 카드만 소지하고 있으면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엘리베이터는 내가 주차한 층에 대기를 하고, 집에 있는 월패드와 스마트폰에서 출입이 확인되었다는 알림이 가요. 주변에 있는 것들이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들이 자리 잡게 되었어요.
세상은 점점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가 많아지고 있어요.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이 조작할 정도로 쉬운 애플(Apple)의 기기들이 성공을 일군 반면, 현대 사회에서 사용자 친화적이지 못한 제품은 살아남기가 어려워지고 있어요.
세계적인 기업들도 '사용자 친화적' 알고리즘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 마케팅을 하는 우리도 한번 짚고 넘어가볼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유저 프렌들리>, 클리프 쿠앙·로버트 패브리칸트 지음, 2022
세상을 바꾸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비밀
이 책은 구글 수석 디자이너와 달버그 디자인 공동 창업자가 'User Friendly(사용자 친화적)' 디자인의 개념과 의미를 설명한 책이에요. 저자들은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개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랑받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요.
✅ 먼저 읽고 알려드림
- 저자가 언급한 UX, UI, UF 서적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 책에서 언급한 디자인 사례를 검색해보면 더 이해하기 좋아요.
- 서사적으로 서술된 정보를 상상하며 읽어보세요.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전자 기기의 작동 방식은 매우 간단해요. 직관적으로 전원 버튼을 알 수 있고, 전원 버튼을 누르면 LED 등에 불이 들어오거나 삐- 소리를 내며 기기가 작동한다고 알려줘요. 표시등에 불이 꺼져있으면 전원이 꺼져있다는 것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디자인은 과거의 많은 사건사고를 계기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이 설명을 위해 책에서는 1979년에 일어난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이야기해요. 원전 사고 발생 당시 발전소를 제어하는 수많은 표시등과 버튼들의 기능을 알지 못해 갈팡질팡 하는 사이 노심의 절반 이상이 녹아내린 사고였죠. 당시 제어실에는 1100개의 다이얼과 게이지, 스위치 상태 표시등과 600개가 넘는 경고등이 있었다고 해요. 발전소의 제어판 표시등이 겉보기에는 산업용 수준의 정밀함을 갖추었지만, 사용자가 수많은 버튼들의 작동 방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던 것이죠.
지금은 당연하게 지키는 원칙이지만 당시에는 디자인 오류였던 것이에요. 의미 없는 경고, 개연성 없이 묶인 정보, 일관성의 부재. 사용자에게 친숙하지 못한 디자인은 재앙급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스리마일섬 원자로 제어판은 역사를 바꾼 버튼 디자인 중 하나의 사례로 꼽히며, 지금도 회자되고 있어요.
※ 디자인이라고 하면 흔히 그래픽 디자인을 생각하지만, 책에서 이야기하는 디자인은 건축, 공업 제품, 상업 미술 등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설계나 도안을 말해요. Product Designer처럼 보다 나은 유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상품·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을 생각하고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거예요!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란 뭘까요?
저자들은 소비자들이 간단한 사용법으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원한다고 강조해요. 아무리 이상적이고 혁신적인 상품이라도 사용하기에 불편하면 디자인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이죠. 그런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강조한 내용을 살펴볼게요!
✔ 피드백 (Feedback)
유저 프렌들리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는 토스터 기계에서 나오는 '딸깍' 소리예요. 식빵을 토스터에 넣고 레버를 내렸을 때 토스터가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기계를 움직이는 소리를 내면 우리는 빵이 구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단순히 기계적인 마찰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소리를 통해 우리의 행동을 기계가 받아들였고, '나는 잘 작동하고 있어!'라는 소리를 들려주며 우리에게 안도감과 만족감을 주는 것이죠.
✔ 공감 (Empathy)
TV를 보던 사람들이 '방금 뭐라고 했지?'라고 묻는 행동을 보고 티보(TiVo)의 디자인 연구원들은 DVR(디지털 영상 저장 장치)의 2초 되감기 버튼을 개발했어요. 사용자와의 '공감'을 통해 디자인된 것이죠. 이런 공감은 디자인 과정의 심장 역할을 하기에 디자이너들은 고민했다고 해요. 무엇을, 누구를 위해, 왜 발명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런 공감 능력을 프로세스화 한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과 사용자 중심 디자인, 사용자 경험이 모두 산업화된 공감 능력의 다양한 얼굴이에요.
✔ 은유 (metaphor)
어떤 기계를 켜려고 하면 스위치를 '위'로 올려야 자연스럽게 알고 있어요. 이런 상징은 마치 모국어처럼 모르는 사이에 우리 경험 속에 배어 있죠. 은유를 사용하는 것은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저축 서비스를 만든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저축 서비스를 익숙한 단위로 볼 수 있도록 쌀 몇 킬로그램, 식용유 몇 리터 같은 단위를 사용했거든요. 카카오 뱅크의 '저금통' 같은 느낌일 것 같네요!
유저 프렌들리에서 이야기 하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 과정 단계
1. 사용자에서 시작한다
2.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본다
3. 안 보이는 것을 눈에 보이게 한다
4. 이미 있는 행동에 숟가락을 얹는다
5. 은유의 사다리를 차곡차곡 타고 올라간다
6. 내부 원리를 겉으로 드러낸다
7. 범위를 확대한다
8. 형태는 감성을 따른다
사례로 보는 사용자 친화적 디자인 👀
책에서는 많은 사례를 풀어 사용자 친화적인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어요. 하지만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에서 성격 급한 저는 책 마지막에 있는 '사용자 친화성' 발전사를 먼저 봤어요.
시대별로 이정표가 될 만한 디자인이나 사건을 목록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이 출연하기 한참 전부터 지금까지, 수 세기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제품의 연표라는 큰 맥락을 본다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더 쉬울 것 같았거든요.
그중에서 제가 알고 있었던 서비스 위주로 몇 가지만 언급해 볼게요!
1874년 : 쿼티 타자기 자판
지금 이 글을 쓰는 제가 사용하는 키보드도,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자판도 쿼티 자판 배열을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천지인 키보드도 사용하지만 업계 표준이 되는 이 자판 배열은 오늘까지도 불멸의 존재로 남아있어요.
1900년 : 코닥 브라우니카메라
이스트먼 코닥사는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알아서 해드립니다'라는 문구로 쉬운 사용성을 내세우며 카메라를 판매했어요. 전문가의 취미 생활이었던 사진이 진정한 소비자 기술로 거듭났죠.
1953년 : 하니웰 원형 온도조절기
형상과 상호 작용 방식을 하나로 조화롭게 합쳐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지금 우리가 흔히 쓰는 보일러, 전기 장판 온도 조절기를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1984년 : 다이슨 사이클로닉 진공청소기(시제품)
실제로 제품으로 출시된 것은 1993년이었다고 해요. 기존 제품들과의 차이점은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먼지통이 있다는 것인데요. 먼지가 눈에 보이는 피드백을 제공하자 사용자들은 자꾸만 제품을 사용하고 싶어했다고 해요. 지금은 먼지가 안 보이는 청소기를 찾기가 힘들죠.
1997년 : 원 클릭 주문, 아마존
원 클릭 주문은 장바구니에서 결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걸리적거리는 요소를 거의 제거하고 인터넷 쇼핑의 세계에서도 '즉각적인 만족감'을 실현했어요. 역사상 가장 사업적 가치가 큰 버튼이라고 평가를 받다가 2009년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에 자리를 내줬어요.
2009년 :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버튼이에요. 이 버튼 하나로 사용자들은 호감이나 반감이 조금이라도 드는 순간 곧바로 반응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좋아요’ 버튼 덕분에 사회에서는 과거에 보지 못한 새로운 사회적 교류의 층이 생겼고, 피드백이 우리 심리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아마존의 알렉사, 인스타그램 스토리,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등 많은 사례를 이야기 해주고 있어요. 그 중 가장 많이 다룬 사례는 애플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이팟, 아이맥, 아이패드, 애플워치, 아이폰 등 애플의 성공을 일군 기기들은 사용자 친화적이라는 개념을 친숙한 일상으로 만든 곳이라고 전하고 있어요.
마케팅을 주 업무로 하고 있어도 UI, UX라는 용어를 접해보셨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마케터에게는 연관성이 떨어지는 내용이지 않나?'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케팅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선택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관련 활동을 의미하고, 최고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이라는 말이 있듯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 또한 마케팅 일련의 활동이 될 수 있거든요.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에서 다루는 개념이 익숙하다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매일 접하는 개념이 어디에서 처음 시작되었는지 더 명확하게 이해함으로써 서비스를 만들 때 가치 기준을 더욱 비판적인 눈으로 볼 수 있을 거예요.
지금 당장 내가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업무를 하지 않더라도, 사용자 친화적인 관점의 생각은 사업을 하고, 마케팅을 하고, 소비자로 활동하는 우리의 생각을 넓고 풍성하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저도 이 책을 보며 큐레터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다시 곱씹어보려 해요. 마케터의 서재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도 많으니 보스님도 이 책에서 설명하는 사례들을 보며 우리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놓쳤던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랄게요 😉
※ 이 콘텐츠는 청림출판으로부터 경제적 대가를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