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일명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빅테크와 인슈어테크 등 관련 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대표적으로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토스 등이 운영하는 서비스에서 보험이나 대출 상품을 추천해주고 있던 것이 운영 중단된 것인데요. 금소법 시행 직전에 금융당국이 플랫폼에서 광고로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중개 행위라고 결론을 내렸고, 덕분에 카카오페이에서 P2P 투자나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찾아볼 수 없게 됐어요. 업계에서는 말도 많았고요.
금소법이 시행된 지 2주가 지난 시점에서 핀테크나 빅테크, 금융·보험업계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고 어떤 변화들이 있는지 살펴볼게요.
소비자에게 좋은 것 같은데 아닌가요?
금소법은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된 법인데요. 대출이나 보험, 예·적금과 같은 금융 상품을 이용할 때 충분한 설명과 청약 철회권, 위법계약 해지권, 그리고 금융 거래 손해배상 입증 책임을 금융사에 부과하는 등 소비자의 권리를 증진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불완전판매에 따른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고요. 단순 변심으로도 대출이나 보험을 7~15일 내 계약 해지할 수도 있어요. 분명 소비자에게 아주 도움 되는 내용의 법이 시행된 것인데, 왜 여러 업계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일까요?
무엇이 문제인가요?
금소법에 따르면 보험을 비교해주고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광고가 아니라 중개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반드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금융당국이 결론을 내리면서 문제가 되었어요. 따라서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할 수가 없게 됐어요. 그리고 금융상품판매업자가 아니면 금융상품 광고를 할 수 없고, 보험설계사와 같은 중개인은 유튜브나 블로그에 광고를 올릴 때도 심의를 받아야 하도록 바뀌었어요.
각 업계에서는 금소법에 맞춰 개편이 한창인데요. 업계별로 한번 살펴볼게요.
빅테크 업체
금소법 시행에 맞춰 보험, 대출, 카드 추천 등의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어요. 워낙 서비스가 많아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우선 카카오페이는 자동차 보험 등 비교 서비스를 중단했고요. 토스는 보험대리점인 토스인슈어런스로 이동 중이라는 화면을 보여주면 문제없다는 입장이에요. 페이코에서는 카드, 보험 상품 노출을 중지하고 금융상품의 이름만 표시하기로 변경했어요.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금소법 위반 소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요.
보험업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를 기반으로 온라인 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 위주의 보험대리점(GA)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여요. 보험 영업을 위한 모든 광고물을 보험 협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현재 광고 심의가 평균 3~4주, 보완해야할 사항이 있으면 5~8주씩 걸려서 마케팅에 제약이 크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고요. 금소법 시행 이후 심의관련 업무가 크게 늘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에요.
중소형 인슈어테크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핵심인 인슈어테크* 업계는 서비스를 이어가기 쉽지 않아 보여요. 보맵, 시그널플래너 등은 보험 상품 비교 서비스를 중단했고 온라인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 업체들도 현재 서비스를 중단했어요. 서비스를 이어나가려면 보험대리점 자격이 필요한데 온라인 플랫폼 업체 대부분 자격 취득이 어려워 당분간 서비스 재개가 어려울 전망이에요.
* 인슈어테크(InsurTech) :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함성어로 기술과 보험업의 융합을 뜻함
다른 곳들
보험 상담 및 재무 관련 고민을 해결해주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 금융위는 광고라고 판단했고, 방통위는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보험 방송은 이제 방송에 광고심의필을 표시하고 방송해야 하는데, 아직 광고심의가 나오지 않아 중단된 상태예요.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금융당국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요. 보험, 대출 등을 비교 추천해주는 서비스는 광고가 아니라 중개 행위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 원칙대로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하라는 것이죠. 빅테크와 핀테크 업체들은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었던 서비스에 규제를 위한 규제를 한다면서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국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서비스를 개편하는 중이고요.
큰 업체들이야 보험 추천 등으로 얻는 수익이 전체 매출의 큰 부분이 아니겠지만, 중소형의 보험 비교 서비스 업체는 큰 타격을 받고 있어요. 법 시행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고 준비 기간도 있었지만, '중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금융당국의 해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인허가를 받고 중개하려고 해도 인허가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업계별 대처 방안
- 보험업계 : 비대면 사회 문화 속에서 고객 DB를 확보하기 위한 고민이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여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를 통해서 들어오는 고객 DB는 광고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양질의 DB였는데요. 앞으로는 금소법 가이드라인에 맞는 광고만으로 기존의 DB 수준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해요.
- 증권업계 : 증권업계는 금융회사 준법감시부서 출신뿐만 아니라 신입 직원까지 금융소비자보호 부문 채용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요. 6대 판매 원칙과 위법계약해지권, 청약철회권 등 소비자 권리가 강화된 만큼 위법 사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담당 인원 확충하여 내부 체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요.
- 은행업계 : 금소법 내용 중 금융상품 판매를 위해 고객을 꼭 이해시켜야 하는 의무가 생겼어요. 때문에 쉬운 용어, 유사 상품과 비교하는 등 현장 창구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5분이면 끝나던 금융 상품 가입도 30분씩 걸리는 일도 생겼는데요. 일부 은행에서는 정확한 상품 설명과 판매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사람 대신 AI를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요.